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겨울 들어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뉴스를 듣다보면 밖에 나가기도 겁이 날 정도입니다. 급기야 미세먼지 때문에 서울시에서는 대중교통 무료 탑승까지 시행하기에 이르렀습니다. 1급 발암물질이라는 미세먼지가 문제는 문제인가 봅니다.
미세먼지로 인해 새로운 신조어까지 등장했다고 합니다. '삼한사미(三寒四微)'라고. 우리나라 겨울날씨 특징은 대개 '한 사흘 춥다가 한 나흘은 따뜻하다'하여 삼한사온(三寒四溫)이라 했습니다. 그런데, 말도 안 되는 삼한사미라니! '사흘 춥고, 나흘 미세먼지가 낀다'는 이야기이고 보면 답답할 노릇입니다.
요 며칠 북극한파가 몰려오고부터 다행히 미세먼지가 좀 잠잠합니다. 어떤 사람은 미세먼지보다 차라리 추운 날씨가 낫다는 말까지 합니다.
올 겨울은 미세먼지와 엄청난 추위가 몰려와서 난리입니다. 겨울나기가 참 힘듭니다. 언제나 봄소식이 오려나? 봄이 기다려집니다.
미세먼지에는 해조류가 좋다
미세먼지가 낀 날씨가 자주 등장하다보니 미세먼지에 좋은 음식이 매스컴에서 소개됩니다. 여러 가지 음식재료 중 바다에서 나는 해조류가 특히 좋다고 합니다. 미역, 다시마, 김, 파래 등의 해조류는 몸에 든 독소를 배출하고, 혈액을 맑게 해준다는 것입니다.
강화풍물시장 오일장 구경을 하는데, 곰피가 눈에 띄었습니다. 예년보다 일찍 나온 것 같습니다.
"아저씨, 이거 곰피 맞죠?""네. 맞아요!""얼마예요?""한 묶음에 2000원! 생미역은 1000원!"이처럼 값싼 반찬거리가 있을 수 있는가? 나는 두말없이 곰피 한 묶음을 샀습니다. 고무줄에 묶인 곰피가 꽤나 기다랗습니다. 아저씨는 둘둘 말아 비닐봉지에 담아줍니다. 잎이 도톰하고 줄기가 싱싱해 보입니다.
아저씨가 먹는 법을 설명합니다.
"이거 있죠? 소금물에 문질러 씻고, 끓은 물에 살짝 데치세요. 그러고 찬물에 헹궈 물기 빼서 잡수면 간단해요."
나는 겨울철에 곰피를 즐겨 먹어 손질법을 익히 압니다. 아저씨 설명이 낯설지 않습니다.
곰피는 겨울철에 먹어야
곰피는 쇠미역이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얼른 보면 미역처럼 보이지만, 미역과는 많이 다릅니다. 매끈한 미역보다 두껍고 구멍이 숭숭 뚫려있어 구분이 쉽습니다. 뿌리 쪽 줄기는 작은 원기둥 모양이고, 오톨도톨한 잎의 표면이 특징입니다. 미역도 다시마도 아닌 곰피는 겨울철에 나는 바다체소인 것입니다.
곰피는 11월부터 다음해 가을까지 걸쳐 자란다고 합니다. 지금부터 새봄이 시작될 때까지가 제철이고, 겨울에 먹어야 가장 맛있을 때입니다. 요즘은 종묘생산으로 양식이 가능하여 값이 무척 싸졌습니다.
곰피는 앞서 이야기했지만, 미세먼지 해독에 좋은 해조류입니다. 체내에 쌓인 독소를 배출하고 신진대사를 원활히 하는 데 효과가 있다고 알려졌습니다. 이는 곰피 표면에 있는 끈끈한 성분의 알긴산 때문입니다. 알긴산은 몸속으로 들어오는 유해물질이나 중금속을 흡착하여 체내에서 흡수되지 않고 빨리 배출하도록 돕는 역할을 하는 작용을 합니다.
무기질 함량이 많은 곰피는 뭉친 것을 풀어주고, 혈압을 조절하는 기능이 있다고 하여 많은 사람들이 즐겨 먹습니다. 곰피에 함유된 플로로탄닌은 간 기능 개선에도 도움을 줍니다. 또한, 저지방 저열량의 곰피는 식이섬유가 많아 포만감을 주어 다이어트에도 좋다고 합니다. 곰피는 생각보다 그 효능이 많습니다.
곰피를 달래장에 싸먹는 맛아내가 장보따리를 풀어보다 곰피를 발견하고 반가워합니다. 곰피쌈을 무척 좋아하는 편입니다.
아내는 고무장갑을 끼고 곰피 손질에 들어갑니다. 소금을 뿌려 찬물로 여러 번 문질러 지저분한 것들을 제거합니다. 그리고 팔팔 끓은 물에 곰피를 살짝 데쳐줍니다.
"여보, 여보! 이것 좀 봐. 곰피가 마술을 부려!"아내가 호들갑을 떨 만도 합니다. 갈색을 띤 곰피가 뜨거운 물에 들어가자 녹색의 색깔로 순식간에 변신을 합니다. 마치 마술을 부리는 것처럼 말입니다.
곰피 색깔이 변하자 아내는 금세 꺼내 찬물에 헹궈냅니다. 오래 데치면 곰피는 물러 별로입니다. 녹색의 곰피를 길쭉길쭉 잘라 그릇에 담습니다.
이제 쌈장을 만들 차례. 아내가 뭐가 좋을까 묻습니다.
"초장에 찍어먹을까, 아님 양념장을 만들까?""난 양념장이 좋을 것 같은데. 아참 달래 사왔잖아. 달래장이 좋겠다!"아내는 달래를 씻어 멸치액젓에다 양념장을 만듭니다. 들기름, 고춧가루, 참깨를 넣고 잔멸치까지 넣습니다.
우리는 김에 곰피를 얹고 뜨거운 밥을 달래장에 찍어 맛나게 먹습니다. 물미역보다 더 오돌오돌 씹히는 식감이 참 좋습니다.
미세먼지와 같은 게 어찌하여 우리의 건강을 위협할까요? 미세먼지는 문명의 이기인 자동차를 비롯하여 각종 산업시설 등에서 배출되는 물질이나 연료 연소에 의해 발생하였다고 보는 시각입니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쉽게 찾을 수 없다는 게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맑은 공기가 아닌 나쁜 공기로 숨을 쉬고 살아가야 하는 자연환경이 두렵습니다.
특별할 것도 없는 요리법으로 간단하게 먹는 곰피. 미세먼지로부터의 두려움을 조금은 줄여줄 것 같은 생각이 들어 더욱 맛나게 먹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