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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희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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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화순에는 천불천탑의 전설을 품고 있는 운주사가 있습니다. 비록 지금은 21기의 석탑과 93기의 불상만 남아있지만, 16세기 '신증동국여지승람'에 따르면 그때만 해도 석불과 석탑이 각각 1000개씩 남아 있었다고 합니다.

운주사의 천불천탑은 그 숫자만큼이나 많은 전설을 가지고 있는데요, 개인적으로 가장 눈길이 가는 건 미륵과 관련된 미완의 전설입니다. 하룻밤에 천 개의 탑과 천 개의 불상을 세우면 와불이 일어나고 미륵이 내려와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고 했지만, 일이 힘들었던 노동자가 마지막에 수탉 소리를 내서 모든 것을 물거품으로 만들었다는 바로 그 이야기.

아마도 이는 백성의 새로운 세상을 향한 갈망과 천불천탑을 만들던 사람들의 고단함을 나타낸 이야기겠죠. 그 당시 미륵은 민중들이 오랫동안 바라 마지않던 구세자였을 겁니다.

운주사 천불천탑의 특징은 그 수준이 매우 조악하다는 것입니다. 여느 사찰의 것들과 달리 섬세하지도, 정교하지도 않습니다. 동네 장인들이 만든 듯 투박하기 짝이 없습니다. 그런데 그게 매력입니다. 누구나 만들 수 있는 듯 친근합니다. 그래서 더 정이 갑니다. 역사는 결코 힘 있는 소수가 아니라 이름 없는 민중에 의해 앞으로 나간다는 가르침을 주는 것도 같습니다.

화순을 가면 꼭 운주사를 가시기 바랍니다. 그곳에서 새로운 천불천탑의 전설을 함께 그릴 수 있기를.



#모이#화순#운주사#신증동국여지승람#여행생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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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사회학, 북한학을 전공한 사회학도입니다. 물류와 사회적경제 분야에서 일을 했었고, 2022년 강동구의회 의원이 되었습니다. 일상의 정치, 정치의 일상화를 꿈꾸는 17년차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서, 더 나은 사회를 위하여 제가 선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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