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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보훈처가 저질러 놓았던 일 때문에 벌어졌던 것이다. 보훈처가 진상조사하고 관련자에 대한 문책을 해야 하며, 보훈처장이 시민들한테 사과해야 한다. 그렇게 돼야 벌금을 낼 마음이 생길 수 있다."

김영만(74) '적폐청산과 민주사회건설 경남운동본부' 상임의장의 말이다. 김 의장은 검찰로부터 18일까지 벌금 190만원을 납부하라는 독촉을 받았지만 이행하지 않았다.

김 의장은 지난 2016년 12월 14일, 국립3·15민주묘지 기념관에 걸려 있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의 대형 사진에 계란과 토마토케첩을 투척했다. 경찰과 검찰은 김 의장을 공용물손괴·건조물침입 혐의가 있다고 했다.

검찰은 김 의장을 구약식 처분(벌금)했고, 김 의장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아 정식재판이 진행되었다. 1심과 항소심에 이어 대법원도 유죄 판결을 내리면서, 벌금 200만원이 확정되었다.

김 의장은 사진에 계란과 케첩을 투척한 뒤 체포되어 경찰서에서 하루를 지냈다. 이것이 10만원에 해당돼 벌금 10만원이 차감된 상태다.

검찰은 18일까지 벌금을 납부하라고 했다. 검찰이 보낸 납부명령서에 보면, 벌금을 미납하면 사회봉사명령을 할 수 있고, 납부명령일로부터 30일 이내에 신청해야 한다고 안내되어 있다.

이에 앞서 경남운동본부는 지난 8일 국가보훈처에 '3·15기념관 박근혜·박정희 미화 전시물 설치사건의 진상조사와 관련자 문책 요청서'를 보냈다.

경남운동본부는 "기념관은 리모델링해 2015년 3월 5일 재개관했고, 그 이전에는 없었던 박근혜 전 대통령 대형 사진과 박정희 전 대통령의 업적을 홍보한 동영상 등이 설치되었다"며 "이는 기념관 설립 목적에 반하는 설치물로 시민들로부터 지속적인 철거 요구와 항의가 끊이지 않았다"고 했다.

경남운동본부는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사태가 벌어진 뒤 여러 차례 공문과 기자회견 등을 통해 '박근혜·박정희 미화 전시물' 철거를 요구했다. 하지만 이루어지지 않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 대형 사진은 계란과 케첩을 닦아낸 뒤 다음 날 다시 걸렸다. 국가보훈처는 박 전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에서 탄핵(2017년 3월 10일)된 뒤에야 사진을 떼어냈다.

경남운동본부는 "보훈처에서 관리하는 4·19, 5·18 기념관에는 전·현직 대통령의 사진이나 홍보물이 게시된 사실이 없는데, 왜 어떻게 3·15 기념관에만 박정희·박근혜 부녀를 기념하고 홍보하는 설치물이 들어서게 되었는지, 그 일을 누가 무슨 목적으로 주도하고 누구와 공모했는지, 관련 공무원은 어떤 역할을 했는지에 대해 철저히 조사해 달라"고 요구했다.

경남운동본부는 "두번 다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역사에 반드시 기록되어야 한다"며 "보훈처가 이 일을 과거 정권에서 있었던 작은 해프닝으로 취급하고 그냥 넘어간다면 결코 대한민국은 나라다운 나라가 될 수 없다"고 했다.

국가보훈처는 경남운동본부에서 보낸 요청서를 접수하고 진상조사에 대해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만 박근혜퇴진 경남운동본부 상임의장이 2016년 12월 14일 오전 창원 국립3.15민주묘지 기념관에 있는 박근혜 대통령 대형 사진에 계란을 투척한 뒤 케첩을 뿌리고 있다.
김영만 박근혜퇴진 경남운동본부 상임의장이 2016년 12월 14일 오전 창원 국립3.15민주묘지 기념관에 있는 박근혜 대통령 대형 사진에 계란을 투척한 뒤 케첩을 뿌리고 있다. ⓒ 윤성효

 김영만 박근혜퇴진경남운동본부 상임의장이 2017년 3월 10일 창원 마산회원구 구암동 소재 국립3.15민주묘지 기념관에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홍보 영상을 없애라고 요구하고 있다.
김영만 박근혜퇴진경남운동본부 상임의장이 2017년 3월 10일 창원 마산회원구 구암동 소재 국립3.15민주묘지 기념관에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홍보 영상을 없애라고 요구하고 있다. ⓒ 윤성효

 '돈납' '물납' '몸납' ... 보훈처 요청서 결과를 보고 나서

기한 내 벌금 납부를 거부한 김영만 의장은 19일 "법치주의 국가에 살면서 벌금 문제를 어떻게든 해결해야 한다. 방법은 '돈납' '물납' '몸납'이 있다"며 "대법원 판결이 났으니 3개 중에 하나는 선택해야 한다. 어제까지 돈납을 하라고 했는데 하지 않았다"고 했다.

벌금 해결 방법에 대해, 그는 국가보훈처의 처리 결과를 보고 판단하겠다고 했다. 그는 "보훈처에 요청서를 보낸 지 열흘이 지났고, 어제 확인을 해 보니 접수가 되었고, 진상조사에 곧 들어갈 것이라 한다"며 "그 결과를 보고 내가 어떻게 할 것인지 결정하겠다"고 했다.

그는 "사건의 발단은 국가보훈처의 잘못에서 비롯되었다. 보훈처가 진상조사와 관련자 문책을 하고, 보훈처장이 시민들한테 사과를 하는 게 우리의 요구다"며 "그것이 우리 생각대로 되었다고 한다면, 기분이 좋아서라도 벌금을 낼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항의하는 방법 밖에 없으니까 몸납으로 가겠다"고 했다.

그는 검찰과 법원의 판단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 의장은 "공용물손괴라고 하는데 박근혜 사진은 계란과 케첩을 닦아낸 뒤 사용되었기에 손괴를 인정할 수 없고, 그 날도 많은 사람들이 기념관에 들락날락 했기에 내가 문을 강제로 따고 들어가지 않았으므로 건조물침입도 해당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법원 판결에 승복할 수 없다"고 한 그는 "그래도 대법원까지 간 판결이고, 법치주의를 존중한다는 의미에서 벌금 문제는 어떻게든 해결할 것"이라 했다.


#김영만#박정희#박근혜#3.15기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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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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