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끝에 제주도가 59개 양돈장에 대해 '악취관리지역 지정'을 고시했다.
하지만 당초 예고했던 96개 농가에서 59개 농가로 줄어들어 양돈농가의 저항에 밀린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제주도 전성태 행정부지사는 21일 오전 도청 기자실에서 전국 최초로 양돈농가 '악취관리지역 지정'을 고시한다고 발표했다.
악취관리지역 지정대상은 한림읍 금악리 등 11개 마을에 위치한 59개 양돈장으로 지정면적은 56만1066㎡이다.
악취관리지역으로 지정된 양돈장은 지정고시일 기준 6개월 이내 악취방지시설 계획서를 첨부해 행정시에 악취배출시설 설치신고를 해야 하고, 또 6개월 이내에 시설을 해야 한다.
이날 양돈농가는 도청의 기습적인 악취관리지역 지정 기자회견에 반발해 40~50명이 집단 항의 방문했다. 일부 농가는 브리핑에 앞서 항의하는 소동을 벌이기도 했다.
제주도는 악취관리지역 지정 고시에 '후퇴에 후퇴'를 거듭했다.
제주도는 지난 1월5일 악취관리지역 지정계획안을 발표한 뒤 3회에 걸쳐 지역설명회를 개최하고, 1월24일까지 의견수렴을 실시했다.
지역설명회에선 수십년간 악취로 고통받아온 주민의 입장을 고려해 지정계획 원안대로 악취관리지역 지정을 하라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제출된 의견서는 악취관리지역 지정 반대가 99.9% 였다. 의견 수렴기간(1월5일~24일) 중 제주도에 제출된 의견은 총 479건. 이 중 2건을 제외하고 477건은 양돈농가와 양돈단체에서 집중 제출됐다.
특히 477건의 반대 의견서는 대한한돈협회 제주도협의회, 제주양돈산업발전협의회, 제주양돈협회 등 제주지역 단체 뿐만 아니라 대한한돈협 등 중앙과 지역협회에서도 제기했다.
양돈 관련 단체들이 낸 의견서는 농가 스스로 악취를 저감할 수 있는 계도 및 개선 기간을 가질 수 있도록 지정고시 유예를 요청하고, 악취관리지역으로 고시되면 양돈산업은 물론 금융, 사료, 유통 등 연관산업이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양돈농가의 반발이 지속되자 제주도는 1월말 고시 예정에서 2월말로 한달 늦추고, 2월말도 발표하지 못하고 늦췄다.
2번이나 악취관리지역 지정을 미루자 일각에서는 양돈업계의 압력에 스스로 불신을 자초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결국 제주도는 3월21일 악취관리지역 지정을 고시했지만 이번엔 숫자가 3분의 1 줄어들었다.
박근수 생활환경과장은 "당초 지정대상 96개소 중 악취방지 자구노력과 기준 초과의 경중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악취기준 초과율이 31% 이상인 59개소를 최종적으로 지정했다"며 "초과율이 30% 이하인 37개소는 악취방지 조치를 위한 행정권고와 함께 우선적으로 악취조사를 실시해 악취개선 여부를 점검하는 동시에 기준초과시 추가적으로 악취관리지역으로 지정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제주도는 악취관리지역 지정 고시 대상을 기존에는 '농도'였지만 이번에는 악취 '횟수'로 슬그머니 바꿨다.
박 과장은 "당초에 악취실태조사 발표에서 96개 농가와 지역이 초과된 것으로 발표했는데 10번 측정을 해서 1번 초과된 농가까지 지정고시하면 농가 입장에서 어려움이 많다고 호소했다"며 "실태조사 발표된 이후에 상당부분 개선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박 과장은 "이번에 전국적으로 축산 관련해서 악취관리지역으로 지정되는 사례가 제주도가 처음이어서 양돈업계 부담이 많은 것도 있다"며 "30% 미만 초과 양돈농가 지정유보하고, 나머지 195개 농가를 측정할 때 포함시켜서 한번 더 측정을 해서 초과된다면 추가로 지정고시하겠다"고 덧붙였다.
악취관리지역으로 지정 고시되면 악취저감시설을 갖춰야 하고,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1차 개선명령을 내리고, 2차 조업정지(영업정지)를 할 수 있다. 양돈장의 경우 생물이기 때문에 과태료(1억원 이하)를 부과할 수 있다.
양돈농가 3분의 1은 면죄부를 준 게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박 과장은 "면죄부가 아니고, 양돈농가 자구노력도 있었고, 개선되는 부분도 있었다"며 "전체 농가를 대상으로 하다보니 양돈업계 어려운 점을 고려했고, 한번 초과했는데 지정하는 형평성도 고려했다"고 해명했다.
한편 이날 악취관리지역 지정 고시 브리핑에 앞서 양돈농가 40~50명이 집단으로 항의방문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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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 제휴사인 <제주의소리>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