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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4월 초, 제3차 남북정상회담에 앞서 열리게 될 남측 예술단의 평양 공연에서 우리 가수들이 부르게 될 노래가 공개됐다.

25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이번 공연에서는 가수 조용필, 이선희, 백지영 그리고 걸그룹 레드벨벳 등 우리 가수들이 자신의 대표곡들을 중심으로 공연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한다. 아울러 지난 평창동계올림픽 기념공연 당시 방남한 북측 삼지연관현악단이 우리 가요를 부른 것에 대한 화답으로 우리 가수들이 북측 가요를 부르는 순서도 있다고 한다.

남과 북의 가요를 통해 서로 간의 문화적 이질성을 해소하고 교류의 물꼬를 트는 것은 기념비적인 일이라 할 만하다. 그러나 선곡 리스트를 보면서 내심 아쉬운 마음이 드는 것은 왜일까. 이번 남북정상회담의 역사적 의미를 생각한다면, 조금 더 의미있는 선곡이 이뤄져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회담장 입장하는 윤상과 현송월 20일 오전 판문점 북측지역 통일각에서 작곡가 겸 가수 윤상(오른쪽)을 수석대표로 하는 예술단 평양공연 실무접촉 대표단이 북측 수석대표인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을 비롯한 대표단과 회의를 위해 입장하고 있다.
회담장 입장하는 윤상과 현송월20일 오전 판문점 북측지역 통일각에서 작곡가 겸 가수 윤상(오른쪽)을 수석대표로 하는 예술단 평양공연 실무접촉 대표단이 북측 수석대표인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을 비롯한 대표단과 회의를 위해 입장하고 있다. ⓒ 통일부제공

남북의 역사적·문화적 공감대 회복할 수 있는 '독립군가'

주지하다시피 그동안 남과 북은 오랜 군사적 대치와 문화적 단절로 인해 한민족으로서의 동질성이 흐릿해진 지 오래다. 따라서 남북의 화해와 통일을 위해서는 남북 주민 간의 문화적 공감대 형성과 그로 인한 동질성 회복이 선행되어야만 한다. 지난 평창올림픽 당시 열린 북측 예술단의 공연이나 곧 열리게 될 우리 예술단의 평양 공연 역시 결국 그러한 목적으로 개최된 것 아니겠는가. 그렇다면 당연히 서로 간의 역사적·문화적 공감대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선곡이 필요하지 않을까.

대표적으로 '독립군가'가 있다. 독립군가는 구한말부터 일제강점기에 이르기까지 우리 순국선열 및 애국지사들이 일제에 맞서 싸우며 불렀던 노래였다. 그 당시에는 남도 북도 없었다. 그저 잃어버린 나라를 되찾겠다는 일념 하에 똘똘 뭉친 '한민족'만 있었을 뿐이다. 독립군가는 삭풍이 불어오는 만주 벌판 위에서 우리 독립군들이 피와 땀으로 짓고 한마음, 한목소리로 불렀던 노래였던 것이다. 이러한 역사적 흔적은 지금도 남과 북에서 여전히 이 노래들이 불리고 있다는 사실로 확인이 된다.

북측 군악대가 남측 대통령 앞에서 '유격대 행진곡' 연주한 까닭

"요동만주 넓은 뜰을 쳐서 파하고 / 여진국을 토멸하고 개국하옵신 / 동명왕과 이지란의 용진법대로 / 우리들도 그와 같이 원수 쳐보세 / 나가세 전쟁장으로 나가세 전쟁장으로 / 검수도산 무릅쓰고 나아갈 때에 / 독립군아 용감력을 더욱 분발해 / 삼천만 번 죽더라도 나아갑시다."

위 가사는 1910년대 지어진 것으로 알려진 독립군가 '용진가'의 한 대목이다. 지금도 국내에서 열리는 독립운동 관련 기념식에 가면 단골 행사곡으로 불리는 대표적인 노래다. 그런데 이 노래가 북측에서도 유명한 행진곡으로 쓰인다는 것을 알고 있는가. 북측에서는 가사만 다를 뿐, 용진가와 곡조가 똑같은 '유격대 행진곡'이라는 노래가 단골 행진곡으로 쓰인다. 여기서 유격대란 김일성의 항일유격대를 의미하는 것으로 같은 독립군가라는 점에서 한 뿌리에서 나온 것임이 확인된다.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지난 2000년 6월 13일 오전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한 김대중 대통령과 영접나온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밝은 표정으로 사열대로 향하고 있다.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지난 2000년 6월 13일 오전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한 김대중 대통령과 영접나온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밝은 표정으로 사열대로 향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북측도 이러한 점을 이미 알고 있었던 걸까. 2000년 6월, 제1차 남북정상회담 당시 김대중 대통령이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했을 때 북측 군악대가 연주한 곡이 바로 유격대 행진곡이었다. 당시 북측이 어떤 의도로 남측 대통령의 방북에 맞춰 유격대 행진곡을 연주했는지까지는 알려진 바가 없다. 추측컨대 우리 민족이 함께 그 노래를 부르며 일제와 싸웠듯이, 다시 화해하고 하나가 되자는 의미의 정치적 제스처는 아니었을까?

이러한 역사적 의미를 생각한다면 이번 평양 공연에서 독립군가가 불릴 이유는 충분하다. 물론 군가라는 점 때문에 딱딱하거나 호전적일 것이라는 편견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 당시 불렀던 독립군가를 들어보면 호전적이라는 느낌보다는 경쾌한 느낌이 더 강하다. 나라를 잃은 우울한 상황에서도 희망을 노래하고자 했던 선열들의 바람이 곡조에 담긴 까닭이다.

더욱이 2005년 국가보훈처는 대중적 감수성에 맞게 대중가요 형식으로 독립군가를 리메이크한 바 있다. 당시 가수 김장훈, 서문탁, BMK 등 인기 가수들이 부른 리메이크 독립군가들은 요즘 가요와 같은 형태로 편곡되어 젊은 층에게도 큰 호응을 얻은 바 있다. 대중 공연용으로 불리기에 손색이 없다는 뜻이다.

남과 북이 손 맞잡고 독립군가 부르는 장면 볼 수 있기를

무엇보다 이번 평양 공연에서 독립군가가 선보여진다면 그동안 '아리랑'만을 유일한 한민족의 노래로 기억하고 있는 요즘 세대들에게도 의미있는 역사교육이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제 공연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새로운 노래를 연습해서 불러야 하는 것은 가수들에게도 적잖은 부담이 될 것이다. 그러니 우리 정부는 우리 가수들이 독립군가를 여유있게 연습할 수 있도록 서둘러 선곡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오는 4월 평양공연에서 남과 북이 함께 손을 맞잡고 독립군가를 부르는 장면이 연출되기를 진심으로 고대해본다.

 2005년 광복 60주년 기념으로 국가보훈처에서 제작한 독립군가 리메이크 앨범 '다시 부르는 노래' 표지
2005년 광복 60주년 기념으로 국가보훈처에서 제작한 독립군가 리메이크 앨범 '다시 부르는 노래' 표지 ⓒ 국가보훈처

덧붙이는 글 | [청와대 국민청원] 평양 공연에서 '독립군가'를 불러주세요!

참여하기: https://www1.president.go.kr/petitions/175311

오는 4월 열리게 될 평양 공연에서 우리 예술단이 독립군가를 부를 수 있도록 선곡 청원을 진행 중입니다. 뜻있는 누리꾼들의 많은 동참과 홍보 바랍니다.



#남북정상회담#문재인#평양공연#독립군가#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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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학 전공 박사과정 대학원생 / 서울강서구궁도협회 공항정 홍보이사 / <어느 대학생의 일본 내 독립운동사적지 탐방기>, <다시 걷는 임정로드>, <무강 문일민 평전>, <활 배웁니다> 등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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