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장교가 되고 싶었고, 기자가 되고 싶기도 했던 한 청년이 숲길지기로서의 삶을 시작한다고 했을 때 무조건 응원부터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골에서는 50대까지도 청년 취급을 받는다. 서른 살 전후의 '진짜 청년'은 '희귀종'에 가깝다.   

우리 나이로 올해 서른한 살 김성재 씨는 4월부터 내포문화숲길 당진센터에서 팀장으로 일하게 됐다. 취미로 도예를 배우고 싶어 했던 김씨는 지난 2016년 가을 같은 지역에 살고 있는 도예가 김상복(솔담)을 만났다. 솔담은 내포문화숲길 당진지부에서 센터장으로도 일하고 있다. 솔담은 자연스럽게 성재씨의 멘토가 되었다.

솔담과의 인연이 시작되면서 성재씨는 자연스럽게 내포문화숲길도 알게 되었다. 비록 박봉이지만 성재씨가 숲길지기 일을 '수락'한 이유도 숲과 산이 좋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지난달 31일 충남 당진시 면천면 삼웅리에 있는 솔담의 작업실에서 성재씨를 만났다.

그와 대화를 나누다 보니 그도 천생 숲길지기란 생각이 들었다. 아래는 그와 나눈 대화를 정리한 것이다.

 서른 한 살, 김성재씨는 4월부터 내포문화숲길 당진센터에서 팀장으로 일한다.
서른 한 살, 김성재씨는 4월부터 내포문화숲길 당진센터에서 팀장으로 일한다. ⓒ 이재환

- 고향에 내려와 살겠다고 했을 때 가족이나 주변의 반대는 없었나.
"물론 반대가 심했다. ROTC(학사장교) 출신으로 군 생활도 서울에서 했다. 전역 후에는 서울에서 잠시 직장 생활을 했다. 군 생활을 서울에서 했지만 서울의 출근길 풍경은 전혀 경험하지 못했다. 서울의 지옥철을 처음 경험한 순간 미칠 듯이 답답했다. 아무리 돈을 많이 번다고 해도 그런 생활은 견디기가 어려울 것 같았다. 부모님과는 상의도 없이 무작정 서울생활을 접고 내려왔다. 부모님과 주변 분들이 많이 안타까워 하셨다."

- 고향으로 돌아와 살고 있는데, 특별히 좋은 점이 있나.
"너무 많다. 원래 이곳 출신이라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유대관계 면에서는 장점이 더 많은 것 같다. 물론 유대관계라는 것은 양날의 칼과 같다. 시골 특유의 긴밀한 유대관계가 불편한 점도 물론 있다. 하지만 조금만 노력해도 주변의 응원과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은 장점이다. 놀러 갈 곳이 너무 많다. 내 취향에 딱 맞는다. 주변에 바다도 있고 산도 있다. 산길을 걷는 것을 특히 좋아하는 데 아미산이나 덕숭산에 자주 놀러 간다. 언제 든 산과 바다로 놀러 갈 수 있다는 게 너무 좋다.

- 솔담 김상복에게 도예를 배운 것으로 안다. 주로 어떤 작품을 만들고 싶은가.
"나를 표현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 무엇인가를 할 때는 항상 근간을 잡는다. 나에게는 그 기준이 전통도예이다. 전통도예를 통해서 나를 표현하고 싶다. 도예의 매력은 감각적으로 말하면 흙을 만지는 느낌인 것 같다. 흙이 내 손가락 즉, 촉감으로 인해 변형이 되는 것이 참 좋다. 손으로 무엇인가를 만들며 온기를 느끼는 것이 무엇보다도 좋다."  

- 4월부터 내포문화숲길에서도 일하게 되었다고 들었다. 숲길에 일하기로 결심한 계기가 있나.
"숲길 자체가 그냥 좋았다. 숲길을 걸으면 살아 숨 쉬는 느낌을 받는다. 물론 숲길 행사도 기획해야 하고 나름 어려운 점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축제를 기획하는 것 자체가 숲을 좀 더 깊이 이해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나 혼자만 즐기는 것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과 함께 숲을 즐긴다고 생각하면 지금보다 더 즐거울 것 갔다." 

-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은 없나. 아직 이루고 싶은 꿈이 더 있을 것 같다.
"너무 많다. 나 자신을 생각하지 않고 남을 도울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지금은 계산이 너무 많은 나이인 것 같다. 무엇을 하려고 해도 계산이 앞선다. 물론 지금도 누군가를 도울 수는 있다. 손수레를 끌고 가는 분을 뒤에서 밀어주는 정도는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다. 하지만 정신적인 것은 물론 물질적으로도 남에게 베풀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계산하지 않고 남을 도울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 내 최종적인 꿈이다." 

- 도시와 시골의 삶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는 청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없나.
"물은 흐를 때 억지로 흐르지 않는다. 물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길을 따라 흐른다. 남의 눈을 의식해 억지로 대도시에서 살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자신의 길이 어딘지를 진지하게 생각해 보고 결정했으면 좋겠다."


#김성재 #숲길지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자유주의자. 개인주의자. 이성애자. 윤회론자. 사색가. 타고난 반골. 충남 예산, 홍성, 당진, 아산, 보령 등을 주로 취재하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