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잖아 인공지능 로봇이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는 시대가 도래할 것을 내다보고 있죠. 드론으로 농약을 뿌리고 농산품을 배달하고, 무인자율주행차가 거리를 활보하면, 그만큼의 인력도 운전자도 또 정비업체도, 교통순찰자도 그 일에 제한을 받을 수밖에 없겠죠.
만약 그 로봇이 살림을 돕는 로봇으로 상용화된다면 또 어떨까요? 하루아침에 그런 날이 오지는 않겠지만 그런 로봇의 출현이 곧 나타날 수도 있겠죠. 과연 그때가 되면 인간의 일자리는 물론이고, 인간의 영혼까지도 로봇에게 탈탈 털리는 시대가 다가올까요?
"우리는 로봇을 불법 이민자로 취급하고 쫓아내려고 시위를 벌일 것이다. 혹은 어떤 분야에서는 로봇을 환영하겠지만 다른 분야에서는 로봇을 배척할 것이다. 그도 아니면 실리콘밸리에서 목격되는 지역 분리 현상이 나타날 것이다. 즉 특정 마을이나 도시는 로봇 친화저인 반면 다른 마을과 도시는 로봇과 비유기적인 인간을 쫓아내려고 투쟁할 것이다."(111쪽)
리처드 왓슨의 <인공지능 시대가 두려운 사람들에게>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미래에 우리는 어떻게 살고 사랑하고 생각할 것인가" 하는 이 책의 부제처럼, 인공지능 로봇이 주도하는 시대를 어떻게 대처하고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지 고민하게 하는 책입니다. 한 마디로 말해 로봇이 주도하는 시대 흐름은 급속하게 다가오는데, 그 속에서 인간이 어떤 자세로 맞이해야 할지, 진지하게 성찰하게 하는 책이죠.
"빠르든 늦든 결국 무언가가 잘못될 것이다. 아마도 그래서 영국에서 자율주행 자동차를 타고 다니기가 꺼려진다고 답한 사람이 48퍼센트에 이르고, 그런 아이디어조차 '끔찍하다'고 답한 사람이 16퍼센트나 되었을 것이다."(201쪽)
자율주행 자동차가 주도하는 시대를 반갑게 여기지 않는 영국사회에 대한 진단이라고 할 수 있겠죠. 이것은 곧 디지털 시대가 주도하지만 그 속에서 여전히 아날로그 시대를 선호하는 층이 있다는 뜻과 같습니다. 아무리 자율주행 자동차가 편리함을 준다고 할지라도 불편을 감수하면서 직접 운전하기를 원하는 층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내가 사는 동네 역에는 자동매표기가 있다. 빠르고 대체로 믿을 만하지만 가장 싼 표를 사고 싶을 때가 문제다. 그런 표를 요구하면 기계는 침묵한다. 그런데 다행히 믹이 있다. 역장이다. 우리는 대화를 나눈다. 농담 따먹기도 한다. 믹은 내가 바쁘면 편지도 대신 부쳐주고 낯선 곳에 가야 할 때는 표를 어떻게 끊어야 할지도 알려준다."(249쪽)
자동매표기와 관련된 이야기지만, 그 속에서도 역장의 역할은 지대한 관심을 받고 있다는 뜻입니다. 한 마디로 말해 인공지능 로봇이 판을 치게 되면, 인간이 설 자리 즉 일할 자리는 그만큼 줄어들겠지만 그 속에서도 인간미 없는 로봇이 대체할 수 없는 관계지향적인 일을 하는 사람을 선호한다는 주장입니다. 그때 비로소 인간은 자신이 살아 있는 것을 느끼고, 삶 속에서 자기 존재와 가치를 느끼게 된다는 것입니다.
"다른 인간을 이해하고, 다른 인간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다른 인간과의 관계를 지원하는 모든 일자리를 보호받아야 한다. 교사, 간호사, 의사, 치과의사, 헤어 디자이너, 시인, 화가, 배우, 영화 제작자, 수공예품 제작자, 소설가, 심리학자, 동기부여 강사 등이 그들이다. 나는 또 중세에 선호되었던 명예라는 관념이 되살아날 것이라고 믿고 싶다."(264쪽)
이른바 기술 만능주의가 미래 시대를 선도하고 주도한다 할지라도, 그로 인해 인간의 일자리가 급격하게 줄어든다 할지라도, 인간으로서 존재와 그 가치를 일깨워 줄 직업은 인간의 필요에 의해 계속 존재하게 된다는 뜻입니다.
그 중에는 점성술사나 종교 종사자들도 예외이지 않을 텐데, 그만큼 인간은 서로의 마음과 마음을 나누고 이해함으로써 자신이 사랑받는 존재임을 깨닫는다는 것이겠죠. 그것이 곧 로봇이 대처하기는 힘든 일일 것이고요.
그야말로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시대요, 과학기술의 만능주의 시대 곧 인공지능 로봇이 주도하는 시대가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책에서 예측하고 있는 것처럼, 이 세상의 흐름은 언제나 논리적인 목표나 방향성대로만 움직이지 않았다는 것, 그 속에 내재돼 있는 인간의 사랑과 감정과 관계지향성이 오히려 더 큰 틀을 주도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주고 있으니, 이 책과 함께 보다 더 깊은 성찰을 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