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흥동은 1980~1990년대만 하더라도 대전 유흥의 중심이었지만 지금은 쇠퇴한 상권으로 인해 조금은 썰렁한 느낌이다. 대전에 사는 사람이나 살아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한밭은 대전의 옛 지역명으로 그중에 크게 일어날 것이라는 의미의 '대흥'(大興)은 중심 중에 중심이었다. 백제시대에는 우술군이었는데 옛 지명인 테미가 남아 있는 것은 백제의 치소였던 테미성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대전에는 백제와 관련된 흔적이 많지는 않지만 한밭의 지명에서 보듯이 조금만 높은 산에서 봉화를 올리면 인근 지방까지 보일 정도였다. 성모초등학교의 교가에서 보면 계족산 봉화대에 불을 밝혀라라고 시작되는 것을 보면 이와 무관하지는 않을 듯하다.
지금은 문화예술을 보여주는 장소로 활용되는 이 건물은 1958년에 대전 국립농산물 품질관리원의 관공서 건물로 지어진 곳이다. 주 출입구는 아치형으로 만들어졌는데 해방 이후에 건축된 건물로는 마치 일제시대에 건축된 근대 건축 성향을 보여주는 느낌이다.
올해는 대전창작센터 개관 10주년을 맞이하는 해로 대전 블루스 (Daejeon Blues) 전이 열리고 있었다. 대전창작센터에서는 매년 다양한 예술 전시전을 열고 있는데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예술가들에게는 좋은 기회와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일명 이곳은 대흥동립만세를 꿈꾸며 문화 부흥을 꿈꾸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형태의 예술관을 '열린 미술관'이라고 부르는데 문화 수요자인 대중들에게 쉽게 접근하기 위해 찾아가는 미술관, 작은 미술관을 지향하며 다앙햔 대안문화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지역 미술문화의 인프라 구축 및 미술문화 대중화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정형화된 화이트 큐브에서 벗어나 공공미술관으로서 그 역할을 수행한다.
안에서 계속 사람 목소리가 나서 들어가 보았더니 관객들이 좀처럼 만나지 못했던 독립예술영화가 상영되고 있었다. 최근의 오락성이 강조되는 영화에서 벗어나 때로는 영화를 예술로서 읽고, 보고, 느낄 수 있는 영화문화를 위해 공간이 활용되고 있다. 영화가 가져야 하는 사회적 의무나 철학적 사유를 음미하고 고전적 영화의 가치를 재발견하는 시간을 가져볼 수 있다.
찾아보려야 찾아보기 힘든 영화 속 한 장면이나 독립예술영화의 한 장면도 아트시네마에 걸려 있어 잠깐 맛볼 수 있다. 독립예술영화가 가지는 가치는 예술이 가진 다양성과 실험성일 것이다. 실패하면 안 되는 대규모 자본 투자 영화의 경우 보편적인 가치만 추구할 수 있다. 그러나 독립예술영화는 아무도 관심 가지지 않는 사회의 이면이나 약자들의 삶을 엿볼 수 있다. 그리고 이런 영화가 많이 제작되면 알려지지 않은 무명의 배우들도 자신의 실력을 쌓아 대중들에게 나설 수 있게 된다.
일부 감상해본 작품도 있지만 이곳에 걸린 작품들 상당수는 처음 보는 작품들이다. 사회 소통구조를 대변하는 예술은 창작과 향유에 있어서 자유로울 필요가 있다. 그래서 대흥동립만세를 개최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고 하다. 대전 도심 역사에서 대흥동, 은행동, 선화동은 주요 공간이었지만 인구가 증가하고 새로운 도심이 개발되면서 급격한 변화 속에 잊히고 있었다.
하나의 창은 나를 바라보는 또 하나의 방법이다. 창 밖을 보지 못하면 영원이 자신 안에 갇혀 있게 된다. 비용이나 여러 가지 사정으로 인해 대전 구도심의 활성화는 아직도 요원하기만 하다. 전국에 있는 수많은 도시들의 구도심 활성화의 중심에는 예술이 있었다. 예술로서 바뀌게 될 공간은 예술적인 색채를 넘어서 사람이 사는 공간으로서 그 의미가 부여가 될 것이다.
어디를 가던지 대로가 있고 골목이 있다. 계획된 도시의 골목은 비교적 넓은 편이지만 구도심의 골목은 좁고 후미지고 어둡기까지 하다. 밤의 골목이 조금 부담스럽다면 한낮 골목을 탐방해보는 것은 어떨까.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던 그 골목에서 당신만을 위한 메시지를 만날 수도 있고 그런 골목을 찾다 보면 사랑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대전 예술창작센터에 오면 짙어가는 인생의 깊은 맛이 느껴진다. 설치예술도 있고 오래된 영화나 만나기 힘든 독립예술영화들도 있다. 그리고 낯설어 보이는 구도심의 일상과 풍경들과 사람 사는 이야기가 곳곳에 있다.
1970년, 1980년, 1990년대를 떠올리는 손때 묻는 풍경이 공존하는 대흥동 일대는 낡고 허름해 보이는 것을 일부 활용하고 곳곳에 아날로그적인 풍광을 남겨두어 과거와 미래를 이어주고 있다.
대전창작센터 개관 10주년 기념대전 블루스 Daejeon Blues2018년 1.17 ~ 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