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법을 겨냥한 '마녀사냥'이 본격화 될 모양이다.
지난 23일, <국민일보>는 자유한국당 김태흠 의원(충남 보령서천)과의 인터뷰를 지면에 소개하며 "동성애 옹호·조장 인권위법, 반드시 개정해야"라는 타이틀을 달아 보도했다. 2017년 9월 인권위법의 차별금지사유에서 '성적지향'을 삭제하는 것을 골자로 한 개정안의 대표발의자인 김 의원은 <국민일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수준 낮은 인권 감수성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일문일답 형식으로 진행된 인터뷰 내용을 살펴보고 있자면, '이것이 정녕 민주공화국의 국회의원이 한 발언인가'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실소를 자아낸다. 멀리 갈 것도 없다. <국민일보>의 보도에 따르면, 김태흠 의원은 동성애에 대해 "종교적으로 볼 때 창조 원리에 어긋나고, 사회적으로도 공동체 질서에 큰 폐해를 준다"고 발언한 바 있는데, 이러한 발언은 그가 인권위법을 포함한 인권법제는 물론 '국가는 국민이 존엄한 인간으로 살도록 보호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는 인권의 기본 원칙조차 이해하고 있지 못하다는 것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우선, 헌법 제20조에 따라 '정교분리의 원칙'을 확인하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종교적으로 볼 때 창조 원리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법률에 명시된 성소수자 국민의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삭제하여야 한다는 발상 자체가 문제다. 개인의 성적지향에 대하여 특정한 종교 규범을 극단적으로 해석하는 더욱 특정한 세력의 견해를 근거삼아 성소수자의 존재 자체를 악으로 무작정 낙인찍는 것은 민주주의의 근간인 다양성을 모욕하는 행위로, 용납되어서는 안 된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종교적인 시각'으로 '창조의 원리'를 삶에서 좇고자 한다면, 그 사람이 있어야 할 곳은 국회가 아닌 예배당임이 분명하다. 민주공화국의 주권자인 국민을 대리하는 입법기관의 일원이 법률의 개정을 논함에 있어 '창조의 원리'를 내세운다는 것은 어디 내놓아도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또한 김태흠 의원이 인터뷰를 통해 특정한 성적지향을 가리켜 '사회 윤리'와 '공동체 질서'를 운운한 바 있어 짚어두자면, 개인의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은 윤리적 잣대의 평가 대상이 아님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개인의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은 한 인간을 이루는 속성이 모두 그러하듯이, 하나같이 존엄하고 고귀한 삶을 이루는 것들 중 하나다. 성소수자가 자신의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을 기반으로 여성/남성으로만 구분된 이분법을 떠나 성별표현을 한다고 해서 국가의 존립이 위태로워지거나 사회 핵심 기능의 붕괴가 초래되거나 하지 않는다는 것은 입증할 필요도 없이 분명한 사실이다. 혼인평등이 이뤄지면 국가가 지정한 성별에 관계없이 사랑하는 사람이 서로 결혼이라는 제도 안에 들어올 뿐, 그 이외의 사람들은 그저 같은 삶을 살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한편 국가인권위원회는 최근 성소수자의 인권 보장 및 증진을 위한 활동에 조직이 적극 나서야 함을 천명하고 있다. 긍정적인 신호다. 그러나 인권위는 지난 수 년, 혹은 그 이전의 시간 동안 국내 성소수자 인권이 보장, 증진되지 못한 것에 대한 책임을 분명히 가지고 있다. 성소수자를 죄악시하고 저주하며, 인간으로 취급하지 않는 자들이 인권위원에 올랐던 역사를 시작으로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잘못이 있다.
따라서 인권위에 강권하고자 하는 바가 있다. 그러한 책임을 속히 씻고, 인권위가 성소수자 인권 보장 및 증진에 있어 제역할을 하고 싶다면, 2018년 중으로 가동될 혐오대응 특별팀에서 김태흠 의원의 이러한 혐오 발언을 분명히 조사하여 시정할 것을 권고하거나 의견을 표명하라. 물론 그동안 많은 정치인이 자신의 정치적 안위와 영달을 위해 성소수자를 비난하고 조롱하며 심지어는 저주해왔음을 알고 있다면, 김태흠 의원 단 한 사람에 대한 권고나 의견 표명이 아닌, 혐오를 무기 삼아 제 밥그릇 지키기에 혈안이 되곤 하는 정치권에 대한 커다란 경종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이제 더는 대한민국에서 성소수자를 혐오하고 차별하는 행사에 정치인이 동원되고, 국회가 대관되는 비참한 장면을 보지 않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런 사회라면 정치인이 우파 개신교 세력과 결탁해 이처럼 저급한 어록을 쏟아내는 일은 보지 않아도 될 것이니 말이다. 성소수자 혐오 발언을 일삼는 정치권력과 그에 결탁한 세력의 커넥션을 밝혀 고발하는 일. 그것이 인권위가 성소수자에게 진 빚을 갚고, 혐오대응TF를 가장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첫 번째 걸음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