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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박근혜 정부 시절 추진됐던 역사교과서 국정화 진행과정의 전모를 밝히기 위해 교육부 역사교과서 국정화 진상조사회위원회(아래 진상조사위)가 출범했습니다. 이 진상조사위가 발족 7개월여 만인 지난 28일 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진상조사위가 파악한 박근혜 정부의 불법행위는 여론조작 조성, 비밀TF 운영, 행정예고 의견서 조작, 국정화 반대 학자에 대한 연구지원 배제 등입니다. 진상조사위는 이런 위법 행위를 저지른 박근혜 청와대와 교육부 전·현직 고위공직자 25명을 수사의뢰 해 달라고 교육부에 요청했으며, 교육부 실무자 10여 명에 대해서도 국가공무원법상의 성실의무·공정의무·품위유지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고 '신분 상 조치', 사실상의 징계 처분을 요구했습니다.

같은 날 고용노동부 장관 자문기구인 고용노동행정개혁위원회는 박근혜 정부의 고용노동행정과 관련한 조사과제 중 '노동개혁 관련 외압 실태'와, '국정원의 고용보험자료 제공 요청', '불합리한 검찰 수사지휘 관행 개선'에 대한 조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이번 조사결과 박근혜 정부 청와대는 고용노동부 내에 비선조직을 신설해 노동운동을 탄압하거나 '박근혜 정부식 노동개혁' 홍보예산을 불법 집행하는 등의 위법‧부당 행위를 반복해 온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 기간 국정원과 검찰 역시 민간인과 민간 기업에 대한 불법 사찰을 하거나 주요 노동 사건에 대해 부당한 수사지휘를 해 왔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거의 보도되지 않은 '노동개혁 관련 탄압 실태'

역사교과서 국정화 진상조사회위원회의 발표 내용을 아예 보도하지 않은 방송사는 채널A와 MBN입니다. 이날 채널A는 계열사인 동아일보와 함께 개최한 '제1회 동아 모닝포럼 개최' 소식은 별도의 꼭지로 전했습니다. 반면 같은 날 MBC는 2건의 관련 보도를 내놓았습니다. 

고용노동행정개혁위원회의 발표 내용은 MBC와 KBS를 제외한 모든 매체가 보도하지 않았습니다. 이 중 KBS는 단신으로 사안을 전달했습니다. 즉 이 발표 내용을 제대로 보도 한 곳은 MBC 단 한 곳입니다.

 7개 방송사의 교육부 역사교과서 국정화 진상조사회위원회와 고용노동행정개혁위원회 조사 결과 관련 방송 보도량(3/28)
7개 방송사의 교육부 역사교과서 국정화 진상조사회위원회와 고용노동행정개혁위원회 조사 결과 관련 방송 보도량(3/28) ⓒ 민주언론시민연합

결국 교과서 국정화 관련 발표에 대한 보도는 채널A와 MBN을 제외한 모든 매체가 내놓은 반면 노동개혁 외압 관련 이슈에 대한 보도는 KBS와 MBC를 제외한 모든 매체가 내놓지 않은 것입니다.

TV조선은 '공무원 과잉 처벌' 논란으로 몰아

교과서 국정화 관련 보도의 경우, TV조선은 보도는 했으나 논조에 문제가 있었습니다. TV조선 <'역사교과서 국정화' 25명 수사 의뢰 논란>(3/28 윤해웅 기자 https://goo.gl/XEVc98)은 박근혜 정부의 교과서 국정화 불법개입이라는 사건 자체가 아닌 '공무원들에 대한 수사 의뢰가 부당하다'는 주장을 부각하며 사안의 본질을 흐렸습니다.

 진상조사위 조사 결과 중 수사 의뢰의 ‘부당함’에 초점 맞춘 보도 내놓은 TV조선(3/28)
진상조사위 조사 결과 중 수사 의뢰의 ‘부당함’에 초점 맞춘 보도 내놓은 TV조선(3/28) ⓒ 민주언론시민연합

앵커 멘트부터가 "역사교과서 국정화 진상조사위원회의 조사 결과도 나왔습니다. 조사위는 박근혜 정부 청와대가 교과서 국정화에 불법 개입했다고 결론 내리고, 박 전 대통령 등 관계자 25명을 수사 의뢰했습니다. 교육부 공무원 10여 명에 대한 징계 요구도 이뤄졌는데, 공무원들 사이에선 정부 정책대로 일했을 뿐인데 처벌은 너무한 것 아니냔 목소리도 나옵니다"로 '어떤 불법 개입이 있었는가'가 아닌 '수사 의뢰'에 초점을 맞추고 이에 대한 부정적 반응을 전달하고 있습니다.

기자의 첫 멘트 역시 "역사교과서 국정화 진상조사위원회가 박근혜 전 대통령 등 관계자 25명을 직권 남용 등의 혐의로 수사 의뢰하라고 교육부에 요구했습니다"입니다. 앵커와 마찬가지로 '수사 의뢰' 여부에 집중하고 있는 것입니다.

애초 1분 38초에 달하는 이 보도에서 진상조사위가 발표한 박근혜 정부의 위법행위 관련 내용은 "당시 청와대가 국정 역사교과서를 독단적으로 강행했고 여당과 교육부, 민간단체를 총동원해 여론을 조작했다고 주장했습니다"라는 기자 멘트와 국정교과서 진상조사위원장의 "자율적이고 독립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역사교과서 편찬에 부당하게 개입한 반헌법적이고 불법적인 국정농단 사건'이라고 규정하고"라는 멘트가 전부입니다. 시간으로 따지면 20여 초 정도입니다.

보도의 남은 시간은 모두 진상조사위의 당시 교육부 공무원 징계 요구에 대한 설명과 지적으로 채워졌습니다.

기자는 "하지만 진상조사위는 당시 교육부 공무원 10여 명에 대해서도 징계를 요구했습니다. 청와대 지시에 따라 교육부 내 구성된 국정화 비밀 TF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했다는 이유입니다. 이러한 강경 대응 방침에, 관가에선 부당한 처사란 반응도 나옵니다"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교육부 직원이라는 익명의 인사의 "저희들도 준비를 하고 있으면 위에서 오케이가 떨어져야 저희가 하니까"라는 입장을 소개했습니다. 보도는 "실무자까지 징계하는 건, 상명하복의 공무원 조직 문화를 감안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라는 기자 멘트로 마무리되기도 합니다.

공무원은 공익을 추구해야할 책무가 있으며, 부당한 업무지시에 순응하며 그 행위에 가담했다면 행위 경중을 따져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물론 현실적으로 실무를 담당한 공무원 개개인이 부당한 지시를 거부하는 것은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가담 정도와 지휘 고하 여부를 따져 책임을 물어야 하는 것입니다. 진상조사위도 이런 이유로 교육부 실무자 10여 명에 대해서는 실명을 밝히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그럼에도 무조건 '상명하복의 공무원 조직 문화'를 앞세워 불법 행위에 가담한 공무원들의 감싸는 건 부적절합니다.

덧붙여 한국에는 "공무원이 준수하여야 할 행동기준을 규정하는 것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공무원 행동강령>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 공무원 행동강령 제2장 공정한 직무수행에는 제4조(공정한 직무수행을 해치는 지시에 대한 처리) 조항이 있는데요. '공무원은 공정한 직무수행을 해치는 지시를 받으면 그냥 조용히 따를 것이 아니라 행동강령책임관과 상담, 소속기관장에게 보고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취지의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TV조선 외에는 모두 '박근혜 청와대 문제 행각' 전달에 초점

반면 TV조선 이외에 이 사안을 보도한 타 방송사는 모두 지난 정권의 문제 행태를 전달하는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MBC <국정교과서 청와대가 진두지휘>(3/28 정준희 기자 https://goo.gl/1kve7F), <"넣어라 빼라" 집필진마저 반발>(3/28 조국현 기자 https://goo.gl/TiAzMY)는 "처음부터 끝까지 청와대 작품" "교육부는 한 술 더 떠 이 같은 청와대 지침을 과잉충성으로 받들어" 등의 표현을 통해 관점을 전달하고 있기도 합니다. 

SBS <"또 하나의 국정농단"…25명 수사 의뢰>(3/28 유덕기 기자 https://goo.gl/32AvVf)도 '국정농단'이라는 진상조사위 발표 내용을 제목으로 부각했으며, JTBC <필진․수정 다 '박근혜 청와대 작품'>(3/28 윤영탁 기자 https://goo.gl/N6xQst)은 앵커멘트 직후 고석규 진상조사위원장의 "국정화 사건으로 민주주의 헌법 가치는 심하게 훼손당했고, 국민의 자유와 권리도 심각하게 침해받았습니다"라는 발언 내용을 먼저 보여주고 있습니다. 관련 추진 TF에 대해서는 "위법 조직"임을 명시하고 있기도 합니다.

KBS의 <청 전방위 개입…"수사 의뢰">(3/28 윤진 기자 https://goo.gl/6URVsJ)의 경우 관점을 멘트 등으로 드러내고 있지는 않지만, 최소한 진상조사위 발표 내용을 전달하는데 초점을 맞추고는 있습니다.

조중동도 한 목소리로 '과잉 처벌' 지적

'왜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인 공무원까지 처벌하느냐'는 이런 '문재인 정부의 과잉처벌' 프레임은 동아일보와 조선일보, 중앙일보에도 등장합니다. 신문의 경우 국정 역사교과서 문제와 노동개혁 관련 외압 문제에 연루된 공무원 전반으로 그 대상의 범주를 늘렸다는 차이점이 있을 뿐입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진상조사회위원회 조사 결과 관련 보도 제목(3/29)
역사교과서 국정화 진상조사회위원회 조사 결과 관련 보도 제목(3/29) ⓒ 민주언론시민연합

실제 조중동은 이날 일제히 관련 사설을 내놓았는데요. 모두 이번 수사의뢰를 '과잉 처벌'로 규정한 뒤 이를 지난 정권에 대한 보복의 문제로 몰아가고 있습니다.

먼저 동아일보는 <사설/국정교과서 과잉 처벌, 또 다른 적폐 낳는 것 아닌가>(3/29 https://goo.gl/xzivrF)에서 "국정화 작업에 관여한 공무원들을 사법처리하는 것은 진상조사와 별개의 문제"이고 "국정화 작업에 관여했던 교사나 교육부 공무원은 이미 적폐로 낙인 찍혀 인사상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며 "그들을 수사 의뢰하고 처벌하겠다는 것은 과잉 처벌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리고는 "이념이 다른 지난 정부에서 정책 집행에 관여했다는 이유로 공무원들을 사법 처리한다면 현 정권에서 집행되는 수많은 정책도 앞으로 똑같은 상황에 처할 수 있다" "적폐청산이라는 명분으로 이뤄지는 과잉 처벌이 또 다른 적폐가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조선일보도 <사설/정권 바뀌면 지금 정책 참여 공무원들도 수사받아야 하는가>(3/29 https://goo.gl/GQxNcX)에서 "어느 정부나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정책이 있다. 청와대가 결정하면 담당 부처는 이를 실현하기 위해 일한다. 그 과정에서 공무원이 무리한 부분이 있으면 그에 맞게 처리하면 될 일이다. 그런데 실무를 맡은 공무원을 수사해 감옥에 보내겠다고 나오면 앞으로 공무원들은 청와대에서 내려보내는 지시를 어떻게 해야 하나" "공무원들은 따르지 않으면 당장 쫓겨날 것이고, 하라는 대로 하면 다음 정부가 들어선 다음 수사받고 감옥에 갈 수 있다"라고 불법 행위에 연루된 공무원들을 두둔하는 듯한 내용을 담았습니다.

뿐만 아니라 조선일보는 "지금 정부는 지난 정부보다 더 은밀하고 집요하게 교과서를 바꾸고 있다"라는 주장과 함께 "정권이 바뀌면 여기에 관여한 공무원들은 어떻게 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기도 합니다.

중앙일보는 <사설/정권 교체에 휘둘리지 않을 올바른 역사교과서 만들라>(3/29 https://goo.gl/JKu2E2)에서 "공무원이 정책 추진 과정에서 위법·불법 행위를 저질렀다면 징계를 받는 건 당연한 일이다. 국정화를 밀어붙이는 청와대 지시에 순응한 교육부 공무원들이 '영혼이 없다'는 비난을 듣는 것도 사실이다"라고 말하면서도 "하지만 국정교과서든 '노동자를 옥죄는' 노동개혁이든 전 정부 정책의 타당성을 놓고 정치적 책임 추궁을 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자칫 특정 정책에 관여했다는 이유만으로 적폐로 몰고 책임을 묻는 일이 반복되면 공직 사회의 복지부동은 불 보듯 뻔하다"고 우려했습니다.

"국정 역사교과서 단죄에 나선 문재인 정부도 입맛대로 교과서를 만드는 데는 오십보백보"라는 지적은 조선일보와 동일합니다.

결국 TV조선과 조중동이 불법 행위 연루 공무원 수사 의뢰 문제를 '문재인 정부 과잉 처벌 문제'로 풀어가는 것은 '박근혜 정부와 크게 다를 것 없는 문재인 정부가 적폐청산을 앞세워 이전 정권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과도한 보복을 단행하고 있다'는 '보복 정치' 프레임을 띄우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이런 프레임 속에서 사안의 본질인 박근혜 청와대의 불법 행위 문제는 뒷전으로 밀려납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8년 3월 28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종합뉴스9>(평일)/<종합뉴스7>(주말), 채널A <뉴스A>, MBN <뉴스8>/2018년 3월 29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신문 지면에 한함) 

덧붙이는 글 | 민언련 배나은 활동가



#민언련#TV조선#교과서 국정화 불법개입#노동계 탄압#조중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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