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고, 외고, 국제고 등의 입학전형 시기를 2019학년도 고입부터 후기 일반고와 동시에 하기로 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이 작년 12월 확정되었다. 이러한 정부 방침에 대해, '이는 자사고 등을 일반고로 전환하려는 수순이다' 라고 해서 이에 대한 이러저러한 반론이 제기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작년 12월 12일자 서울대 송호근 교수의 중앙일보 칼럼과 최근의 강남집값과 연계된 몇몇 언론기사이다. 이 칼럼에서 송교수는, 자사고 등의 후기 동시전형 방안에 대해 '자사고 말려 죽이기'라고 비판하면서, 그간에 자율형사립고(이하 자사고) 및 특수목적고(이하 특목고) 정책이 이룬 여러 성과를 강조하고 있다. 또한 최근 중앙일보 등 몇몇 언론에서는, 자사고 등의 후기 동시전형 방안이 이른바 '강남8학군' 부활의 신호탄이 되어 강남집값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우선, 팩트부터 확인한다. 송교수는, 광양제철고와 전주 상산고가 재단 또는 개인으로부터 지난 15년간 수백억 원의 출연금을 받았음을 강조한다. 사실이다. 그런데 모든 자사고와 특목고가 이러한 재단 출연금을 받고 있을까?
그건 아니다. 일단, 특목고에서는 이러한 사례가 전혀 없다. 자사고는 2010년 이전에 지정된 광양제철고, 전주 상산고 등 당시 '자립형' 사립고라 불렸던 6개 학교와 2010년 이후에 지정된 '자율형' 사립고 40여 개 학교로 나눌 수 있는데, 송교수가 언급한 내용은 바로 '자립형' 사립고였던 6개 자사고에만 해당되는 사실이다.
이들 '자립형' 사립고는 법정 재단 전입금 비율이 20%였던 것에 비해 그 외의 자사고는 법정 재단전입금 비율이 3~5%에 불과할뿐더러, 그나마 부담스러워 최근엔 자사고 지정 반납을 하는 사례도 있다. 결국 송교수가 말하는 '자립형 사학'이라 할 수 있는 학교는 모든 특목고와 자사고가 아니라 2010년 이전에 지정된 6개 자사고 정도라 할 수 있다. 최근에 자사고로 지정된 서울 하나고, 충남 삼성고 등의 경우엔 별도의 논의가 필요하다.
또한 송교수는, 특목고와 자사고에서는 맞춤형 수업, 교과교실제, 개인 연구, 무학년 무계열 통합수업, 교과 외 프로그램, 양서 읽기, 토론수업 등 일반고에선 상상할 수 없는 현장 개혁이 이루어졌다고 강조한다. 일부 학교에서 이러한 것들이 부분적으로 이루어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대다수 특목고와 자사고에서는 기존의 입시 위주 교육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주지의 사실이다. 오히려 최근엔 일반고에서 이러한 현장 개혁이 일어난 다수의 사례를 발견할 수 있다. 만약 대다수의 특목고와 자사고에서 위와 같은 현장 개혁이 이루어졌다면, 지난 대선에서 보았듯이 이들 학교의 일반고 전환 문제를 유력한 대통령 후보들이 서로 앞 다투어 공약으로 내걸지도 않았을 것이다.
한편 송교수는, 일반고 지원자는 10개가 넘는 학교 선택권이 있다고 했는데,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 각 시도별로 약간씩 다르지만, 자사고 문제가 가장 극심하다고 하는 서울의 경우엔 일반고 지원자가 최대 4개 학교를 선택하도록 되어 있다.
이 경우 각 일반고는 '학생선발권'은 없으며, '추첨'에 의해 배정을 받을 뿐이다. 반면에 이번에 후기 일반고와 동시전형을 하기로 입법 예고된 자사고, 외고, 국제고는 여전히 '학생선발권'을 갖고 있다. 사실 자사고 등 문제의 발단은 바로 여기서 시작된 것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한다.
다음으로, 의문점을 제기한다. 송교수는, 자사고 정책 덕분에 '강남 8학군 문제'가 해결됐다고 한다. 사실 여부는 차치하고라도 송교수가 생각하는 '강남 8학군 문제'는 무엇이었는가가 의문이다. 강남 8학군 문제는 '계층'에 의한 '교육 양극화'가 주된 문제였는데, 그렇다면 자사고가 이러한 문제를 해결했다고 보는 것인가? 오히려 확대되지는 않았는가?
또한 송교수는, 자사고가 '기러기 아빠' 문제를 해결했고, 서울 강남 집값을 잡는 데 일조했으며, 수도권 집중을 막은 것도 이들 덕분이라고 한다. 정말 그럴까? 영향을 미쳤다면 얼마나 미쳤을까? 최근 강남 집값 폭등은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는가? 수도권이라 할 수 있는 경기도는 그 인구가 올해로 1,300만 명을 넘어섰는데 이것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그리고 과연 자사고 정책의 목표가 이거였는가? 물론 송교수도 이것을 자사고 정책의 주된 목표나 성과라 생각하진 않았을 것이다. 자사고 정책은 이러한 부대효과까지 있는 좋은 정책이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교육 문제를 논의함에 있어서 교육 외적인 문제는 말 그대로 외적인 문제일 뿐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그런데 이러한 송교수의 관점은 최근 중앙일보 등 몇몇 언론기사에 의해 더욱 확산되고 있다. 이 기사들의 핵심은, 동시전형에 따른 자사고 등의 약화가 결국 '강남 8학군' 부활로 이어지고 있고, 그래서 최근 강남으로의 새 학기 이사 수요가 이상 징후를 보이면서 강남 집값 상승을 더욱 가속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이런 질문을 해본다. 강남8학군 이사 수요는 매매수요일까, 아니면 전세수요일까? 이른바 '강남 8학군' 학교에 추첨배정 받기 위해 20억, 30억 원이 넘는 강남 집값을 감당할만한 학부모가 얼마나 될까? 해당 기사들에서 실증적 자료라고 제시한 부동산중개업자와의 인터뷰를 보면, 이에 대해 대부분 '전세수요'라고 대답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강남 전세값은 매우 높아서 다른 지역의 웬만한 집을 팔아야 겨우 전세금을 충당할 수 있을까 말까 하다는 것이 주지의 사실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전세수요가 어느 정도 돼야 강남 집값을 밀어 올릴 수 있을까? 최근 강남 집값 폭등이 강남지역 전세수요와 얼마큼 관련이 있었을까? '강남 8학군' 부활론은 '조자룡의 헌칼'일 뿐이다.
그러나 '강남 8학군'이라는 것이 '강남'이라는 상징가치의 주요 구성 부분이었던 것이 사실이고, 이러한 '강남'이라는 '상징가치'가 최근의 강남 집값 폭등의 배경이 되고 있다는 점도 사실이다. 또한 강남지역 외에 목동지역이나 노원지역 등의 경우에도 유사한 양상을 보일 수 있다. 따라서 이참에 '강남 8학군'처럼 특정 지역이 상징화되는 것을 지양하는, 서울지역 전체 학군에 대한 발전적 재구성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이에 대한 구체적인 구상은 다른 기회에 설명하기로 한다.
한편 송교수는, 지난 정부는 끼를 살리라 했고 지금은 끼를 죽이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우리의 끼는 뭘까?'라고 묻는다. 그렇다면 다시 되묻는다. 우리 아이들의 끼는 무엇이며, 어떻게 키워지는 것일까? 자사고가 키운 우리 아이들의 끼는 무엇이며, 자사고는 이를 어떻게 키웠는가? 일부 언론에서 자사고가 열일을 한다고 주장하지만, 팩트는 그렇지 않다. 이제 자사고, 외고 등의 일반고 전환 문제를 본격적으로 논의할 때다. 이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할 점은, 과거와 현재를 넘어 우리 아이들이 맞닥뜨릴 미래 사회이다.
덧붙이는 글 | 김정빈 기자는 서울시교육청교육연구정보원에서 책임연구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