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일부독서 구중생형극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 안에 가시가 돋는다."
26일은 안중근 의사의 순국 108주기다. 그리고 위의 말은 안중근 의사의 유묵이다. 내가 처음 저 말을 알았던 때는 초등학생 시절이다. 그런데 그때부터 얼마전까지만 해도 나는 저 말이 안중근 의사의 지극히 개인적인 발언인 줄로만 알았다.
왜 어떤 일을 매일같이 하다가 갑자기 하지 않는, 혹은 무언가 되게 하고 싶어지는 상황을 두고 우리는 "근질근질하다"라고 표현하지 않던가. 그 '근질근질함'을, 어렸던 나는 입 안에 혓바늘이 나서 간지러운 걸로 이해했던 것이다. "입 안의 가시"를 혓바늘이라는 물리적인 것 정도로만 해석한 탓이다.
그래서 나는 저 말이 안중근 의사 본인의 독서 사랑을 어필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초등학교 때 선생님도 내게 그리 가르쳐 주었다. 그 교훈에 대해서도, '이 위인도 책을 열심히 읽으셨으니, 우리도 열심히 독서하자' 정도로만 생각했다.
그러나 그렇지 않더라. 얼마 전에야 문득 그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와 생각해 보니, "입 안의 가시"라는 것은 혓바늘처럼 가벼운 걸 의미하는 '가시'가 아니었다. 정말로 찌르면 피가 나고 남을 다치게 할 수 있는 '위험한 가시'였고, 입 안에서 나온다고 했으니, 말로써 누군가를 다치게 한다는 의미였다.
아닌 게 아니라, 실로 오늘날 우리 사회에는 얼마나 많은 언어폭력이 버젓이 존재하고 있는가. 대놓고 욕을 하는 경우도 많고, 욕을 하진 않지만 웃는 얼굴로 농담을 하며 상대방의 자존감을 처참하게 깎아내리는 경우도 많다. 감수성이 부족해서 상대방이 받을 상처는 생각지 않고 내뱉는 말들도 많으며, 자기 딴에는 아무 생각없이 한 말이지만 상대방에게는 상처가 될 수 있는 경우도 많다.
안중근 의사는 그런 모든 언어 폭력의 원인에 대해, '그들이 무지'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이제와서 생각해보면, 독서를 생활화하기 이전의 나도 그랬다. 내가 아는 것만이 전부라 생각하고, 내 말로 말미암아 상대방이 상처를 받을 수 있다는 걸 생각하지 못했으니. 그런데도 내게 "책 좀 더 읽고와"라는 사람에게는 오히려, '그 책이 전부냐'며 오만과 무시로 임했으니.
많이는 아니지만 그래도 일주일에 한 권씩은 읽고 있는 지금에 와서 그때를 돌이켜 보면, 나는 그때 너무나도 감수성이 부족하고 무엇이 문제가 되는 줄도 몰랐다. 그래서 아마 "입 안의 가시"로서 많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줬을 것이다. 나는 그때의 내가 너무나도 부끄럽고, 굉장히 후회스럽다. 그 생각을 하면 실은 지금도 고개를 떳떳이 들고 다니기 어려울 정도다.
이러한 나의 경험으로 미루어 보아, 안중근 의사의 말은 너무도 맞는 말이었던 것이다. 책을 읽지 않으면 우리 입에 가시가 돋고, 그것은 정말로 남을 찔러 다치게 할 수 있으니. 말하자면 우리의 입에서는 자연히 가시가 나오고, 독서는 그 날카로움과 위험성을 계속해서 깎아주는 행위라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공부를 하고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단순히 나 개인이 지적으로 성숙해지기 위함만이 아니다. 그것과 더불어 내가 제일 잘났다고, 내가 아는 것만이 전부라고 생각했던 어제를 반성하기 위한 것도 있으며, 무엇보다도 '다른 사람에게 더 나은 나'가 되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인류의 역사는 감수성 영역의 확장"이라고 말한다. 예전에는 '나'만 생각하던 것이, 점차 '너'를 생각하게 되고, 나와 '다른 사람'을 생각하며 점점 확장되는 것 말이다. 그러기 위해서라면 책과 문학만큼 좋은 것이 없다.
우리는 그것을 통해 타인을 더 잘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으므로. 공감이란 무릇 상대방을 잘 알아가는 과정이므로. 물론 책을 통해 '나만의 생각'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독서는 그 자체로서도 개인의 도덕적 테두리를 확장시켜 줄 수 있는 일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화두는 물론 '공감'과 '겸손'이다.
그러니, 우리는 책을 읽어야 한다. 이것은 안중근 의사의 개인적인 발언이 아닌, 지극히 사회적인 발언이다. 마음을 열고 나와 다른, 내가 살아왔던 것과는 다른 세상을 열렬히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한다.
안중근 의사는 심지어 그것을 두고, '단 하루'만이라도 책을 읽지 않아 입에 가시가, 칼이 돋는 상황을 경계하라고 했다. 그런데 우리는 얼마나 많은 날들을 자기 스스로에 대한 경계없이 함부로 살고 있나. 우리는 지금도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말로써 다치게 하고 있나.
나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더불어 함께 살아가기 위해 겸손한 독서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