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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롭게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우병우, 구속 후 첫 공판 출석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구속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이 지난해 12월 21일 속행공판 출석을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으로 향하고 있다.
우병우, 구속 후 첫 공판 출석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구속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이 지난해 12월 21일 속행공판 출석을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으로 향하고 있다. ⓒ 연합뉴스

'법꾸라지' 우병우는 1심에서 실형을 피하지 못했지만, 검찰이 구형한 징역 8년보다 확연히 낮은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으면서 형량을 줄이는 데 성공했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어떻게 형량을 줄일 수 있었을까.

22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이영훈)는 "우 전 수석이 진상 은폐에 가담해 국가적 혼란 사태가 더욱 악화됐다"며 피고인석에 앉은 우 전 수석을 준엄하게 꾸짖었지만, 혐의 절반만을 유죄로 인정했다. (관련 기사: "최순실 비위 알고도 은폐" 판결에 고개 떨군 우병우)

재판부는 최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의 비위 행위를 충분히 인식했음에도 감찰하지 않았다는 직무유기 혐의,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자신을 감찰하려 하자 그를 방해한 특별감찰관법 위반, 2016년 10월 21일 국정감사에 불출석한 혐의 등을 유죄로 봤다. 그러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는 대부분 무죄로 판단했다.

형법 제123조에 따르면 직권남용은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해 누군가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권리행사를 방해한 경우 성립된다. 결국, 공무원이 행한 직무가 위법했느냐를 따져야 한다.

우 전 수석의 직권남용 혐의는 ▲문화체육관광부 직원 6명을 부당하게 좌천시킨 혐의 ▲문체부 감사담당관을 좌천시킨 혐의 ▲K스포츠클럽 사업에 대한 부당 감찰을 시도한 혐의 ▲공정거래위원회에 CJ E&M을 무리하게 고발하도록 요구한 혐의로 모두 4가지다. 

검찰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비선실세' 최순실씨를 통해 문체부 인사에 대한 내용을 전달받았고, 이를 토대로 우 전 수석에게 문체부 국·과장들에 대한 세평(세간의 평가)을 모아 좌천을 지시한 게 직권남용이라고 봤다. 정부 예산 1000억 원이 투입될 예정이었던 K스포츠클럽 부당 감찰 혐의 또한 최씨가 이를 알고, 박 전 대통령에게 부탁해 우 전 수석이 움직였다고 봐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했다.

'무소불위' 우병우, 직권남용은 대부분 무죄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지난해 11월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지난해 11월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 이희훈

그러나 법원은 CJ E&M 관련 혐의를 제외하고는 모두 직권남용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우 전 수석의 세평 수집, 인사 조치, K스포츠클럽 보조금 적정성 조사를 위해 현장점검을 준비하게 한 혐의를 위법하지 않다고 봤다. 재판부는 우 전 수석이 박 전 대통령의 지시 뒤에 있는 최씨를 몰랐으며 문체부 인사 불이익 또한 이유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 논리는 납득하기 어렵다. 다른 국정농단 피고인들을 봐도 직권남용 혐의를 피해 가지 못했다. 국정농단의 '시작과 끝'인 최순실씨,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조윤선 전 문체부 장관, 안종범 전 수석 등은 최근 직권남용 혐의가 대부분 인정됐다. 검찰은 '무소불위' 권력을 휘둘렀던 우 전 수석에게 국정농단에 가담한 박근혜 정부의 공무원 중 가장 높은 형량을 구형했다.

그렇다면 우 전 수석은 왜 대부분 무죄일까. 우 전 수석이 최씨의 존재를 알지 못했고, 박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움직였다고 해도, 직무의 위법성은 사라지지 않는다. 법정에 선 피고인들은 대부분 윗선의 지시였다고 주장한다. 대통령의 지시라고 하더라도 부당한 행위에 면죄부를 받을 순 없다. 또, 박 전 대통령이 누군가를 통해 문체부 내부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는 정황을 우 전 수석이 몰랐을 리도 없다. 박 전 대통령이 스스로 문체부 비리나 파벌 문제 등을 인식했을 가능성은 낮기 때문이다.

게다가 우 전 수석은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이라는 지위에 있었다. 앞서 안종범 전 경제수석은 "지위와 권한을 갖고 있어 대통령을 올바르게 보좌해야 할 책무가 있었으나 국정농단의 단초가 됐다"는 이유로 징역 6년을 선고받았다. 

결국, 법원은 "직권남용죄는 모호한 개념으로 수사기관에서 법률 조항을 판단하기 어렵다"며 "전직 정부의 공직자에 대한 상징적 처벌로 이용될 우려가 있으므로 이 조항은 명확성 원칙에 위배된다는 소수의견도 있다"는 우 전 수석의 주장을 받아들인 걸로 보인다.

우 전 수석은 국가정보원을 동원해 공직자와 민간인을 불법 사찰한 혐의 등으로 다른 형사재판도 받고 있다. 거기서도 우 전 수석 측은 여전히 '대통령 지시'를 주장하고 있다.


#우병우#박근혜#직권남용#안종범#추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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