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엇 잉어떼다. 어 그런데 잉어가 계단을 오르고 있어."모처럼 산책 나온 대구 신천에서 함께 나온 아이가 외친다. 그랬다. 분명 잉어들이 계단을 서성이고 있다. 그 모습이 마치 계단을 오르고 있는 거 같다.
초등학교 아이의 눈에 비친 모습이니, 그렇게도 보일 만하다. 그러나 그 모습은 신천의 왜곡된 하천 구조가 만들어낸 씁쓸한 풍경이기도 하다.
대구 신천은 인공하천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한 하천이다. 하천 양안은 콘트리트 호안으로 둘러싸여 있고, 그곳엔 인간 편의를 위해서 계단까지 만들어놓았다.
그런 상태로 보를 만들어 물을 가득 채워두니 계단째 물에 잠겼고, 잉어가 계단을 오르는 착시현상마저 일어나는 것이다.
콘크리트 호안에 수중보까지, 신천 곳곳에는 이런 풍경으로 가득하다. 강의 호수화이자 강의 공원화 이것이 오늘날 도심하천의 주된 풍경이다. 살아있는 강의 모습이 아닌 것이다.
대구시는 이른바 '신천 프로젝트'란 사업을 통해 신천에 '생명'을 불어넣는다고 한다. 이른바 생태하천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낙동강에서 물을 끌어와 유지수를 늘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한다고 생태하천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콘크리트 호안을 걷어내고 보를 없애 강을 흐르게 할 때 진정 생명이 쉼쉬는 생태하천으로 거듭날 수가 있다. 보가 있는 구간에는 없는 새들이 보가 없는 구간에서만 보이는 것은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다.
강이 흐르고 진실로 생명과 생태가 되살아나는 신천으로 거듭날 수 있기를 바라본다. 그래서 아이들이 살아있는 하천을 도심 속에서도 만나게 될 날을 꿈꿔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