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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일 연방법원의 디젤 차량 운행 금지 가능 판결을 보도하는 BBC 뉴스 갈무리.
독일 연방법원의 디젤 차량 운행 금지 가능 판결을 보도하는 BBC 뉴스 갈무리. ⓒ BBC

독일 연방법원이 대기 오염 확산을 막기 위해 디젤 차량 운행을 금지할 수 있다는 판결을 내렸다.

AP, BBC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27일(현지시각) 독일 라이프치히 연방법원은 환경단체의 요구를 받아들여 시 당국이 대기 오염이 심각한 특정 기간에 자체적으로 디젤 차량의 운행을 금지할 권한이 있다고 판결했다.

앞서 환경단체들은 슈투트가르트와 뒤셀도르프의 대기 오염이 유럽연합(EU) 환경 기준보다 2배 이상 나쁘다며 시 당국이 디젤 차량의 운행을 금지할 의무가 있다는 행정 소송을 제기해 1심에서 승리했다.

그러자 슈투트가르트와 뒤셀도르프를 관할하는 주 정부 2곳이 자동차 산업 보호 및 디젤 차량 운행자의 편의를 이유로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으나, 이날 연방법원이 기각 판결을 내리고 거듭 환경단체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환경단체들은 독일 대다수 도시의 대기 오염이 호흡기 질환을 유발한다는 주장이다. 독일 정부의 자료에 따르면 디젤 차량에서 주로 배출하는 질소산화물의 과도한 흡입으로 매년 6000명 정도가 조기 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2015년 전 세계를 뒤흔들었던 독일 최대 자동차업체 폴크스바겐의 '디젤 게이트' 여파와 전기 차량의 보급이 늘어나면서 디젤 차량 생산을 단계적으로 줄여나가야 한다는 여론도 높아졌다.

전문가들은 이번 판결이 독일 전역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에 따라 디젤 차량 개발을 주도해온 독일 자동차 산업이 엄청난 타격이 불가피하고, 대규모 교통 대란이 우려되고 있다.

또한 독일 정부도 친환경 대중교통을 개발하고 보급하는 데 막대한 예산이 필요하며, 벌써부터 이 비용을 납세자와 자동차 산업에 어떤 방식으로 부과할지를 놓고 정치권에서 치열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독일 연방법원 앞에서 디젤 차량 운행 금지를 촉구하는 환경단체 운동가들
독일 연방법원 앞에서 디젤 차량 운행 금지를 촉구하는 환경단체 운동가들 ⓒ 독일환경지원협회 공식 트위터

독일에는 현재 1500만 대 정도의 디젤 차량이 등록되어 있다. 이 가운데 환경단체들이 기준으로 제시한 '유로6'을 충족하는 600만 대를 제외하고 900만 대의 디젤 차량이 이번 판결의 영향을 받게 된다.

그러나 독일 내 디젤 차량 점유율은 2015년 48%에서 2017년 39%로 떨어지고 있다. 자동차 업계도 전기 차량 개발에 투자를 대폭 늘리고 구형 디젤 차량에 대한 보상 판매를 강화하는 등 발 빠르게 대처하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또한 독일 외에도 프랑스 파리, 스페인 마드리드, 그리스 아테네 등도 오는 2025년까지 도시에서 디젤 차량 운행을 금지하겠다는 공약을 내걸며 '탈 디젤'이 전 세계로 확대되는 추세다.

평소 디젤 차량 금지에 소극적이어서 자동차 업계와 결탁했다는 비판을 받았던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이번 판결에 대해 "독일의 모든 운전자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지만 향후 조치를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소송을 주도한 환경단체 '독일환경지원협회'(DUH) 관계자는 "자동차 소비자들은 이미 디젤 차량에서 멀어지고 있으며, 이번 판결이 그 과정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독일#디젤#대기오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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