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문제의 당사자인 한국과 중국이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시작된 남북대화가 북미대화로 이어져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26일 류옌둥 중국 국무원 부총리를 접견한 자리에서 "미국과 북한이 빨리 마주 앉는 게 중요하다"라고 강조했고, 류 부총리도 "북미대화가 이뤄질 수 있도록 중국과 한국이 함께 잘 설득해 나가자"라고 호응했다.
이날 오전 10시 35분부터 1시간 동안 진행된 접견에서 문 대통령은 "최근 북한이 북미대화에 적극적으로 나설 의향을 보이고 있고, 미국도 대화의 필요성을 얘기하고 있다"라며 "미국은 대화의 문턱을 낮출 필요가 있고, 북한도 비핵화 의지를 보여야 한다"라고 말했다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지난 23일 북한, 중국, 홍콩 등의 선박 28척과 해운회사 27곳을 새로운 독자제재 대상으로 지정하며 대북압박에 나서고 있는 미국에는 '대화의 문턱을 낮추라'고, 여전히 핵미사일 개발 의지를 보이고 있는 북한에는 '비핵화 의지를 보여라'고 주문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그래서 미국과 북한이 빨리 마주 앉는 게 중요하다"라며 "북미대화가 조기에 이뤄질 수 있도록 중국의 지속적인 협력을 부탁한다"라고 당부했다.
이에 류 부총리는 "올해 들어 조성된 한반도 정세의 완화 추세를 중국은 기쁘게 바라보고 있다"라며 "문재인 대통령이 이를 위해 기울인 노력을 높이 평가하고, 북미대화가 이뤄질 수 있도록 중국과 한국이 함께 잘 설득해나가자"라고 화답했다.
접견이 끝난 뒤 김의겸 대변인은 서면브리핑을 통해 "문 대통령은 류 부총리를 만나 한반도 문제 등에 대해 폭넓게 의견을 교환했다"라며 "문 대통령과 류 부총리는 평창 올림픽을 계기로 조성된 대화 분화기가 미국과 북한의 대화로 이어져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라고 평가했다.
특히 이날 접견에서 문 대통령은 내년(2019년)이 상해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 되는 해라는 사실을 상기시킨 뒤 "현재 충칭시에서 광복군 사령부 건물을 복원 중인데,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에 맞춰 완공된다면 감격스러울 것이다"라며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했다.
이에 류 부총리는 "중국 정부도 이 사업을 중요시하고 있다"라며 "100주년 사업에 맞출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라고 호응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017년 12월 16일 중국 국빈 방문 중에 역대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충칭시 연화지에 위치한 대한민국 임시정부 청사를 방문한 바 있다. 그는 김구 주석의 흉상 앞에서 묵념하고 집무실을 둘러본 뒤 주석 판공실 옆 국무위원 회의실에 들어가 방명록에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우리의 뿌리입니다. 우리의 정신입니다"이라고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