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홍준표 대표와 유정복 인천시장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와 유정복 인천시장이 2일 국회에서 열린 제2차 상임전국위원회에서 대화하고 있다.
홍준표 대표와 유정복 인천시장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와 유정복 인천시장이 2일 국회에서 열린 제2차 상임전국위원회에서 대화하고 있다. ⓒ 연합뉴스

'꼰대'. 주로 젊은 사람이 나이든 노인이나 선생, 아버지 등을 낮춰 부를 때 사용하는 은어다. 권위적이고 고루하며 자기 중심적이고 구태의연한 기성세대, 그중에서도 나이든 남성을 비하할 때 사용하는 표현이 바로 '꼰대'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이 표현이 꼭 나이든 사람을 비꼬는 데에만 사용되는 것은 아니다. 젊은세대 사이에서도 '꼰대'는 엄연히 존재하고, 그들의 '꼰대질'이 사회적 문제가 되기도 한다. 또한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여성들 사이에서도 직장·학교 내 위계질서는 존재한다. 그렇게 본다면 '꼰대'라는 표현은 나이나 성별 등이 아니라 한 개인의 인식과 행동, 관념 등이 총망라된 관점의 문제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1일 온라인에서는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의 '꼰대' 발언이 뜨거운 이슈였다. 홍 대표가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여의도연구원 청년정책 자문위원 위촉장 수여식에서 "한국당 이미지 중 '꼰대' 이미지는 더불어민주당에서 낙인찍기를 한 것"이라고 발언한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홍 대표는 이날 자신과 한국당에 투영돼 있는 '꼰대'의 이미지를 털어내려는 듯 아주 적극적으로 방어기제를 폈다. 그런데 결론적으로 말해 홍 대표의 반박은 크게 공감을 얻지 못했고 오히려 역효과만 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이 '꼰대' 이미지를 낙인찍었다고 주장하면서도 정작 그 자신이 전형적인 '꼰대질'을 시전해 보였기 때문이다. 홍 대표의 이날 발언들을 훑어보자.

홍 대표는 "상대방을 규정하고 낙인을 찍기 시작하면 벗어나기 어렵다"며 "내가 문재인 대통령보다 한 살 밑인데 나보고는 꼰대라고 하고 문 대통령은 꼰대라고 안 한다"고 말했다. 여기서 알 수 있는 사실은 그가 생각하는 '꼰대'의 기준이 생물학적 나이라는 점이다. 그러나 주지한 것처럼 이는 어디까지나 인간과 사회를 바라보는 인식론적 관점의 문제다. 이처럼 고차원적이고 형이상학적인 개념을 단순히 나이의 문제로 '퉁'치는 홍 대표의 인식이야말로 여지없는 '꼰대질'이라 할 만하다.

그런가 하면 홍 대표는 또 "내가 나가면 말을 빙빙 안 돌린다. 잘못하며 기자도 야단친다"며 "나는 생방송에서도 '그것도 질문이라고 하냐'고 야단을 친다'. 아버지가 자식 가르치듯 하니 꼰대라고 하는데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어 "못된 것은 바로 잡고, 잘못된 것은 지적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눈치보고 넘어가는 세상이 돼선 안 된다"며 "젊은이도 잘한 것은 격려하고 잘못한 것은 야단쳐서 바로 잡아야 한다. 그걸 꼰대라고 표현하는 사람은 나쁜놈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너 진짜 맞는 수가 있다"... '할 말, 못 할 말' 못 가리는 꼰대들

'꼰대'들의 특징 가운데 하나가 바로 때와 장소를 구분하지 못하고, 할 말 안 할 말을 가리지 못한다는 것이다. 홍 대표는 자신의 행위를 마치 무용담이라도 되는 것처럼 늘어놓고 있지만, 막상 당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이런 곤혹스러움이 또 없다.

때와 장소에 따라 말과 행동을 가려해야 한다는 건 초등학생들도 알고 있는 상식이자 사회의 도덕률이다. 그러나 홍 대표는 그동안 이같은 보편적 상식에서 벗어난 언행을 자주 연출하며 빈축을 샀다. 민감한 현안을 질문하는 기자에게 "너 진짜 맞는 수가 있다"는 무지막지한 폭언을 하는가 하면, 대학생들과의 미팅 자리에서는 "이대 계집애들 싫어한다"는 여성비하적 인식을 서슴없이 드러내기도 했다.

경남도지사 시절에는 도의원을 향해 '개', '쓰레기' 등의 막말을 퍼부어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고, 지난 대선 기간에는 '돼지발정제' 논란으로 시민들을 '경악'하게 만들기도 했다. 이밖에도 홍 대표가 막말 등 언어폭력으로 구설에 오른 경우는 부지기수다. 오죽하면 홍 대표의 막말이 '보수혁신의 걸림돌'이라는 같은당 동료의원의 비판까지 터져 나왔을까.

홍 대표가 자신의 행위를 자식을 가르치는 아버지에 비유한 것도 생각해 볼 일이다. 부모가 자식의 잘못을 지적하고 나무라는 건 지극히 자연스러운 훈육의 과정이다. 그러나 그 안에도 지켜야 할 원칙과 기준이 있다. 그가 간과하고 있는, 혹은 착각하고 있는 것이 바로 이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두 대상 사이의 신뢰를 결정짓는 것은 관계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전적으로 방식과 태도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홍 대표의 행태 속에는 상대방을 동등한 인격체로 인정하고 배려하려는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 대신 자신에 대한 도전을 용납치 않는 극강의 권위주의와 자신만 옳다는 오만과 독선이 도드라져 보일 뿐이다. 홍 대표에게서 시대정신과 흐름을 역행하는 수구냉전적 사고와 인식,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막말과 인격 모독적 행동이 자주 목격되는 이유일 것이다.

정제되지 않은 말은 정제되지 않은 사고에서 기인한다. 홍 대표의 '꼰대' 발언에 누리꾼들의 냉소가 쏟아지고 있는 것은 그 때문이다. 자신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막말과 폭언을 일삼는가 하면, 정부정책을 비판하는 시민을 '종북'으로 낙인찍는 등 누구보다 '꼰대질'에 앞장서 왔던 홍 대표가 아닌가. 그런 그가 뜬금없게도 '꼰대'의 정의에 대해 일장 연설을 늘어놓고 있으니 실소가 터져나올 수밖에 없지 않은가 말이다.

'꼰대'가 되지 않으려면 정확한 현실 인식은 기본이다. 자기가 하는 말과 행동이 사리에 맞는지 분별해야 하고, 상대방이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파악하는 직관 능력도 있어야 하며, '꼰대'에 대한 확실한 개념 정리 또한 필요하다. 이런 최소한의 노력도 없이 '눈치코치' 없이 훈계질을 했다간 십중팔구 '꼰대'라는 소리를 듣기 십상이다. 홍 대표의 '꼰대' 발언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최소한 어디가서 '꼰대'라는 소리는 듣지 말아야 할 것 아닌가.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기자의 블로그 '바람 부는 언덕에서 세상을 만나다'에도 실렸습니다.



#홍준표 꼰대 발언#막말 준표#홍준표 막말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사람 사는 세상을 꿈꾸는 1인 미디어입니다. 전업 블로거를 꿈꾸며 직장 생활 틈틈히 글을 쓰고 있습니다.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드립니다.

행복의 무지개가 가득한 세상을 그립니다. 오마이뉴스 박혜경입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