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만정권의 독재에 맞서 58년 전 거리로 나왔던 선배들의 모습을 기리기 위해 대구지역 8개 학교 학생들이 당시의 교복을 입고 민주주의를 염원하며 촛불과 피켓을 들고 거리행사를 진행했다.
경북고등학교와 경북여고, 대구공고 등 8개 학교 학생 800여 명은 2.28민주운동기념일이 국가기념일로 치러진 28일 오후 대구시 중구 반월당 네거리에서 2.28기념중앙공원까지 거리행진을 벌이며 당시의 상황을 재현했다.
대형 태극기와 횃불을 앞세우고 '민주주의 촛불', '민주혁명의 출발', '2.28정신 계승' 등의 피켓을 든 학생들은 1960년 2.28민주운동 당시 결의문을 낭독하고 거리행진을 벌이며 다양한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행사에 참석한 최지호(경북고 2학년) 학생은 "선배들이 입었던 교복을 입으니 많이 불편하다"면서도 "선배들이 이렇게 거리로 나와 민주화에 앞장섰기 때문에 지금 우리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채리(대구여고 2학년) 학생은 "현장재현 행사에 나오니 뭔가 색다르고 뜻깊은 생각이 들었다"며 "만일 지금의 상황이 당시와 같다면 나도 선배들처럼 용기 내어 나올 수 있을지 고민된다"고 말했다.
이규석(경북고 2학년)군도 "당시의 모습을 재현하면서 선배들의 모습이 자랑스러웠다"며 "오늘 참석하지 못한 친구들에게 경험을 전해 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군은 또 "만일 지금 그런 상황이 된다면 나도 선배들처럼 거리로 나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학생들의 거리재현행사에는 김승수 대구시 행정부시장과 우동기 대구시교육감, 김태일 영남대 교수, 당시 거리로 나온 주역이었던 선배들도 함께 걸으며 후배들과 민주주의에 대한 꽃을 피웠다.
김승수 대구시행정부시장은 학생들을 향해 "여러분들의 선배들은 당시 표정이 그렇게 밝지은 않았을 것인데 오늘 참가한 학생들의 표정이 굉장히 밝다"면서 "결의에 찬 표정으로 거리로 뛰쳐 나와 우리나라를 민주국가로 바꾸었기 때문에 오늘 여러분의 표정이 밝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형 국기와 교기, 현수막을 앞세워 2.28기념중앙공원에 도착한 학생들은 들고 온 횃불을 모아 대형 횃불을 만들고 "선배들의 민주운동 정신을 잊지 않겠다"는 결의를 다진 후 행사를 마무리했다.
문재인 대통령 "국민의 힘으로 독재를 무너뜨린 첫 번째 역사" 강조이에 앞서 오전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달서구 두류동에 위치한 2.28기념탑을 찾아 헌화한 뒤 대구콘서트하우스에서 정부 주관으로 처음 열린 2.28민주운동 58번째 기념식에 참석해 광복 이후 최초의 학생민주롸 운동이었다며 의미를 강조했다.
기념식에는 문 대통령을 비롯해 2.28민주운동 주역들과 김부겸 행정안전부장관, 피우진 국가보훈처장, 권영진 대구시장, 김관용 경상북도지사, 윤장현 광주시장 등과 8개 고등학교 학생 등이 참석했다.
문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암흑했던 시절 학생들은 두려움을 떨치고 거리로 나섰다"며 "그 용기와 정의감이 한국 현대사의 물줄기를 바꾸어 놓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28민주운동은 마치 들불처럼 국민들의 마음 속으로 번져갔다"며 "국민의 힘으로 독재를 무너뜨린 첫 번째 역사를 쓰는 순간이었다"고 찬사를 보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우리는 지난 촛불혁명을 통해 국민이 권력을 이길 수 있다는 것을 다시 증명했다"며 "돌이켜 보면 그 까마득한 시작이 2.28민주운동이었다. 그로부터 우리는 민주주의를 향한 숭고한 여정을 시작했고 6월 민주항쟁으로 거대한 흐름을 만들어냈으며 촛불혁명으로 마침내 더 큰 민주주의에 도달했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2.28민주운동이 오늘의 우리에게 주는 또 하나의 의미를 생각했다"며 연대와 협력을 꼽았다. 그러면서 "연대와 협력의 바탕에는 2.28민주운동과 5.18민주화운동의 상호교류가 있었다"며 "달빛동맹이라는 이름으로 대구와 광주가 2.28민주운동을 함께 기념했다"고 말했다.
2.28민주운동은 1960년 2월 28일 대구지역 학생들이 독재정권의 부정선거에 맞서 일요일 학교 등교를 거부하고 대구시내로 나오면서 시작됐다. 2.28민주운동은 이후 3.15의거와 4.19혁명의 기폭제가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당시 경북고와 대구고, 경북사대부고, 대구상고(현 대구상원고), 대구농고(현 대구농업마이스터고), 대구공고, 경북여고, 대구여고 등 8개 학교 1720여 명이 참여했으며 그동안 대구시가 주관해 기념식을 진행해 오다 올해 처음으로 국가기념일로 지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