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지역 시민단체들이 전국 최저 수준에 머무는 부산 지역 3·4인 기초의회 선거구의 대폭 확대를 담은 새로운 획정안을 제안했다. 국회의원의 지역구 관리책이란 오명에서 벗어나 풀뿌리 정치를 자리 잡게 하자는 요구인 셈인데, 선거구획정위원회와 시의회, 부산시가 이를 받아들일지가 관건이다.
현재 모두 70곳인 부산지역 기초의회 선거구 중 2인 선거구는 52곳으로 74%에 달한다. 3인 선거구는 18곳. 4인 선거구는 단 한 곳도 없다. 시민단체들이 구성한 '정치개혁시민행동'(아래 시민행동)은 지금의 구조가 거대 정당의 기초의회 진출만을 쉽게 한다고 지적한다.
광역의회를 기준으로 보더라도 지난 지방선거에서 당시 새누리당은 부산에서 58% 가량을 득표했지만, 시의회 지역구 42곳 전체를 가져갔다. 시민행동은 표의 등가성과 비례성을 고려했을 때 현행 선거구제가 진정한 대표성을 띠지 못한다고 보고 있다.
시민행동이 제안한 기초의회 선거구에서는 현재 하나도 없는 4인 선거구가 16~17곳으로 늘게 된다. 3인 선거구도 23~25곳으로 증가한다. 대신 절대 다수인 2인 선거구는 6~7곳으로 대폭 줄게 된다.
"부산은 사실상 승자가 독식하게 선거구를 만들어"
시민행동은 8일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이러한 내용을 담은 시민사회안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이와 비슷하게 되어야 중선거구제라 할 수 있다"면서 "2인 선거구는 의원 정수의 한계나 지역적 특성상 불가피할 때만 획정하는 것이 중선거구제의 기본 정신에 부합한다"라고 주장했다.
시민행동은 3·4인 선거구제의 확대가 지방자치의 본래 뜻을 실현하는 방안이라고도 강조한다. 부산 민변 사무국장인 이정민 변호사는 "다른 시도는 4인 선거구를 두지만 부산은 사실상 승자가 독식하게 선거구를 만들었다"면서 "현재로서는 국회의원을 정점으로 해서 시·구의원으로 이어지는 종속 구조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결정권이 있는 선거구획정위원회와 부산시의회, 부산시가 시민사회의 제안을 수용할지의 여부이다. 그동안 자유한국당을 중심으로 한 부산시의회는 3·4인 선거구제 확대에 부정적인 태도를 가져온 것이 사실이다. (관련기사:
부산 기초의회 '4인 선거구제' 늘어날 수 있을까?)
특히 3·4인 선거구제 확대에 반대 목소리를 내는 쪽은 득표 3~4위까지 당선하는 선거구가 생겨나면 낮은 득표율로도 당선될 수 있고, 선거구도 넓어져 생활밀착형 선거가 힘들어지는 동시에 선거 비용도 늘어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시민행동은 한 선거구에서 10명 내외까지도 뽑는 일본의 사례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말하며 결국 반대 주장이 거대 정당의 유불리를 위한 논리라고 반박하고 있다.
시민행동은 시민사회의 안을 관철하기 위해 계속 노력해나가겠다고 밝혔다. 고호석 시민행동 상임대표는 "시민사회의 안은 부산시와 시의회 상임위, 선거구획정위원 개개인에게 설명할 것"이라면서 "자기 이익만 추구하면 결코 그냥 보고 있지 않겠다는 것을 행동으로도 실천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