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례 5일장이다. 현대화된 장옥 건물과는 달리 구례장의 뒤쪽은 세월도 비껴간 듯 예스럽다. 점심시간, 허기를 면하기 위해 찾아간 곳은 허름한 식당이다.
식사할 곳을 찾는 기자에게 이웃에 있어 손님이 오면 함께 가서 식사하는 집이라며 백삼순(88)어르신이 알려준 가야식당이다.
"한번 가서 드셔 봐요, 싸고 좋아 잘해줘. 이우제 있응께 묵제, 우리 집에 손님 오면 델꼬 가서 사주고 그래."
빛바랜 메뉴판에 식사는 달랑 해장국 하나만 보인다. 해장국 가능하냐고 주인 어르신에게 물었더니 해장국은 예전 사람이 하던 거라며 식사는 "백반이에요, 시래깃국에 식사하시면 돼요"라는 답이 왔다. 자신들이 예전 식당을 인수해서 16년째 영업 중이라며.
"이집 건물은 100년이 넘었어요. 우리가 이 건물을 인수해서 식당한 지 16년째 됐어요."구례 마산면에서 왔다는 사람들이 한데 모여 걸판지게 낮술을 즐기고 있다. 아저씨들은 이집의 음식이 싸고 맛있는 데다 정이 있는 좋은 곳이라 자주 찾는다고 말했다.
"음식이 싸고, 맛있고, 정이 있고... 그래요."
시래기 된장국이 있는 백반 한상에 6천원이다. 상차림이 제법 그럴싸하다. 멸치만 넣고 끓였다는 시래깃국의 맛은 참 맛깔지다.
"다른 것 아무것도 안 넣고 멸치만 넣어 시래깃국을 끓여요."봄 향기가 느껴지는 취나물과 지리산 자락에서 채취했을법한 고사리나물이 입맛을 부추긴다. 어르신이 직접 채취해 무쳤다며 권하는 죽순나물과 파김치도 맛있다. 산골 장터에서 조기구이에 9찬이라니, 제법 그럴싸하다.
때마침 식사 중이던 주인아저씨는 산동 들녘에서 캐온 달래로 만든 달래장이라며 밥에 비벼먹으라고 내준다. 모든 손님들에게 자신들의 가족인양 스스럼없이 대한다. 인심이 후하다.
"밥 쪼까 드릴까, 술만 잡수면 안 돼요."술잔을 기울이는 장꾼들에게도 밥 한술 잡수라며 밥을 권하는 구례 아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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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례 장날, 구례 마산면에서 왔다는 사람들이 한데 모여 걸판지게 낮술을 즐기고 있다. |
ⓒ 조찬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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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다음 블로그 '맛돌이의 오지고 푸진 맛'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