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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8년 개장한 전주동물원에서는 현재 약 650여 종의 동물이 살아가고 있다고 한다. 12만6천㎡의 부지에 조성된 전주동물원은 2015년 생태동물원 조성계획을 세워 2018년까지 400억 원을 투자하여 리모델링을 하고 있다. 새롭게 조성되어 동물들이 자유롭게 서식하는 공간으로 재탄생되는 것은 매우 반가운 일이다.

지난 25일 우연히 전주동물원에 들를 기회가 있어 다녀왔다. 일부 사자, 호랑이 등의 맹금사나 늑대 서식공간은 이미 새롭게 조성되어 개장한 것을 확인했다. 지난 2015년에도 한번 찾아왔던 터라 변화를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2016년 5월 5일 리모델링해 개장한 호랑이와 사자사 역시 과거보다 2배 정도 넓어졌다고 한다.

2015년 전주동물원 호랑이사 모습 .
2015년 전주동물원 호랑이사 모습. ⓒ 이경호

현재 호랑이사의 모습 .
현재 호랑이사의 모습. ⓒ 이경호

하지만 세렝게티 초원을 누비던 사자와 백두대간을 호령하던 호랑이에게는 턱없이 모자란 공간이다. 다만 서식환경을 좀 더 안정적으로 제공한다면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측해볼 수는 있다. 호랑이와 사자가 안정적으로 동물원에 적응하고 있는가는 꾸준히 지켜보고 판단해 봐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그런데, 아직 개선이 되지 않은 곳인 곰사에서는 정형행동을 보이는 곰이 있었다. 재규어 역시도 정형행동을 보이고 있었다. 정형행동(tereotypical behavior)과 관련해 전문가들은 스트레스를 받아 비정상적인 행동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앞뒤나 위아래로 똑같이 움직이거나, 털을 뽑기도 하는 행동을 하는 것이다.

▲ 불곰의 정형행동 정형행동을 보이며 똑같은 곳을 돌고 있다.
ⓒ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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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우리에 갇혀 생활하다 보니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 분명해 보였다. 야생의 곰이나 재규어는 넓은 공간에서 자신의 영역권을 가지고 생활한다. 포식자로부터 은신하거나 도망치고 번식과 휴식, 먹이를 구하는 행동 등의 생활패턴을 가지고 폭넓은 서식권을 확보하고 있는 곰과 재규어에게 동물원의 우리는 매우 좁을 수밖에 없다.

야생 환경과는 너무나 다른 동물원에서의 스트레스는 너무나 당연한 결과일 수밖에 없다. 전주 동물원의 곰사와 재규어사도 생태동물원 조성계획에 따라 사자나 늑대처럼 새롭게 단장을 하게 될 것이다. 실제 이런 시도들을 통해 곰과 재규어 등의 동물들이 스트레스로부터 해방되어 정형행동이 치료되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동물원에는 한계가 명확하다는 점이다. 물리적 공간이 제약되어 있다. 동물원은 세렝게티가 되거나 아마존의 숲이 될 수 없다. 동물의 하등동물과 고등동물로 분류하는 것은 마음에 들지 않지만, 고등한 동물일수록 동물원 등의 인공시설에 사육하기 부적합하다고 알려져 있다. 특히 넓은 영역권을 가지고 생활하는 동물들에게는 더욱더 그렇다.

동물원에 순기능도 있다. 종의 보전과 유지를 위해 필요한 시설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현재처럼 단순한 구경이나 전시를 위한 시설로만 유지된다면, 동물들의 학대에 도구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전주동물원에 있던 캥거루는 새끼를 주머니에 넣고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이었다. 새끼가 자라는 모습마저 전시의 대상이 되고 있어 어미의 스트레스 높은 모양이었다.

새끼를 주머니에 넣고 있는 캥거루의 모습 .
새끼를 주머니에 넣고 있는 캥거루의 모습. ⓒ 이경호

전주시에서 추진하는 생태동물원 조성을 한편으로는 응원하지만, 완전히 동의하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동물원에 적합하지 않은 동물은 다시 야생으로 돌려주거나 전시를 멈춰야 한다. 진정한 생태동물원이 되기 위해서 650종의 동물들에 대한 세심한 배려와 동시에 야생으로 돌려보낼 종과 종보전을 위한 종, 전시가능한 종의 분류가 명확하게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경호 시민기자는 대전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입니다.



#전주동물원#동물원#정형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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