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은 오는 4월 말 판문점 남측 평화의집에서 제3차 남북정상회담을 열고, 남북대화가 지속되는 동안 핵실험이나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를 중단하기로 합의했다.
특히 북측은 한반도 비핵화 의지를 분명히 확인하면서 비핵화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미국과 허심탄회하게 대화할 수 있다는 뜻을 표명했다. 특히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4월로 예정된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이해한다는 의견을 내놓아 눈길을 끌었다.
대북특별사절 대표단(아래 대북특사단) 수석특사를 맡은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6일 오후 8시부터 청와대 춘추관 기자회견장에서 이같은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 방북결과를 브리핑했다.
"제3차 남북정상회담의 판문점 남측구역 개최는 상당한 의미" 정의용 실장은 "방북기간 중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만나 4시간 이상을 함께 보내며 문재인 대통령의 친서와 뜻을 전달하고 남북한 제반 현안을 폭넓게 논의했다"라며 "남북 정상이 한반도 평화 정착과 남북관계 발전에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정 실장은 "김영철 부위원장을 비롯한 북측 고위인사들과도 남북정상의 의지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들을 협의했고, 그 결과 다음과 같은 사안을 논의하고 북한의 입장을 확인했다"라며 '합의사항'과 '북측의 의견'을 차례로 설명해 나갔다.
먼저 정 실장은 "남과 북은 4월말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제3차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하기로 했으며, 이를 위해 구체적 실무협의를 진행해나가기로 했다"라며 "군사적 긴장완화와 긴밀한 협의를 위해 정상간 Hot Line(핫라인)을 설치하기로 했으며 제3차 남북정상회담 이전에 첫통화를 실시키로 했다"라고 전했다.
2000년과 2007년에 이은 제3차 정상회담 개최에 합의하고 남북 정상간 핫라인을 설치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제3차 남북정상회담 개최와 관련해 '4월 말'이라는 시기와 '판문점 평화의집'이라는 장소가 눈에 띈다. 제1차와 제2차 남북정상회담은 모두 평양에서 열렸다.
이에 정 실장은 "평창올림픽 기간 중 북한 특사와 고위급 대표단이 왔을 때 북측이 문재인 대통령을 평양에 초청함으로써 남북정상회담을 조기에 개최하자는 입장을 밝혀왔다"라며 "우리도 남북정상회담의 조기개최에 동의했기 때문에 양측이 편리한 시기를 4월 말로 일단 정하고 특정 일자는 협의하기로 했다"라고 설명했다.
정 실장은 "남북정상회담을 재개하는 것은 남북관계 발전에서 매우 긍정적이고 환영받을 만한 일이다"라며 "그렇기 때문에 그것을 양측이 합의할 수 있다면 가급적 조기에 개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남북의 공통된 입장이 있었고, 일정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4월 말이 가장 적절하다고 판단해 그렇게 됐다"라고 말했다.
정 실장은 "판문점은 우리 분단의 상징이다"라며 "그간 두 차례의 남북정상회담이 평양에서 열렸는데 이번 제3차 남북정상회담이 판문점 남측구역인 평화의집에서 개최된다는 것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북측이 '한반도 비핵화라는 유훈에 변함 없다'고 분명히 밝혀"이어 정 실장은 "북측은 한반도 비핵화 의지를 분명히 했으며, 북한에 대한 군사적 위협이 해소되고 북한의 체제안전이 보장된다면 핵을 보유할 이유가 없다는 점을 명백히 했다"라며 "북측은 비핵화 문제 협의 및 북미관계 정상화를 위해 미국과 허심탄회한 대화를 할 수 있다는 용의를 표명했다"라고 전했다.
북측이 북미대화의 전제조건인 한반도 비핵화 의지를 밝히면서 '한반도 비핵화'와 '북미관계 정상화'를 위해 북미대화에 나서겠다는 뜻을 표명했다는 것이다. 북미대화를 통해 북한의 체제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다면 한반도 비핵화에 나설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정 실장은 "(북미대화와 관련해) 김정은 위원장이 언급한 내용을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고 발표드린 것처럼 북측이 '북미대화에 적극적으로 임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라며 "북측이 북미대화의 의제로 비핵화나 북미관계 정상화를 논의할 용의가 있다고 했다"라고 전했다.
정 실장은 "특히 저희가 주목할 만한 것은 북측이 '한반도 비핵화라는 목표는 선대의 유훈이다, 그 선대의 유훈은 변함이 없다'고 분명히 밝힌 점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동안 북측은 "한반도 비핵화는 김일성 주석의 유훈이다"라고 밝혀왔다.
정 실장은 "북측이 북미대화에 나오기 위해 우리나 또는 다른 국가에 요구한 것은 없다"라며 "북측은 대화상대로서 진지한 대우를 받고 싶다는 의사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김정은 위원장 "예전 수준의 한미군사훈련 이해... 앞으로 조절 기대"또한 정 실장은 "대화가 지속되는 동안 북측은 추가 핵실험 및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등 전략도발을 재개하는 일은 없을 것임을 명확히 했다"라며 "이와 함께 북측은 핵무기는 물론 재래식 무기를 남측을 향해 사용하지 않을 것임을 확약했다"라고 전했다.
북측이 한반도 비핵화를 의제로 북미대화에 나설 의사가 있고, 남북간이든 북미간이든 대화가 지속되는 동안 추가 핵실험이나 미사일 시험 발사는 중단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하게 밝힘에 따라 북미대화의 걸림돌이 상당부분 제거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와 관련해 정 실장은 "대화가 지속되는 동안 핵.미사일 추가 도발을 하지 않겠다는 것을 명백하게 했기 때문에 그 바탕 위에서 여러 가지 진전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라며 "북미대화를 시작할 수 있는 충분한 여건이 조성돼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특히 4월로 예정된 한미연합군사훈련과 관련, 정 실장은 "제가 연합군사훈련 문제가 제기될 가능성을 충분히 예견하고 이 문제가 제기될 경우 이런 요지로 북측을 설득해야겠다고 준비하고 있었다"라며 "이런 내용은 (평창올림픽 때) 북측 대표단이 왔을 때 북측에 전달했다"라고 전했다.
정 실장은 "김정은 위원장은 이미 이러한 우리측 입장을 보고받아 알고 있었다"라며 "우리측은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중단하거나 재연기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그럴 명분도 없다'고 설명했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남측의 설명에 김정은 위원장은 "북측은 올림픽으로 연기된 훈련과 관련해 4월부터 예년 수준으로 진행하는 것을 이해한다"라며 "그러나 한반도 정세가 안정적으로 진입하면 한미군사훈련이 조절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화답했다고 정 실장이 전했다.
끝으로 정 실장은 "북측은 평창올림픽을 위해 조성된 남북간 화해와 협력의 좋은 분위기를 이어나가기 위해 남측 태권도시범단과 예술단의 평양 방문을 초청했다"라고 말했다.
"김정은 위원장, 문 대통령에 상당한 신뢰 갖고 있어"이러한 '합의사항'과 '북측의 의견'을 다 설명한 뒤 정 실장은 "정부는 이번 대북특사단 방북이 한반도 평화 정착과 남북관계 발전의 중요한 전기를 마련했다고 평가한다"라며 "앞으로 북과의 실무협의 등을 통해 이번 합의사항을 이행해 나가겠다"라고 말했다.
정 실장은 "서훈 국정원장과 함께 방북결과를 설명하기 위해 미국을 방문한다"라며 "또한 저는 미국에 이어 중국과 러시아도 방문하고, 서훈 원장은 일본을 방문할 예정이다"라고 전했다. 그는 "이렇게 국제사회의 지지와 협력을 바탕으로 남북관계를 안정적으로 발전시켜 나가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겠다"라고 강조했다.
정 실장은 "(김정은 위원장이) 1월 1일 신년사에서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획기적 제안을 한 이후 지난 60일 동안 남북관계는 상당한 발전을 이루었다고 저희는 평가하고 있다"라며 "그 과정에서 친서도 교환하고 특사도 교환하면서 두 정상간에 신뢰가 많이 쌓였다고 믿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그는 "김정은 위원장이 문 대통령에게 상당한 신뢰를 갖고 있다고 언급했다"라고 전했다.
브리핑에 앞서 대북특사단은 문 대통령을 만나 방북결과를 설명했고, 문 대통령은 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앞으로 남북간 합의한 내용을 이행하도록 노력하라"라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7일 5당 대표들을 초청해 방북결과를 설명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