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오전 11시 강원도 인제 스피디움. 기자 눈 앞에 커다란 크기의 대형 트럭 여러대가 서 있었다. 주로 모터스포츠 경기 등으로 사용돼 온 자동차 전용 서킷에 이처럼 대형 트럭이 들어선 것은 매우 이례적이었다. 이날 행사는 스웨덴 상용차 업체인 스카니아의 한국법인인 스카니아코리아그룹(아래 스카니아코리아)이 새로운 트럭을 내놓으면서, 국내 기자들을 초청해 마련한 것.
기자도 생애 처음으로 대형 트럭를 운전해봤다. 사실 이같은 트럭을 일반도로에서 운전하려면, 1종 대형면허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처럼 서킷에서는 일반 운전면허만 있어도 가능하다는 것이 주최 쪽의 설명이었다.
기자가 탄 차종은 지(G)450 노멜 에센스로 전체 길이만 6850mm, 넓이는 2495mm, 높이만 3570mm에 달한다. 차량 무게만 해도 8900kg이다. 9톤 가까이 되는 큰 트럭이다. 총 배기량은 1만 2742cc이며 최고출력 450마력, 최대토크 45kg.m이다. 왠만한 일반 승용차보다 배기량이나 출력 면에서 4~5배이상 크다.
인제 스피디움은 국내 서킷 가운데 높낮이가 큰 것으로 유명하다. 따라서 이날 시승 차량에는 교육 및 안전을 위해 전문가가 함께 탔다. 기자는 약 3.9km의 인제 서킷을 2바퀴 돌면서 스키니아의 새로운 트럭의 언덕 등판 성능과 브레이크 기능을 주로 경험했다. 트럭 뒤에는 덤프나 트레일러, 콘테이너 박스 등을 새롭게 장착할 수 있도록 돼 있다. 따라서 이날 시승 차량들에도 각기 다른 화물 및 특수장비를 달고 있었다.
운전석에 오르는 자체가 마치 산에 오르는 듯한 기분이었다. 모든 것이 새로웠다. 대형 운전대(스티어링휠)부터 큼지막한 버튼들, 널직한 공간까지. 주차 브레이크의 작동도 일반 승용차와는 완전히 달랐다. 운전대 오른쪽 상단에 위치해있으며 감속 페달(브레이크)을 밟고, 손으로 잡아당겨 내리고 올리는 식이다.
난생 처음, 9톤 트럭으로 인제 서킷을 돌다
운전석에 앉아 함께 탄 전문가로부터 사전 안내를 들은후, 천천히 가속페달을 밟았다. 기자가 탄 트럭의 뒤에는 14톤의 짐을 실은 콘테이너 박스가 달려 있었다. 일반 승용차였다면 이미 앞으로 이동했을법도 했지만, 트럭은 생각만큼 앞을 가지 못했다. 뒤의 짐이 무거웠기 때문이다. 또 차로 전달되는 중량이 몸 전체로 느껴졌다. 생각보다 가속 페달을 좀더 깊게 눌러 차체를 움직여 서킷에 들어섰다. 페달은 가벼웠지만, 차체는 상당히 무거웠다.
기자가 느끼기에도, 운전대와 가속 페달 감각은 일반 차량과는 완전히 달랐다. 살짝만 돌려도 좌우 조향이 가능한 승용차와 달리, 바퀴와 차체의 각도 변화가 어느 정도인지 예상하기가 쉽지 않았다. 가속 페달을 밟는 데도 애를 먹었다. 언덕에 오를때 기어의 단수를 5단으로 맞추고, 1400 알피엠(rpm)을 유지해야 했다. 그런데 적당한 수준의 압력을 가하는 것이 어려웠다. 타이밍을 놓치니 기어가 1단으로 뚝 떨어졌고, 이내 차는 꿀렁이며 언덕을 아주 천천히, 힘겹게 올랐다. 두번째 주행에서야 겨우 5단으로 시원하게 언덕을 지날 수 있었다.
경사가 완만한 내리막 길과 오르막 길에서는 리타더 브레이크도 사용했다. 리타더 브레이크는 주로 대형 트럭 등에 사용된다. 이 브레이크 또한 새로운 경험이었다. 가속 페달을 밟을 필요 없이 운전대 뒤 오른쪽에 위치한 리타더 레버를 위-아래로 움직이면 속도 조절이 가능했다. 보다 빠르고, 쉽게 속도를 높이거나 줄일수 있었다. 리타더는 감속 페달 대신 배기 구멍 등을 조절해 차량의 속도를 줄이도록 해주는 장치다.
승용차와 전혀 다른 운전 세계...온 몸으로 전해지는 묵직한 차량 무게이날 스카니아코리아가 소개한 신차는 올 뉴 스카니아. 회사에서 약 20년 만에 선보이는 새 얼굴이다. 스카니아 본사는 뉴 스카니아의 아시아 첫 출시 국가로 한국을 낙점했다. 시장의 중요도 때문이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스웨덴 본사의 에릭 융베리(Erik Ljungberg) 기업홍보총괄 수석 부사장은 "한국은 스카니아에게 중요한 시장이며 앞으로도 더욱 더 이러한 관계를 발전시킬 의향이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한국 정부가 환경 규제 측면에서 가장 깐깐하고 엄격한 기준을 요구, 여기서 (규제를) 통과하면 다른 시장에서도 가능하다"라고 설명했다.
카이 파름 스카니아코리아 대표이사 또한 환경 규제를 언급하며 국내 시장의 중요성을 피력했다. 그는 "한국은 안전성에 가장 집중하고 있는 곳으로, 스카니아도 안전성을 중시하기 때문에 우리에게 잘 맞는 시장"이라고 강조했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개최도 영향을 미쳤다.
파름 대표이사는 "동계올림픽에 맞춰 평창에 스웨덴 아레나가 운영 중이다"라며 "스카니아가 한국 시장에 투자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스웨덴 아레나는 용평리조트에 마련됐으며 스카니아는 S650 등 올 뉴 스카니아의 주요 차종을 전시한다.
올 뉴 스카니아는 회사 역사상 가장 오랜 기간 공을 들인 신차다. 연구개발에 소요된 시간은 약 10년이며 비용은 20억 유로(한화 약 2조 7000억 원)가 투입됐다. 차체부터 동력계에 이르기까지 완전히 새롭게 탄생한 차다. 국내 판매 차종은 410마력~650마력의 성능을 제공하는 신형 알(R)-지(G) 시리즈와 에스(S) 시리즈 10종으로 구성됐다.
16리터 V8 엔진은 기존 이지알(EGR) 엔진에서 에스씨알(SCR) 엔진으로 변경됐다. 이를 통해 무게가 최대 80kg 가벼워졌으며 브레이크 에어 컴프레서 및 냉각수 펌프 등도 개선해 연료 효율이 최대 8% 향상됐다. 에릭 달베리(Erik Dahlerg) 인증 총괄은 "EGR을 더 이상 사용 안하기 때문에 국가별 규제를 충족하기 위해 요소수를 더 쓰고 이를 통해 개선된 연료 효율을 달성했다"고 설명했다. SCR은 선택적 촉매 환원 장치로 요소수를 기반으로 하는 첨가제, 애드블루(AdBlue)와 함께 반응해 배출가스 내의 질소산화물을 분해한다.
스카니아, 10년 공들인 신차 한국서 아시아 첫 선회사쪽에선 무엇보다 안전성에 만전을 기했다고 설명했다. 전 차종에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ACC), 긴급 브레이크(AEB), 차선 이탈 방지(LDW, 차체 자세 제어장치(ESP)를 기본으로 탑재했다. 이전보다 성능이 좋은 센서와 카메라를 사용해 전체적인 시스템이 개선됐다. 송강섭 상품기획 이사는 "이번에 차선 인식율을 높인 소프트웨어를 함께 개발하는 등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최적화가 이뤄져 과거에 고객들께서 우려하던 부분이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특히, 대형 차량일 수록 중요한 제동(브레이크) 성능이 좋아졌다. 기존보다 시속 80km에서의 제동거리가 2m 가량 짧아졌다. 브레이크 챔버가 30인치로 확장돼 이전 세대보다 5% 개선된 제동력을 제공한다. 운전자를 위한 안전사양도 강화됐다. S650에는 상용차 최초로 사이트 커튼 에어백이 적용됐다. 아래 차종에는 전면 에어백이 들어간다.
편의사양도 추가됐다. 상용차 업계 처음으로 애플의 카플레이 엔터테인먼트 시스템도 이용할 수 있다. 거주성도 높였다. 차종에 따라 내부 높이가 최대 2m 7cm, 길이 2m로 늘어났다. 왼쪽 상단의 수납장은 기존 대비 300cm 늘어난 893cm로, 업계 최고 수준의 적재 공간을 제공한다. 침대는 최대 1m 확장 가능하며 매트리스도 최고급으로 준비했다. 더욱 얇아진 A-필러로 가시성을 넓혔다. 전승원 세일즈&마케팅 담당 전무는 "올 뉴 스카니아는 집처럼 편안하게 만드는게 목표"였다고 말했다.
향후 스카니아코리아는 국내 시장에 대대적인 투자를 단행한다. 현재 준비 중인 동탄 서비스센터를 포함해 2023년까지 서비스센터를 33개로 확대한다. 이를 위해 170억 원을 투자하며, 50명을 추가 고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