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 사태의 최정점,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검찰은 얼마만큼의 책임을 물을까.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는 오는 27일 박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1심 재판을 마무리하는 결심 공판을 연다. 지난해 5월 첫 재판 절차가 시작되고 9개월 만이다. 대기업으로부터 뇌물을 수수하고 미르·K스포츠 재단에 출연금을 강요하는 등 18개 혐의를 받는다.
이날 결심 공판에서는 검찰의 구형과 박 전 대통령 측의 최후 변론이 진행된다. 피고인이 직접 재판부에 의견을 개진하는 최후 진술은 생략될 가능성이 높다. 박 전 대통령이 지난해 9월 추가 구속영장이 발부된 이후 재판 출석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징역 25년 이상 관측 우세... 최대 무기징역도 가능박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구형량은 먼저 진행된 비선실세 최순실씨 경우로 가늠해볼 수 있다. 두 사람의 혐의는 상당 부분 겹친다. 최씨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후대의 대통령과 그 측근들에게 준엄한 교훈이 될 수 있도록 엄한 처벌을 내려달라"며 재판부에 징역 25년 형을 요청했다. 최씨 측 이경재 변호사는 "옥사하라는 얘기"라며 크게 반발했었다.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이라는 직위의 책임과 권한에 비례해 본다면 박 전 대통령의 죄는 '사인' 최씨보다 무겁게 다뤄질 가능성이 크다. 검찰의 구형량이 징역 25년을 상회할 전망이 그래서 우세하다. 실제 우리 형법은 뇌물 사건에서 수뢰액이 1억을 넘길 경우 최대 무기징역에 처할 수 있도록 규정해뒀다. 최씨 재판에서 인정된 뇌물 액수만 231억 원이다. 또한 검찰이 과거 35개 기업체로부터 2800여억 원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된 노태우 전 대통령에게 1심에서 무기징역을 구형한 사례도 있다.
앞서 나온 또 다른 국정농단 재판 결과도 박 전 대통령이 처한 상황이 그리 좋지 않음을 보여준다. 항소심까지 진행된 문화계 블랙리스트 공판에서도 재판부는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 피고인들에게 모두 유죄를 선고하며 박 전 대통령을 공범으로 지목했다.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징역 2년6월을 내린 항소심 재판부도 박 전 대통령 지시로 국민연금공단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했다고 봤다.
청와대 문건을 최씨에게 불법 유출한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 1심 재판에서도 박 전 대통령은 지시자로 소환됐다. 뇌물 건넨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항소심 재판부는 국정농단의 주범으로 박 전 대통령을 지목하고 강한 어조로 책임을 묻기도 했다.
특히 박 전 대통령 공판을 심리하는 재판부가 지난 13일 최씨에게 징역 20년 형을 내리며 설시한 내용은 의미심장하다. 박 전 대통령 혐의 18개 중 13개가 겹치고, 재판부 역시 동일해 '데칼코마니' 혹은 '예고편'으로 불린 재판이었다. 이날 재판부는 국정농단의 주범으로 박 전 대통령을 가리켰다.
"국정농단 사건의 주된 책임은 헌법상 부여된 책무를 방기하고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지위와 권한을 사인에게 나누어 준 대통령과 이를 이용하여 국정을 농단하고 사익을 추구한 피고인(최순실)에게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