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억 원대 뇌물을 수수한 혐의 등으로 21시간 가까이 검찰 조사를 받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국가정보원으로부터 자금을 수수한 사실을 인정했다. 하지만 구체적 사용처를 밝히기를 거부하며 공적인 용도로 썼다고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관계자는 15일 오후 기자들과 만나 "일부 혐의 사실관계에 대해선 인정한 부분이 없는 건 아니다"라면서 "국정원 자금 관련한 부분 중에서 원세훈 전 원장으로부터 김희중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을 통해 10만 달러을 받은 사실 자체는 인정했다"라고 전했다.
한때 이 전 대통령의 '분신'으로 불렸던 김 전 실장은 앞서 검찰에 출석해 "대통령 해외 순방 직전 국정원으로부터 10만 달러(약 1억 원)를 전달받아 이 전 대통령 부인 측 행정관에게 건넸다"라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이 돈이 명품쇼핑 등 사적으로 유용됐다는 주장도 제기된 상태다.
'영포빌딩'에서 찾은 문건에도 "조작" 주장김 전 실장의 진술 등을 토대로 지난 14일 검찰은 이 전 대통령에게 사실관계를 캐물었다. 그러나 이 전 대통령은 "그 돈을 받은 건 맞지만 어디에 썼는지 공개하기 어렵다"라고 진술했다고 한다. 또한 본인이 직접 받았다는 취지로 진술하며 "나랏일을 위해 썼다"고 주장했다.
또한 도곡동 땅 판매대금 중 67억 원 상당을 사저 건축 비용으로 사용한 사실도 인정했다. 도곡동 땅 판매 대금은 후에 다스 설립 종잣돈으로 활용됐다. 때문에 이 땅의 주인이 다스의 실소유주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하지만 검찰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은 판매 대금 일부를 자신이 사용했다고 인정하면서도 "큰형 이상은 현 다스 회장에게 빌렸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런 주장을 뒷받침할 '차용증'은 못 찾았으며 이자는 낸 바 없다고도 진술했다.
삼성으로부터 다스 소송비용 60억 원을 대납 받은 의혹에 대해서도 이 전 대통령은 모르쇠로 일관했다고 한다. "워싱턴 대형 로펌이 무료로 소송을 지원해준다는 걸 들었지만 비용을 대납한 사실은 몰랐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을 깨기 위해 검찰이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이 작성한 청와대 보고 문건을 제시했지만 그는 "조작된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검찰 관계자는 "이 전 대통령이 (조작을 입증할) 특별한 근거를 제시한 건 없다"라며 "이런 내용이 보고서에 있을 수 없다는 취지로 진술했다"라고 전했다.
특히나 이 문건은 검찰이 청계재단 소유의 영포빌딩에서 대통령기록물과 함께 압수수색한 것이다. 작성자인 김 전 총무기획관은 검찰 조사에서 이미 혐의를 인정했다. 이 관계자는 "문건 내지 객관적 자료는 그것만 가지고 얘기할 수 없고, 출처와 작성자가 있어야 증거가 된다"면서 "문건 작성 배경은 (수사의) 기본 중 기본"이라고 강조했다.
'금고지기' 진술에도 "차명재산은 없다"그밖에도 이 전 대통령은 실소유주로서 다스 경영에 개입하고 전국에 걸쳐 친인척 명의의 차명재산을 보유했다는 혐의도 부인했다. 이병모 청계재단 사무국장 등 오랜 '금고지기'와 다스의 전·현직 경영진이 관련 사실을 털어놓은 상황에서도 이 전 대통령은 "차명 재산 보유 현황 등은 보고 받지도 않았고, 알지도 못했다. 차명재산은 없다"라고 강조했다.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측근에게 돈을 건넨 정황을 적은 메모에 대해서도 "알지 못한다"라고 답했다.
밤샘 조사에서 대부분 혐의를 부인한 이 전 대통령은 대체로 "나는 알지 못한다, 그런 일을 했다면 실무진이 보고하지 않고 한 일이다"라는 태도를 보였다. 김 전 총무기획관과 김 전 제1부속실장, 강경호 현 다스 사장 등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한 오랜 측근들을 향해선 "자신들의 처벌을 경감하기 위한 허위 진술을 하고 있다"라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이후 신병 처리에 검찰은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구속영장 청구 시기 등을 묻는 취재진에게 이 관계자는 "아직 분석이 끝나지 않은 단계에서 어떻게 처분할지 검토한 바 없다"라며 "혐의와 부합하는 사실관계를 보완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라고만 말했다.
[MB소환 기사] 혐의 부인한 MB... 검찰, 일주일 내 영장 청구할 듯기자 "다스는 누구겁니까" 검찰 "아직도 몰라요?"MB "다스와 무관" 혐의 부인, '긴급체포' 가능성 낮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