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내일(23일) 방한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녀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보좌관과 저녁식사를 함께할 예정이다.
청와대의 핵심관계자는 22일 오전 "미국 측에서 오늘 새벽에 백브리핑 형태로 알렸던데 내일 이방카 보좌관이 문 대통령을 예방하고 만찬을 한다"라면서 "만찬은 상춘재에서 진행될 예정이다"라고 전했다.
이에 따라 문 대통령이 지난 10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등 북한 고위급 대표단과 만나 나눴던 대화 내용을 이방카 보좌관에게 전달할지 주목된다. 당시 김 부부장은 문 대통령에게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하면서 북한 방문을 요청한 바 있다.
이방카 보좌관은 평창 동계올림픽 폐막식에 참석하는 미국 대통령 사절단을 이끌고 방한한다. 한국에 머무는 3박 4일간 문 대통령뿐 아니라 정부 고위인사들과도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983년 4월 준공된 상춘재(常春齋)는 전통 한옥 건축물로 해외 정상 등 외빈 접견에 주로 사용되는 곳이다. 문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한미 확대정상회담이 끝난 직후 트럼프 대통령 부부와 환담한 곳도 상춘재였다.
문 대통령이 상춘재에서 이방카 보좌관과 만찬을 한다는 것은 그를 '정상급'으로 예우한다는 것을 뜻한다. 청와대 관계자도 "아무래도 미국 올림픽 대표단으로 오시는 거니 극진히 모셔야 한다"라며 "상춘재라는 장소의 의미를 잘 생각해 달라"라고 말했다.
펜실베니아대 와튼 스쿨을 졸업한 이방카 보좌관은 '미스 Teen USA'와 잡지 모델 등을 거쳐 현재 백악관 보좌관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에서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포함됐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절대적인 신뢰를 바탕으로 미국 행정부의 정책에 깊이 관여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외교·안보 전문가인 김종대 정의당 의원은 전날(21일) YTN 라디오 '곽수종의 뉴스 정면승부'에 출연해 "이방카는 김여정과 잘 대비되는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 에이전트(대리인)다"라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가장 큰 영향력 줄 수 있는 확실한 통로다"라고 평가했다.
김 의원은 "청와대 쪽에서는 김여정을 상대하는 데 공을 들였듯이 이번에는 (이방카와의 만남을 통해) 미국에 공을 들이는 것으로 이해된다"라며 "문 대통령이 이방카와의 대화 시간과 분위기를 어떻게 끌고 가느냐가 중요하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김여정과는 두 시간 넘게 대화했기 떄문에 이방카와도 그만한 또는 그에 못지않은 시간을 할애하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직접 대화하는 모양새를 가져간다면 이것은 북미 간 상당한 수준의 간접 대화가 있는 거로 봐야 한다"라며 "지금이 마지막 기회라는 느낌이 자꾸 들고, 이것이 문재인 대통령에게는 집권 전반기의 최대 승부처여서 굉장히 심혈을 기울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한편, 청와대가 김여정 부부장과 펜스 미국 부통령의 만남을 주선했다는 보도와 관련해 청와대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확인해드릴 수 없는 사항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