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옹이신문>이 처음 발간되었을 때부터 집사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뜨거웠다. 고양이에 대한 관심이 점점 높아지는 추세지만 당시만 해도 고양이만 전문적으로 다루는 매체가 많지 않았다. 더불어 그 매체가 새삼스레 '신문'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는 것도 놀라웠다.
합정역 쪽에 위치해 있던 <야옹이신문> 사무실이 현재 위치로 이전했는데, 재미있게도 마침 주소가 '고양시 고양대로'였다. 20일, <야옹이신문>의 박상욱 편집장에게 직접 그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어 보았다.
"명함을 드리면 꽤 많은 분들이 웃으시더군요. 처음 이전했을 때는 도로명이 아니라서 그저 고양시일 뿐이었는데 신주소로 바뀌면서 <야옹이신문>이 고양시 고양대로에 위치하게 되었습니다. 의도한 것은 아닌데 운명처럼 그렇게 되었네요. 다만 고양시에서 발행하거나 지원금을 주는 것은 전혀 아닙니다. 지원금도, 독자들에게 후원금도 받지 않고 벌어서 혹은 금융기관의 힘을 빌어 운영하고 있습니다(웃음). 고양시가 고양이 캐릭터 '고양고양이'의 도시로 알려지는데 저희 매체가 어느 정도 역할을 했다고 자부하니, (고양시가) 지원책을 강구한다면 거절하지는 않겠습니다.(웃음)" 안 그래도 출판 시장이 불황이라는데 고양이만 한정적으로 다루는, 그것도 '신문'의 형식을 표방하겠다는 생각을 어떻게 한 걸까. 작가 활동을 하던 박상욱 편집장은 '나루코'라는 콘텐츠 업체를 운영하는 윤재호 대표를 10년 전, 작가와 편집자로 만나 처음 인연을 맺었다. 그리고 두 사람은 쭉 교류를 이어오다가 의기투합하여 2015년 10월, 먼저 온라인 사이트 <고양이뉴스>(
www.catnews.net)를 오픈했다.
"좋아하는 걸 콘텐츠로 만들자는 생각이었어요. 우리가 뭘 좋아하지? 개, 고양이 다 좋아하지만 둘 다 다루기는 벅차고, 아직 이 땅에선 열악하지만 성장 가능성도 무궁무진한 고양이에만 주력하자는 결정을 했죠. 그렇게 먼저 <고양이뉴스> 사이트를 오픈하고, 한 달 후에 바로 <야옹이신문> 창간 준비호를 발행했습니다. 4면짜리 2천 부를 발행했는데 집사, 캣맘 분들이 아주 좋아하시는 거예요. '드디어 나올 것이 나왔다'는 반응에 힘을 얻어 2015년 12월 5일, 본격적으로 창간호가 발행됐죠." 물론 '기존의 메이저신문도 어렵다는데 종이신문이라니?'라는 주변의 우려도 많았다. 신문보다는 차라리 앱을 만들라는 조언도 들었다. 하지만 이들은 고양이의 이야기를 다룬다면 앱보다는 종이신문이 어울린다는 생각을 했다.
"한국에서 고양이의 현실은 지금도 열악하지만 예전에는 처참할 정도였습니다. <야옹이신문>에서 고양이의 소식을 전한다기보다 사연을 전해야 할 일이 더 많습니다. 단순히 소식과 정보를 남긴다면 온라인사이트와 앱만이 필요할지 몰라도 사연을 전해야 한다면 종이신문이 어울린다고 생각했습니다.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는 분들을 캣맘, 캣대디라고 하는데 이분들의 현실이 독재정권에 맞서 싸우던 80년대 운동권과 비슷한 현실이라는 이야기도 많이들 합니다. 그렇다면 그들에게 기관지가 필요하지 않겠는가? 야옹이신문은 캣맘의 기관지의 역할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생각도 있었죠."읽고 싶은 신문을 넘어 갖고 싶은 신문으로
<야옹이신문>은 독특하게 1면의 기사가 없다. 대신 1면에는 고양이 작가들이 그린 일러스트가 커다랗게 컬러로 실린다. 화제성을 위해 반려동물과 자주 묶여 등장하는 연예인 사진은 보이지 않는다.
홈페이지 <고양이뉴스>에도 고양이를 주제로 활동하는 작가들이 게시글을 올릴 수 있는 '고뉴 작가방'이 따로 마련되어 있다. 서양화, 민화, 봉제인형, 쥬얼리공예, 피규어, 시를 쓰시는 작가까지 거의 모든 예술 분야가 총망라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곳에서 인연이 되어 만난 작가들이 따로 '드로잉캣'이라는 창작 집단을 결성하기도 했다고. <야옹이신문>이 단순히 소식을 전하는 매체가 아니라 고양이를 뮤즈로 한 문화, 예술, 창작의 커뮤니티 장이기도 한 셈이다.
최근에는 온라인 쇼핑몰 <고뉴몰>을 개설하여 고양이 작가들의 작품과 제품을 다루는 판로를 열기도 했다. 대부분의 작가들이 개인적으로는 활동하고 있지만 제대로 판로를 개척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서로 '상생의 관계'를 맺고 있다고 박 편집장은 설명했다.
"저희 신문은 읽고 싶은 신문 수준이 아니라 갖고 싶은 신문, 보관하고 싶은 굿즈 개념의 신문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최상급의 종이를 사용하고 올 컬러로 인쇄합니다. 또 문화예술 분야에 큰 비중을 두고 있는데요. 편집장이 기자 출신이 아니라 작가 출신인 영향도 있겠죠(웃음). 고양이 그림, 사진, 만화 등에 신문의 반절 이상을 할애할 때도 있습니다. 여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길고양이 밥 주는 사람에게는 격려가 필요하지, 많은 잔소리는 필요 없습니다. 고양이를 싫어하거나 싫어하는 수준을 넘어 학대, 도살을 하는 사람도 있는데요. 이런 분들에게 가장 접근하기 쉬운 방법이 문화콘텐츠입니다. 고양이 캐릭터에 관심이 생기고 고양이가 주인공인 만화를 재밌다고 생각하다가 그것이 축적되면 아무래도 예전보다 낫지 않겠습니까. 고양이 캐릭터는 귀엽다고 하면서 고양이 밥자리 찾아다니며 뒤엎고 도살하는 경우가 흔치는 않지 않겠습니까?"고양이의 진짜 이야기를 끌어내기 위해
고양시 고양대로에 있는 고양이 회사 <야옹이신문>은 현재 8명의 직원이 함께하고 있다. 강아지를 키우는 직원도 있지만, 각자 고양이를 키우거나 고양이와 연을 맺고 있어 고양이는 일상이나 마찬가지다.
사무실 옆에는 길고양이 급식소를 운영하고 있다. 편집회의를 할 때는 콘텐츠 개발, 길고양이 인식개선을 위한 캠페인 아이디어, 취재거리와 신진 고양이작가 발굴 등에 대해 주로 고민한다. 적어도 <야옹이신문>에서 고양이는 가십거리로만 다루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예를 들어 칠레에서 일어난 일을 영국 매체가 보도했다고 합시다. 그걸 또 받아 적는 한국 매체의 기사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이는 팩트체크를 할 수 없는 흥미 위주 기사라고 생각합니다. SNS가 발달한 현재 속보성 기사도 큰 의미는 없습니다. 고양이 뉴스가 특종을 따내야 할 매체도 아니고요. 오래 두고 볼 기사, 고양이에게 이로울 기사, 고양이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위주로 발굴해 기사를 배치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편집부 외에 캣맘, 집사 사용자들이 직접 올리는 기사를 중시하고 유도하고 있고요."
<야옹이신문>은 1년에 3만 원의 발송료를 내고 정기구독할 수 있고, 고양이 전문 서점이나 쇼핑몰에서 유료로 구입해 배포하기도 한다. 광고를 받고 신문을 발행해 해당 업체에 주는 것은 독립성을 해치는 일이라 여겨 하지 않는다. 지금까지 뚝심 있게 집사와 캣맘의 이야기를 담아온 <고양이뉴스>와 <야옹이신문>, 앞으로는 어떤 모습일까.
"저희는 운영자와 사용자의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하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종이신문의 위기일 뿐만 아니라 온라인 커뮤니티 위기의 시기이기도 합니다. 소형 커뮤니티들은 이미 SNS에 빨려 들어가 흡수되고 있죠. 하지만 SNS와 커뮤니티 사이트는 성격이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SNS 홍수 속에서도 개성을 잃지 않는 고양이 커뮤니티로 발전해나갈 것입니다. <고양이뉴스>와 <야옹이신문>은 운영진, 편집부가 만드는 매체가 아니라 집사들이 스스로 만들어가는 매체가 되는 것이 궁극의 지향점입니다. 베테랑 캣맘은 길고양이 밥을 주는 데는 능숙하지만 길고양이 관련 글을 쓰는 데는 아무래도 서투를 것입니다. 고양이뉴스, 야옹이신문은 누구보다 고양이를 많이 알고 함께 생활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끌어내는 매체를 지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