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콜라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이 불법 자금을 받은 혐의로 구금됐다.
AP, BBC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20일(현지시각) 사르코지는 과거 리비아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로부터 불법 자금을 받은 혐의로 파리 인근 낭테르 경찰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받고 있다.
경찰은 프랑스경제범죄전담검찰(PNF)의 지휘를 받으며 사르코지를 최대 48시간 동안 구금해 조사하기로 했다. 그 이후로는 조사 결과를 보고받은 판사가 구금 연장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프랑스 검찰은 사르코지가 지난 2007년 대선을 앞두고 브로커를 통해 리비아의 카다피 정권으로부터 5천만 유로(약 658억 원)의 불법 자금을 받은 정황을 파악하고 사르코지 측에 출석을 요구했다.
검찰은 브로커 역할을 했던 용의자의 자백을 받아냈고, 당시 리비아 석유장관이었던 추크리 가넴이 리비아가 사르코지 측에 거액의 불법 자금을 제공했다는 내용을 쓴 비망록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프랑스 국영방송은 카다피가 "2007년 프랑스 대선 당시 유력 후보였던 사르코지에게 선거 자금을 지원했다"라며 "내가 그를 대통령으로 만들었다"라고 밝힌 음성 녹음을 공개하기도 했다. 사르코지는 대통령 취임 후 카다피를 국빈으로 초청했다.
카다피는 1969년 쿠데타를 일으켜 42년간 정권을 잡았다. 이슬람 근본주의를 앞세운 인권 탑압과 독재 정치로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았고, 2011년 민주화 시위로 권좌에서 쫒겨난 뒤 도피하다가 사살됐다.
검찰은 카다피로부터 받은 돈을 받아 사르코지에게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는 사르코지의 전 보과관 알렉상드르 주리도 지난 1월 영국에서 체포했다. 그러나 주리는 모든 혐의를 부인하며 이번 수사가 정치적 목적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르코지가 몸담았던 공화당도 이날 성명을 통해 "무죄추정의 원칙이 모든 사람에게 적용된다는 것을 거듭 강조한다"라며 "공화당은 완전하고 절대적인 지지를 사르코지 전 대통령에게 보낸다"라고 밝혔다.
사르코지는 지난 2014년에도 자금 횡령 혐의로 프랑스 전직 대통령으로서 처음으로 구금된 바 있다. 이어 리비아로부터 불법 자금을 받은 혐의까지 받으며 4년 만에 다시 구금되는 치욕을 겪게 됐다.
2007년부터 2012년까지 프랑스 대통령을 지낸 사르코지는 재선에 도전했으나 사회당의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에게 패했다. 극우 정책을 앞세워 재기를 노렸지만 각종 부패 스캔들에 휘말리며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사르코지는 리비아 관련 사건과 별개로 자신의 홍보회사 자금을 몰래 유용했다는 혐의와 자신의 정치자금 재판을 맡은 판사에게 대통령이 되면 고위직을 주겠다고 매수한 혐의로도 재판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