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빅터 차 주한 미국대사 지명 철회에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미국 세계정책연구소(WPI) 조너선 크리스톨 연구원은 1월 31일(현지시각) CNN 기고문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빅터 차를 주한 미국대사로 지명한 것은 탁월했으나, 이를 철회한 것은 어리석은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크리스톨 연구원은 "빅터 차가 광범위한 검증을 거쳤고 한국 정부가 그의 부임을 동의했음에도 지명을 철회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라며 "백악관이 빅터 차를 외면한 것은 나쁜 징조를 넘어 매우 위험한 일"라고 밝혔다.
그는 "빅터 차는 미국의 동아시아 동맹 분야에서 최고의 전문가(leading experts)이자 학술적 업적과 실무적 경험을 통해 널리 존경받는 인물"이라며 "그는 트럼프 행정부를 위해 일할 의지가 있었다"라고 소개했다.
전날 미국 언론은 백악관의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 지명 철회를 보도하며 빅터 차가 북한에 제한적 타격을 가하는 '코피 전략'(bloody nose)에 반대했다는 것을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그러나 크리스톨 연구원은 "트럼프 행정부가 빅터 차의 지명을 철회한 배경은 대북 군사공격에 대한 견해차라는 분석이 많지만, 나는 오히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둘러싼 논란이 더 큰 이유라고 본다"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FTA를 폐기하고 미국에 더 유리한 조건으로 재협상을 시도하겠다는 계획이지만, 빅터 차는 이를 반대하며 미국이 기존의 한미FTA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는 것이다.
"한미FTA 재협상, 누구도 하고 싶지 않을 것"크리스톨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자신의 보호주의 경제 관점을 따르며 한국 정부가 협상 테이블에 앉도록 설득할 수 있는 인물이 필요한데 빅터 차는 이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빅터 차뿐만 아니라 지식이나 경험을 갖춘 사람이라면 누구도 그 일을 하고 싶지 않을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전력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내놓으라고 요구하는 것에 밖에 없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대북 군사공격에 대해서도 "빅터 차 지명 철회는 트럼프 행정부가 누구도 바라지 않는 코피 전략을 준비한다는 것을 보여준다"라며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한미 합동군사훈련을 대북 공격으로 오인하게 만들 수도 있다"라고 강조했다.
크리스톨 연구원은 "지금 한반도에는 경험이 많고 뛰어난 외교관이 필요하지만 텔레비전이나 간단한 메모를 통한 정보 습득을 좋아하는 트럼프 대통령은 빅터 차의 수준을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고 비꼬았다.
그는 마지막으로 "불행하게도 트럼프 행정부가 1년 차를 넘어서고 있지만 전문성과 이성적 사고가 트럼프 대통령의 의사 결정에 전혀 영향을 끼칠 수 없다는 것을 누구도 충격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듯하다"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