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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 뱉은 물을 왜 다시 마셔."

예전에 안 좋은 관계가 생기거나 불편한 곳이 생기면 그 사람과 관계를 끊거나 불편한 곳으로 가는 발걸음을 멈추었다. 그리고는 혼잣말로 이렇게 말했다.

"내가 한번 침 뱉은 우물물은 다시 마시지 않는다."

사업할 때 섭섭하게 만든 사람들은 다시 만나지 않았으며, 친구들과의 관계도 마찬가지였다. 오프라인에서 뿐만 아니라 온라인에서도 이런 생각을 가지고 행동했다. 상대방에서 화해를 구해도

"침 뱉은 물을 왜 다시 마셔."

사회에서 만난 친구 한 명이 있다. 그가 대장이 되어 행하는 모임에서 함께 활동한 적이 있었다. 그는 동요를 만들어 아이들에게 부르게 하는 일을 했다. 그의 실력과 열정은 대단했다.

그 열정에 반해 그 모임에 참여하여 아이들에게 동시 지도를 하였다. 그리고 그가 만든 다른 모임에도 가입하여 함께 했다. 그런데 그 모임의 밴드에 글을 한 편 남겼는데, 그 글에 대한 그의 답변에 상당히 기분이 상하여 그 모임과 밴드를 탈퇴하였다. 몇 년간의 그와 내가 함께 한 일들이 단절되어버렸다. 그때에도 난

"침 뱉은 물을 왜 다시 마셔."

라는 말을 뱉었다.

 안 좋은 관계가 생기거나 불편한 곳이 생기면 그 사람과 관계를 끊거나 불편한 곳으로 가는 발걸음을 멈추었다
안 좋은 관계가 생기거나 불편한 곳이 생기면 그 사람과 관계를 끊거나 불편한 곳으로 가는 발걸음을 멈추었다 ⓒ pixabay

동네 목욕탕에 3년 정도를 월 목욕티켓을 끊어 다녔다. 카운터에 있는 직원들도 잘 알고 서로 인사도 하며 지냈는데, 몇 달 전 어느 날 목욕을 가니 월 티켓 유효기간이 끝났다고 들어갈 수 없다는 말을 했다.

"오늘 돈을 안 가져왔으니 내일 돈 가져와서 오늘 날짜로 끊고 좀 들어가면 안 될까요?"

라고 물었더니,

"전산 시스템상 안 됩니다."

딱 잘라 거절했다. 한 순간 섭섭한 생각이 들었다. '모르는 사이도 아니고 3년 넘게 월 티켓을 끊어 다닌 단골 목욕탕인데 너무한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자 화가 나기 시작했다.

'장사가 잘 되니 이제 단골도 몰라보고, 손님 너무 박대하는 것 아닌가?' 화가 나니 별의 별 생각이 다 들었다. 그리고는 아무 소리도 안 하고 돌아서 나왔다. 돌아서 나오면서 '다시는 오나 봐라'라는 생각을 하였다.

"당신 목욕 간다고 하더니 왜 그냥 왔어요?"

집에 오니 아내가 물었다. 사정을 이야기하고

"그 집엔 다시 안가. 침 뱉었어."

침을 뱉는 행위 자체가 나쁜 것이다

많은 관계가 그런 식이었다. 하지만 오늘 아침 한파로 수돗물이 얼었다. 몸이 근질거려 씻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하여, 할 수 없이 목욕탕엘 가고 싶었다. 동네에서 제일 괜찮은 곳이 침 뱉은 목욕탕이었기에 그곳엘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고민 끝에 가지 않고 다른 목욕탕엘 갔다.

새롭게 간 그 목욕탕은 시설이 형편이 없었고 돈도 기존에 가던 목욕탕과 똑같았다. 순간 '한번 침 뱉은 우물물은 다시 마시지 않겠다'라는 생각이 과연 바른 판단인가 하는 회의가 들기 시작했다. 모든 것에는 좋은 점과 나쁜 점이 있기 마련인데, 난 좋은 것은 보지 않고 나쁜 것만 보고 침을 뱉었다고 생각한 것은 아닌가 하는.

이제껏 내가 침 뱉은 것에 대해 하나하나 돌이켜 생각을 해보았다. 그 중에는 좋은 사람들도 많았는데, 단지 기분이 상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관계를 끊은 일들도 많았다. 그 중에는 나의 섣부른 판단으로 관계가 깨어졌지만, 자존심 문제로 먼저 화해의 손길을 내밀지 못한 일도 있었다.

물론 나와 성격과 환경 등 많은 부분이 맞지 않은 것은 할 수가 없는 일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고 숱한 세월을 교류하다 하나의 일로 상처를 받아 관계가 깨어진 것들에 대해서는 많이 아쉬웠다.

새로운 관계를 만드는 일도 좋지만 기존의 관계를 잘 유지하는 것은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예전에 침을 뱉었지만 관계회복이 가능한 사람이나 장소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을 해보기로 했다.

또한, '한번 침 뱉은 우물물은 다시 마시지 않는다'라는 나의 생각도 고쳐먹기로 했다. 우물에 침을 뱉는 행위 자체가 나쁜 것이다. 그리고 침의 양에 비해 우물물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기에 내가 뱉은 침은 금세 희석되어 우물은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다. 내가 상처를 받거나 기분이 나쁜 일이 상대방은 대수롭지 않은 일에 불과하다는 말이다.

우물은 괜찮은데 '침을 뱉었다'는 생각만 내 머리 속에 머물러 있을 뿐이기에 나를 향해 침을 뱉은 것과 다를 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마디로 나만 손해라는 말이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것을 인연이라고 말한다. 꼭 이해타산을 따지지 않더라도 인연이란 소중하다. 한 사람이 내 앞에 있는 것은 그 사람의 과거와 미래가 함께 있는 거라는 누군가의 글을 읽은 적이 있다. 그렇기에 하나의 세상이 내 앞에 있는 것이다.

살아오면서 많은 일들을 신중하게 처리하지 못 하였다. 즉흥적으로, 감정적으로 사람을 대하여 상처를 받기도 하고, 상처를 주기도 했다. 이제부터라도 좀 더 관계에 신중해지고 싶다.

"우물에 침 뱉는 것은 결국 내 생각에 침을 뱉는 행위이다."


#인간관계#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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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창한 이야기가 아닌 생활 속에 벌어지는 소소한 이야기를 담고 싶습니다. 들꽃은 이름 없이 피었다 지지만 의미를 찾으려면 무한한 의미를 찾을 수 있습니다. 그런 들꽃같은 글을 쓰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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