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철이 한국 땅을 밟는다면 긴급체포하거나 사살해야 할 대상이다."북한이 22일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을 평창동계올림픽 폐회식에 보내겠다고 통보하고, 정부가 이를 수용하자,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격한 반응을 내놨다.
자유한국당 전체로도 이날 "김영철은 대한민국을 공격한 주범으로, 대남 정찰총국 책임자로서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목함지뢰 도발을 주도한 자"라며 "한국당은 김영철의 방한을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불허 결정'을 요구하고 있다. 이 문제를 이슈화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얘기한 것이다.
엄밀하게 얘기하면 25일 경의선 육로를 통해 오는 김영철 통전부장의 남쪽 방문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북한군 정찰총국장 겸 국방위원회 서기실 책임 참사 시절인 2014년 10월 15일 우리측의 류제승 국방부 정책실장과 군사회담을 했다. 당시 회담 장소가 판문점 우리측 통일의 집이었다.
한국당이 지금 보이는 '결사항전'의 모습으로 볼 때, 한국당이 이름만 바꾸기 전 새누리당은 2014년 당시에 김영철에게 물리적 행동을 가하기 위해 움직였어야 하지 않을까. 판문점 JSA(공동경비구역)내 남측 경비는 유엔군 사령관 실제로는 주한미군 사령관의 지휘를 받는 한국군 경비대대가 책임지고 있다. 그래서 한국군을 직접 움직이기는 어려움이 있지만, 지금처럼 '사살'을 말하는 정도의 결기라면 칼을 빼서 호박을 자르는 시늉이라도 했어야 하지 않을까.
당시 새누리당 대변인, "일련의 상황들은 매우 바람직" 환영 논평
그러나 당시 새누리당은 김영철이 나선 남북 군사회담 다음날인 10월 16일 "비록 현재 남북관계가 대화와 도발의 국면을 오가는 상황이기는 하지만 대화의 시도가 끊임없이 이뤄지고 있는 일련의 상황들은 매우 바람직하다"(권은희 당 대변인)는 환영 성명을 냈다.
당시는 가뜩이나 남북관계가 악화된 가운데 서해상 남북 함정간 교전 사태(10월 7일)까지 벌어졌다. 박근혜 정부와 당시 집권당인 새누리당으로서는 사흘 전인 10월 4일 인천 아시안게임 폐막식에 황병서 북한군 총치적국장 등 고위급 3인방 방남을 계기로 만들어진 유화 국면에서 상황 관리를 해야 할 필요가 있었던 처지였다.
때문에 지금의 자유한국당의 모습으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환영 논평을 내놓은 것이다.
이명박 정부 시절 정부 조사단은 천안함 사건을 북한의 어뢰에 당한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리고 당시 정찰총국장이었던 김영철이 그 핵심이라고 익명의 관계자 등을 통해 전파했으나 공식적으로 특정하지는 못했다. 당시 민군합동조사단도 김영철이 천안함 공격을 주도했다고 발표하지는 않았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22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전체회의에서 "2010년 당시 국방부가 천안함 폭침사건 책임자에 대한 구체적인 확인은 하기 어렵다고 답변한 바가 있다"고 말한 것도 이런 배경때문이었다.
조명철 장관 "2010년 국방부, 천안함 폭침 책임자 구체적 확인 어렵다고 했다"천안함 사건에 대해서는 당시 정부 발표에 대해 여전히 적지 않은 의문들이 제기돼 있다. 또 김영철이 그 주범인지도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설령 그 내용을 그대로 다 수용한다 해도, 그러면 도대체 북한 누구와 대화할 수 있느냐는 큰 문제가 남는다. 한국당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것처럼 북한은 봉건적 세습 수령들이 절대적으로 지배하는 유일지도체제다 모든 중요한 대남 결정은 최고 수령들이 내리기 때문에 그 책임도 그들에게 귀착된다.
그런데 한국당의 이전 정권들도 김일성 주석과 밀사를 주고 받았고, 정상회담 날짜까지 잡았다. 이명박 대통령도 마찬가지였고, 박근혜 대통령은 의원 시절 방북해 김정일 위원장을 만나기까지 했다.
지금 이런 모습이라면, 한국당은 다시 집권할 경우 북한과는 아예 대화나 접촉도 하지 않겠다는 것인가.
"남북 갈등해소와 평화통일 등 어렵고 복잡한 문제들을 풀기 위해선 대화부터 시작해야 한다. 오해가 있으면 풀고 의견이 다르면 조정해야 한다. 대화조차 하지 않으면 갈등의 골은 계속해서 깊어 질 수밖에 없다. 남북대화가 앞으로도 꾸준히 이어지길 기대한다."2014년 10월 16일 권은희 새누리당 대변인의 논평은 이렇게 끝난다. 지극히 옳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