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범구 독일대사 소통 '인상적'... 베일 가려진 외교관 활동 전해
[고양신문] 고양시 풍동에 살다 올해 초 독일로 떠난 고양시민의 이웃 정범구 독일대사의 SNS 소통이 화제다.
대사라고 하면 으레 근엄하고 엄숙해야 한다는 통념을 버리고 대사관 주변이야기와 한독 관계 등을 페이스북에 올리고 있어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정범구 대사는 지난 8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외교도 국민이 낸 세금으로 하는 것이다. 겉으로 화려해 보이는 외교관들이 실제로 무슨 일을 하는지 알리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대사관 소식은 홈페이지와 뉴스를 통해서만 접할 수 있었지만, 정 대사의 SNS 소통을 통해 대사관의 소소한 일상은 물론, 정 대사의 깊이 있는 사색과 주변 강대국들과의 이해관계를 실시간으로 엿볼 수 있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무엇보다 대사관의 역할이 무엇인지, 외교관의 일상은 어떤 것인지 등 베일에 싸여있던 숨겨진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올해 1월 초 독일로 출국한 정범구 대사는 일상적인 페이스북 글 외에 '대사관 이야기'라는 타이틀을 달고 연재를 시작했다. 최근 여덟 번째 연재글인 '대사관 이야기 8'에는 독일 내 통일을 이룬 사람들에 대한 소개가 실려 있는데, 고양시에서 활동하는 시민모임인 '통일을 이루는 사람들'에 대한 언급도 있어 시민모임에 친분이 있는 사람이라면 반갑게 느껴졌을 것이다.
SNS에는 얼마 전 화제가 됐던 박남영 독일주재 북한대사와의 만남에 대한 이야기도 담겨있다. 남북 대사가 공식석상에서 만나는 일은 극히 드문 일이라 국내 일간지에도 소개가 됐다.
또 연인관계인 슈뢰더 전 총리와 한국인 김소연씨를 초청해 만난 일, 독일 대통령을 수행하며 한국에 들어왔던 일, 작곡가 윤이상 묘소 이야기, 대사관 직원 소개, 터키 대사관에서 관용 차량인 에쿠스가 고장난 일, 일본과 중국 대사관을 미묘하게 비교분석한 이야기 등이 실려 있다.
정 대사는 "국정에서 중요한 분야가 외교인데, 성공을 거두기 위해선 국민의 폭넓은 이해와 지지가 있어야 것이고 그러기 위해선 먼저 '소통'이 필요할 듯하다"며 "외교란 것이 어떤 것이고, 지금 우리가 당면한 문제가 무엇인지를 진솔하게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설명했다.
적극적인 SNS 소통에 대한 외교부 반응에 대해 묻자 "딱히 무슨 반응이 있는 것은 아니다. 단 외교도 국가비밀이나 전략을 다루는 분야이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선 조심하고 있다. 주재국뿐 아니라 타국의 외교관들을 만날 때 양자 간 현안이 되는 문제에 대해서는 되도록 구체적 언급을 삼갈 생각이다"라고 답했다.
아울러 정범구 대사는 "우리보다 먼저 통일을 이뤘던 나라의 전략과 통일 이후 사회재통합 과정 등에 대해 앞으로 다뤄볼 생각"이라며 "고양시민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정 대사는 1999년 고양시 탄현동으로 이사 오고 이듬해 국회의원 선거에 당선되면서 초선의원으로 지역에서 활동했다.
다음 총선에는 불출마를 선언하고 고양시를 떠났다가 2016년 다시 고양시 풍동으로 돌아와 고양시민들과 격의 없이 소통하며 자연스럽게 어울려 지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성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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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 제휴사인 <고양신문>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