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수정 : 24일 오후 4시 58분]66번째 생일을 맞은 24일, 문재인 대통령이 간 곳은 어린이집이었다. '내 삶이 달라집니다'라는 정책프로그램의 첫 번째 현장 방문이다.
이날 문 대통령은 서울 도봉구 도봉로 131길에 위치한 한그루어린이집을 찾았다. 아파트 단지 사이에 있는 이 어린이집은 원래 쓰레기 등이 무단투기되는 곳이었다. 하지만 구청과 지역사회가 힘을 합쳐 이 자투리 부지에다 국공립 어린이집을 세웠다.
지난 2017년 9월 개원한 한그루어린이집은 현재 보육실 5개와 유희실 2개 등 총 451㎡(약 137평, 지상 3층-지하 1층) 규모다. 보육실 면적은 180㎡(54.5평)에 이르고, 한살림 서울소비자 생활협동조합에서 위탁운영하고 있다. 현재 46명의 원아들이 돌봄을 받고 있다. 시간연장형이고 특히 장애아들도 같이 통합보육한다는 특징이 있다.
"임기 중 국공립어린이집 13%에서 40%까지 늘리겠다"이날 오전 10시 34분께 어린이집에 들어선 문 대통령은 아이들과 함께 이현우 미술사의 마술을 함께 구경했다. 마술이 끝난 뒤에는 아이들이 문 대통령에게 쓴 편지를 건네받았다. 이후 9명의 학부모, 보육교사가 참석한 간담회가 열렸다.
문 대통령은 이 간담회 자리에서 "아파트 단지 자투리 공간에 구청장과 지역사회가 힘을 합쳐서 어린이집을 만들었다고 한다"라며 "도봉구 재정 자립도가 서울시에서 낮은 편인데도 지역사회와 힘을 합쳐서 국공립 어린이집을 마련했으니까 참으로 장한 일을 한 것 같다"라고 이동진 도봉구청장을 추켜세웠다.
문 대통령은 "금년도 우리나라 보육 예산이 무려 8조 7000억 원이다"라며 "그 돈이 얼마나 많은 돈인가 하면, 1980년대 초에 대한민국 총 예산이 그 정도 금액이었다, 그렇게 많은 예산을 보육 부분에 투입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부모님들 보육에 대한 부담을 나라가 덜어드리려고 많은 돈을 투입하는데, 부모님들은 안심하고 맡길 만한 유치원 없다고 한다"라며 "일하시는 분들, 특히 맞벌이는 직장에서 일이 늘어지면 시간제 보육을 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럴 때 보육을 해주는 유치원이 많지 않다"라고 말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그래서 부모들은 그렇게 할 수 있는, 비용도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보육의 질도 높은 국공립 어린이집들을 선호한다"라며 "그런데 아직 너무 부족해서 국공립 유치원, 어린이집에 갈 수 있는 아이가 10명에 1명(13%) 꼴밖에 되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그래서 대기자수만 30만 명이다, 국공립 유치원,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는 건 마치 로또복권에 당첨된 거 같다고 한다, 여기 계신 분들은 다 로또복권에 당첨되신 분들이다"라고 말하자 좌중에 웃음이 터졌다.
이어 문 대통령은 "가장 우선적인 과제로 국공립 유치원, 어린이집을 이용할 수 있는 아동 비율을 제 임기 중에 (현재의 13%에서) 40%로 높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다행히 작년 추경예산안 덕분에 원래 국가 목표보다 배 이상 많은 370개 이상의 국공립 어린이집이 만들어졌다"라며 "금년에 450개를 (추가로) 만들고, 이런 추세로 가면 임기 말에 40% 목표를 달성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라고 '40% 공약 지키기'를 강조했다.
문 대통령의 발언이 끝난 뒤 학부모인 김선미(32)씨는 "어린이집이 생긴다는 걸 알고 거리를 재봤더니 어른이 걸어서 10분이면 올 거리인 게 가장 만족스러웠다"라며 "문 대통령이 말한 것처럼 국공립어린이집이 40%까지 확충된다면 많은 어린들이 걸어서 어린이집에 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라고 말했다.
김씨는 "둘째로는 제가 맞벌이 부부이다 보니까 어린 아이를 어린이집에 놓고 가면 안전상이나 건강상의 문제가 걱정됐다"라며 "이 어린이집은 7시 반까지 퇴근 후에도 맡아줘서 감사하다, 많은 분들이 이런 혜택을 받았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도봉구청장 "민간 어린이집을 국공립으로 전환하는 쪽으로 가야"
앞서 간담회가 진행되기 전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국공립 어린이집 40% 공약에 민간 어린이집에서 굉장히 우려를 표한다"라고 하자, 이동진 도봉구청장은 "민간을 국공립으로 전환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 구청장은 "유치원 정원도 못채우는 등 여기 어린이집 짓는 데도 저항이 컸다"라며 "어린이집을 신축하기도 하지만 민간이 국공립으로 전환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전환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 구청장은 "민간 어린이집 정원이 100명이라면 정원 수를 줄이고, 아이들 공간을 확장하는 방안으로 가야 한다"라며 "강제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원해서 하는 거여서 전환하기는 어렵지 않다"라고 말했다.
김상희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 "국공립 어린이집으로 전환하기 적절치 않은 데가 전환을 원한다고 한다"라고 지적하자, 이 구청장은 "수준이 안 되는 곳을 전환시키면 국공립 어린이집의 질이 떨어질 수 있어서 엄격하게 평가해서 전환하고 있다"라며 "저희 구는 올해부터 어린이집 NON-GMO 식품을 최초로 지원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이어 김 부위원장이 "점점 지차체의 돌봄예산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고, 이 구청장도 "2010년 지자체 복지 예산이 30%였는제 지금은 50%가 넘어갔다, 저희가 자체로 늘린 게 아니라, (예산) 매칭으로 내려오다 보니까 그렇게 늘었다"라고 공감을 나타냈다.
박 장관도 "지자체가 복지예산 때문에 힘들어하시는 거 알고 있다"라고 말했고, 이 구청장은 "기초연금이 25만 원으로 오르면 기초연금에 들어가는 1년 예산이 880억 원이다"라며 "5000억 원 중에서 기초연금 예산과 인건비 등을 빼면 지자체는 정말 할 게 없는 상황이 돼버린다"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대안으로는 지방분권이 거론됐다. 박 장관은 "이낙연 총리가 전남지사를 하면서 깊이 느껴서 지방재정 분권에 아주 힘을 많이 쓰고 있다"라고 전했고, 김 부위원장도 "분권 개헌을 확실하게 하면 여러 가지로 달라질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이 구청장은 "저희도 목소리를 높이려고 하지만 개헌에 자치분권만 있는 게 아니고 저쪽에서 반대하고 있어서 개헌에 큰 기대를 (안한다)"라고 우려하자, 김 부위원장은 "개헌은 안할 수는 없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초보 아빠' 배우 류수영씨가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문 대통령은 평창올림픽 털모자와 동화책 3권(<새로운 가족>, <알사탕>, <토끼와 호랑이>)을 아이들에게 선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