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딸아이는 항상 명랑했다. 유치원을 다닐 때까지 말이다. 아니다. 초등학교 때도 딸아이는 웃음이 넘쳤다. 학예회 발표 때 무용공연을 한 딸아이는 무대 막이 올라가자마자 '까르르' 웃었다. 어른이라면 긴장을 숨길 수가 없었을 텐데 어떻게 저 아이는 저런 상황에서 '까르르' 웃음이 나오는지 신기했다.
이제 고등학교 3학년이 된 딸아이는 덜 웃고, 자주 화를 낸다. 유치원생 때는 내가 일일이 알려주고 딸아이도 나에게 물었다. 내가 들려주는 이야기도 좋아했다. 이제 청소년이 된 딸아이는 내가 모르는 것도 많이 안다. 나에겐 그저 암호에 불과한 수학 문제도 척척 푼다. 그러나 딸아이는 즐겁지 않다.
인생에서 배워야 할 것은 유치원에서 다 배웠다는 말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본다. 이 말이 무슨 뜻인가 곰곰이 생각해봤다. 유치원생 때 가졌던 마음을 어른이 되도록 유지하는 것이 가장 유능하고, 바르고, 행복한 삶이라는 뜻이 아닐까?
유치원 때는 친구와 잘 지내기, 용돈은 어떻게 써야 하는지, 부모님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익히고 항상 밝은 생각을 하도록 가르친다. 모든 아이는 중등교육을 받기 시작하면서 '시집살이'를 시작한다. 경쟁을 부추기고, 오직 실적만을 요구한다.
아이들이 시집살이가 힘들다고 하소연을 하면 어른들은 '지금은 참아야 한단다', '성공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단다'라며 애써 무시한다. 학교에서 모범생이 사회에 나와서는 '괴물'이 되는 이유다. 팔순이 넘은 내 어머니는 쉰이 넘은 아들에게 틈만 나면 '인사를 잘 해라'라고 가르치신다.
심지어 '인사를 해라'라는 말씀의 대상이 되는 어른이 충분히 들을 수 있는 큰 목소리로 말씀하신다. 마치 군대에서 소대장이 부하들에게 구령을 붙이듯이 말이다. 민망하기도 하지만 나는 어머니가 고맙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기 위해서 꼭 실천해야 하는 일이니까 말이다. 어머니는 내 인생학교에서 가장 위대한 스승이다.
공부를 가르치는 학교가 아닌 '인생을 가르치는 학교'가 있었으면 좋겠다. 내 아이가 제대로 된 어른으로 성장했으면 좋겠다. 친구가 많아서 외롭지 않은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항상 밝아서 시련에 굴복하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좋은 인상을 주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결심을 실천해서 꿈을 이룰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좋은 습관을 익혀서 성공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을 하는 부모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 있다. <10대를 위한 심리학자의 인성교육>은 나처럼 아이가 유치원 때 가졌던 세상에서 배워야 할 모든 것을 되새기는 책으로 읽힌다. <사람이 좋아지는 관계>, <생각이 달라지는 긍정>, <꿈을 이루는 목표>, <인생을 바꾸는 습관>, <인생을 바꾸는 습관>, <결심을 지키는 실천>으로 구성된 5권 시리즈다.
저자가 심리학자라고 해서 이론적이고 난해하지 않으며 그렇다고 '엄마표 잔소리'를 늘어놓지도 않는다. 해라, 하지 말라는 식으로 강요도 하지 않는다. 가령 <인생을 바꾸는 습관>에 나오는 다음 구절이 그렇다.
"혹시 음악을 들으며 공부하는 게 습관이라면 이제부터 음악은 잠시 꺼 두는 게 어떨까?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특정 상황에서 각자가 사용할 수 있는 집중의 용량은 한정되어 있어. 어떤 일에 주의를 집중하면 상대적으로 다른 일에는 그만큼 주의를 기울일 수 없다는 뜻이야. 따라서 음악을 들으며 공부하면 주의를 빼앗긴 만큼 공부에 쏟을 수 있는 집중력이 줄어들겠지? 특히 가사가 있는 음악이라면 더더욱 음악에 주의를 빼앗길 수밖에 없어. 굳이 음악을 들어야 갰다면 피아노 연주곡이나 바이올린 연주곡, 또는 클래식 음악을 들으면 뇌가 활성화된다고 하니 공부할 때만이라도 음악 취향을 바꿔 보는 건 어떨까?"
꼰대 부모가 아니냐는 한 끗 차이로 갈린다. 부모가 바른 생각을 하고 있더라도 가타부타 설명하지 않고 자식에게 지시하면 꼰대 부모가 되기 쉽다. 공부할 때 왜 음악을 들으면 비효율적인지 설명을 하고 '대안'을 제시한다면 자식들은 반발하지 않고 부모가 해주는 충고를 고맙게 받아들인다. <결심을 지키는 실천>에 나오는 다음 구절도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유혹을 이겨 내려면 가두리 기법을 이용하면 돼. 우리 주변의 환경을 바꾸는 거지. 침대가 보이지 않도록 책상 위치를 바꾼다거나, 공부하는 동안에는 휴대전화를 꺼 두는 거야. 서랍 속에 있는 과자는 모조리 치워 버리고 안 되면 되게 하는 방법이야. 처음엔 그런 환경이 낯설겠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곧 적응하게 될 거야."
책을 여러 권 낸 나도 '가두리 기법'의 도움을 많이 받는다. 내 서재는 넓고, 따뜻하며, 참고 자료도 많지만, 막상 집에서 글을 쓰기는 힘들다. 먹으면 자고 싶고, 자고 일어나면 나도 모르게 티브이 앞에 있다. 나에게 가장 좋은 글쓰기 환경은 나무 칸막이가 둘러싼 도서관의 작은 책상이다.
아이들은 오죽하겠는가? 10대가 어른이 되는 과정에서 꼭 알아야 할 삶의 지혜인 관계, 긍정과 자존감, 목표, 습관, 실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부모와 함께 읽으며, 어떻게 어른이 되고 어떻게 행복한 삶을 설계할 것인지를 진지하게 생각하면서 실천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는 출판사의 기획의도가 허언이 아님을 알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