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동네 곳곳은 몇 년째 쓰레기 때문에 신경전이다. 주변에 신도시들이 조성되고, 그로인해 관련 시설들이나 도로 공사를 하면서 되풀이되는 문제다. 그런가 하면 몇 달 전, '서울시 쓰레기 처리시설 유치를 반대 한다'는 내용의 현수막이 동네 입구에 걸리기도 했다.

내가 사는 곳의 사정이거나 풍경일까. 아마도 우리나라 사람들이라면 누구에게나 낯익은 풍경이리라. 이런 현장을 대할 때마다 '우리는 왜 자기가 만든 쓰레기들을 귀찮아하고 더러워 할까? 쓰레기를 배출할 수밖에 없는 우리의 삶, 그렇다면 쓰레기를 최대한 적게 배출하며 사는 방법도 있지 않을까?'와 같은 생각들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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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형의 청소년 소비특강>(철수와 영희 펴냄)의 부제는 '대량소비가 만든 쓰레기 이야기', 쓰레기 문제를 통해 '바람직하며 현명한 소비'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다.

"눈에 보이는 플라스틱뿐만 아니라 미세 플라스틱도 문제가 됩니다. 우리가 세수할 때나 각질을 제거하려 쓰는 스크립 또는 옷에서 떨어져 나간 미세 플라스틱 등으로 인해 플랑크톤부터 바닷가재, 커다란 물고기에 이르기까지 많은 바다 생물의 몸 안에 플라스틱 알갱이가 들어가게 되었어요. 이러한 미세 플라스틱들은 체내에서 내분비계 교란 등 여러 문제들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우리가 의식하지도 못한 채 쉴 새 없이 만들어 내는 쓰레기가 주변에 점점 쌓여가고 있어요. 심지어 바다에까지 말이지요. 그리고 그 쓰레기로 인해 지구에 살고 있는 생명의 삶이 위협받고 있습니다." - 85p

"해양 쓰레기는 해양 동물에게만 피해를 줄까요? 바다를 둥둥 떠다니는 플라스틱은 염도가 높은 바닷물과 뜨거운 햇빛 등에 의해 잘게 쪼개집니다. 잘게 쪼개진 플라스틱은 미세 플라스틱 형태로 해양생물들의 몸으로 들어갑니다. 결국 최종 포식자인 우리 인간의 몸에까지 도달하게 되는 거지요. 미세 플라스틱은 우리들이 즐겨먹는 생선뿐만 아니라 소금에서도 발견됩니다." -92p

지구가 쓰레기로 몸살을 앓는다는 것, 육지는 물론 바다까지 쓰레기 때문에 병들어간다는 것은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사실이다. 좀 더 이야기하면, 태평양에 한반도 크기 여섯 배나 되는 쓰레기 더미가 있다고 한다. 모이고 엉켜 거대한 섬을 이룬 쓰레기들은 음료수 병이나 칫솔, 비닐이나 스티로폼 같은 포장재 등 생활 용품들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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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지에서 버려진 쓰레기들이 바다로 흘러나가게 되고, 환류나 바람을 통해 빙빙 돌다가 모여들어 커다란 더미를 이루게 된 것이다. 그런데 이런 거대한 쓰레기 더미는 태평양만이 아닌 대서양이나 인도양 등에도 몇 개씩 존재한다고 한다.

바다 곳곳이 쓰레기로 오염되었기 때문에 일부 전문가들은 "갈치나 고등어 등처럼 어느 정도의 몸집이 있는 생선들은 일주일에 한번 정도 섭취를 권장'하기도 한다.

멸치나 새우, 조개 등보다 몸집이 큰 만큼 우리 몸에 들어와 호르몬 등에 영향을 끼치는 중금속이나 미세플라스틱 입자들이 축적되어 있을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대체 얼마나 많은 쓰레기들을 배출하며 사는 것일까? 지구는 물론 바닷속, 심지어는 공기까지 오염시키는 쓰레기 문제, 어떻게 볼 것인가? 다른 나라들은 쓰레기를 어떻게 처리하거나 극복할까? 쓰레기는 정말 쓰레기에 불과한 걸까?

책은 7부로 구성, 쓰레기 관련 다양한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저자는 "우리 세대가 성장과 발전에 도취되어 대량 소비를 지속한다면, 쓰레기 문제와 기후 변화, 자원 고갈 때문에 지구의 용량이 초과되어 다음 세대는 정말로 불행한 삶을 살게 될지도 모른다"고 강조한다. 어떤 과정을 거쳐 쓰레기들이 양산되고, 어떻게 지구를 오염시키고 있으며, 어떤 방법을 거쳐 처리되는지 등을 1~5장에서 조목조목 들려준다.

쓰레기, 명품이 될 수도 있다

"독일에서는 판트(Pfand)'라는 제도가 있어요. 우리나라의 빈병보증금 제도와 비슷한데 차이점이라면 독일은 병뿐만 아니라 페트병과 캔도 환급합니다. 보증금도 우리보다 많게는 10배 이상 높아요. 애초에 구입하는 물건 가격에 환급금이 포함되어 있고, 마트 등에 있는 환급기에 빈 병을 넣으면 환급 받을 금액에 대한 영수증을 발행해 주니, 빈병 재사용률이 높을 수밖에 없죠. 이러한 이유로 인해 독일의 빈병 재사용 횟수가 40~50회, 핀란드는 30회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8회 정도 입니다." - 155p

"껌 재활용에 대한 아이디어를 처음 생각해 낸 사람은 '안나 불루스'입니다. 플라스틱 소재를 연구하던 대학생 안나는 어느 날 길거리에 버려진 껌을 보고 껌도 고무로 만든 거니까 뭔가 재활용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했고, 그렇게 해서 껌드롭사가 탄생했습니다. 껌드롭사는 씹던 껌을 재활용 및 가공하는 세계 최초의 회사입니다. 이 회사는 껌을 수거하는 껌 쓰레기통인 분홍색 '껌드롭'을 만들어 거리 곳곳에 설치합니다. 껌을 씹던 사람들은 그 분홍색 껌드롭이 보이면 씹던 껌을 그곳에 버립니다. 그렇게 껌드롭이 가득 차면, 껌드롭과 함께 폐기물 껌이 재활용되어 거리에 설치되는 새로운 껌드롭을 제조하거나 고무장화, 휴대전화 커버, 포장재, 머리빗 등 다양한 제품으로 다시 태어납니다. 프랑스의 예술가 '라오넬 사타테'는 지하철에서 나오는 먼지를 모아서 새나 늑대를 만들기도 해요. 이 작가는 먼지뿐만 아니라 손톱, 각질, 머리카락, 찻잎에 이르기까지 보잘것없는 재료들을 예술 영역으로 끌어들여 작품 활동을 하고 있어요. 예술과 업사이클링의 만남아라고 해야 할까요? 상상력이 만나면 그것은 새로운 물건이 될 수도 예술이 될 수도 있는 게 업사이클링이 아닐까 합니다." - 166p

개인적으로 특히 흥미롭게 읽은 부분은 대안을 제시하는 6장과 7장이다. 6장에서는 세계 여러 나라들의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 재활용, 업사이클링 등 자원순환을 위한 다양한 노력과 실천 그 사례들을 소개한다. 7장에서는 지구 생태계를 위한 활동들을 하고 있는 일곱 사람들을 인터뷰, 오늘날 지구촌의 최대 숙제가 된 쓰레기를 다시 생각해 보게 의도한다.

껌드롭 이야기와 함께 또한 인상 깊게 읽은 것은 화물칸을 덮던 방수포와 폐자전거 고무튜브, 그리고 폐자동차 안전벨트로 만든 프라이탁 사의 명품 가방 이야기. 나도 모르게 '껌드롭과 프라이탁에서 힌트를 얻어 뭔가를 만들어 내는 우리 청소년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와 같은 바람을 하며 읽은 이야기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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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가 끝난 직후 매체들마다 쓰레기 문제를 보도했다. 한 방송의 밀착카메라에 의하면 나흘간의 이번 설 연휴 동안 고속도로에 무단 투기된 쓰레기만 100톤. 평소에도 매일 12톤씩 버려져 매해 4700톤의 쓰레기가 발생한다고 한다. 게다가 해마다 늘고 있는 추세라고 한다. 이에 가정에서 배출되는 양까지 합하면 대체 얼마나 많은 쓰레기들이 버려질까.

환경부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음식물 쓰레기는 '하루 평균 1만 4000톤(2010년, 돈으로 환산하면 18조원), 게다가 가정에서 발생하는 음식물 쓰레기는 4인 가족 기준 1년에 438킬로그램 정도로 선진국들에 비해 많은 편이라고 한다. 더욱 부끄러운 것은 유통과 조리과정에 버려지는 것이 57%, 저장만 하다가 버리는 것도 10%나 된다(105쪽 참고)'는 사실이다. 그래서 이런 책이 꼭 필요하다 싶다.

그리고 이 책이 뭣보다 고맙고 반가운 것은 소비로 인해 생겨날 수밖에 없는 '쓰레기 문제를 바람직한 소비를 하려면 꼭 알고 실천해야 하는 자세와 조건'으로 묶어 이야기 한다는 것이다. 그것도 온라인 쇼핑이 급증한 시대에 태어나 자라다보니 다른 세대들에 비해 먹을 것이나 물건이 흔해진 세대들을 주요 독자층으로 말이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우리나라는 선진국들에 비해 음식물 쓰레기를 많이 배출하는 나라다. 반면 재활용률은 매우 낮은 편에 속한다고 한다. 예를 들면, 일본 생협의 경우 빈병 재사용률은 80%, 우리 생협은 2017년 25%에 불과하다고 한다. 또한, 종이팩을 만드는 펄프를 비롯, 많은 자원들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음은 이미 많이 알려진 사실이다. 당연히 어른들도 꼭 읽어야 할 책으로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