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콥 주마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이 전격 사임했다
AP, CNN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14일(현지시각) 주마 대통령은 긴급 연설을 통해 "대통령직에서 즉각 사임하겠다"라며 "남아공 국민과 아프리카민족회의(ANC)를 위해 계속 봉사하겠다"라고 밝혔다.
다만 그는 "작년 12월 시릴 라마포사 부통령이 ANC 대표에 선출된 이후 나의 조기 사임을 촉구한 당의 방식에 동의하지는 않는다"라며 "하지만 나로 인해 당이 분열되는 것은 바라지 않는다"라고 불만을 나타내기도 했다.
아파르트헤이트(인종분리정책) 철폐 운동으로 10년간 옥살이를 한 주마 대통령은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의 후계자로 꼽힌다. 그는 지난 2008년 당내 권력투쟁 끝에 집권에 성공하며 대통령에 올랐다.
그러나 주마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각종 부패 의혹에 시달려왔다. 사저를 개·보수하는 데 국고를 쏟아붓고 기업들로부터 뇌물을 받았다. 취임 전인 2005년에는 친구의 딸을 성폭행한 사건으로 피소되기도 했다.
주마 대통령이 연루돼 재판 중인 범죄 혐의는 783건에 달한다. 가장 주목받던 신흥국이던 남아공은 주마 대통령이 집권하는 동안 남아공 경제는 추락하며 실업률이 28%에 달하고 국민들 분노가 들끓었다.
지지율 추락으로 정권 연장이 어려워지자 집권당 ANC는 주마 대통령의 사임을 요구했다. 주마 대통령은 완강히 거부하다가 ANC가 불신임 투표안을 표결할 것이라고 '최후통첩'을 보내자 결국 임기를 1년 4개월 남겨두고 사임했다.
남아공 의회는 이르면 오는 15일 라마포사 부통령을 대통령으로 선출할 것으로 보인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라마포사 부통령은 지난해 12월 ANC 대표로 선출되며 차기 대통령으로 꼽혀온 인물이다.
한 전문가는 "주마 대통령은 수백만 남아공 국민, 특히 가난한 사람들에게 희망을 선사했으나 재임 중 수없이 많은 위법 행위로 명예가 실추됐으며 이제는 부패의 대명사가 되고 말았다"라고 평가했다.
BBC는 "주마 대통령의 사임은 한 시대의 끝을 알리는 것"이라며 "아직 민주주의 열기가 살아있는 남아공의 많은 국민들이 부패의 시대, 분열의 시대가 끝난 것을 기뻐하고 있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