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일본영사관 앞에 일제 강제징용노동자상을 건립하기 위한 움직임이 탄력을 받고 있다. 모금액의 80%가 모였고 기존 다른 지역의 동상을 일부 변경한 형태의 형상도 확정했다. 노동절인 5월 1일 건립 계획을 발표한 주최 측은 경찰에 집회 신고를 내는 한편, 부산시 등에는 노동자상 건립을 막지 말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제작 비용과 부대 비용 등을 합해 8000만 원을 목표로 한 노동자상 건립 모금에는 3월 말을 기준으로 6545만여 원이 모였다. 목표치의 81% 수준이다. 순조롭게 모금이 이어진다면 목표치를 달성할 수 있다는 게 건립을 추진하는 '적폐청산·사회대개혁 부산운동본부 강제징용노동자상 건립특별위원회'(아래 노동자상건립특위)의 계산이다.
노동자상건립특위는 기존 서울과 인천 등에 세워진 노동자상과는 다른 형태의 동상을 부산에 세울 계획으로 최근 형상도 확정했다. 부산일본영사관 앞 위안부 평화의 소녀상도 제작한 바 있는 김서경 작가가 만드는 노동자상은 촛불을 치켜든 노동자의 모습을 투영키로 했다.
노동자상건립특위는 "일본영사관을 바라보는 노동자상인 만큼, 정의로운 미래를 바라는 의지가 제대로 표현된 모습이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노동자상건립특위는 4일에는 다음 달 1일 일본영사관 앞에서 노동자상 건립을 위한 노동절 집회를 열겠다며 경찰에 집회를 신고하기로 했다. 경찰이 외교공관 보호를 구실로 집회를 불허할 가능성도 있지만, 주최 측은 법적 대응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집회를 성사시킨다는 계획이다.
눈치 보는 지자체... 공무원노조 "철거 지시 있어도 거부한다"
동상 건립 분위기는 박근혜 정부 시절과는 달라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6년 12월 부산 동구청이 소녀상을 철거하자 자신의 페이스북에 "(소녀상 철거는) 청산되지 못한 친일행위"라면서 "즉시 소녀상 설치를 허가하라"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지난해 대선 정국 부산 방문에서는 소녀상을 찾아 철거를 요구하는 일본 정부를 강하게 비판하기까지 했다. (관련기사:
문재인, 예정에 없던 소녀상 방문... 일본 강하게 비판)
지방선거를 앞둔 지방자치단체 역시 여론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부산시는 일본영사관 앞이 아닌 장소에 노동자상을 세워 달라는 뜻을 전한 상태이지만, 노동자상건립특위는 3일 이를 거절했다. 노동자상건립특위는 10일까지 부산시에 공식 입장을 밝히라는 공문을 보낸다는 계획이다.
2016년 말 소녀상을 철거했다가 여론의 역풍을 맞았던 동구청은 이번에는 충돌을 벌이며 노동자상 건립을 막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번에는 아예 공무원노조가 노동자상 철거를 위한 지시를 따르지 않고 건립에 힘을 보태겠다고 선언했다.
박중배 전국공무원노조 부산본부장은 "2년 전처럼 공무원이 동원되는 일은 없다"면서 "공무원노조의 이름을 걸고 약속한다"라고 말했다. 박 본부장은 "정권의 하수인이 아닌 국민의 공무원, 민중의 공무원이란 사명을 안고 노동자상 건립에 앞장서겠다"고 덧붙였다.
노동자상건립특위는 3일 부산시청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방해와 억압을 뚫고 촛불이 평화의 소녀상을 영사관 앞에 세웠던 것처럼 강제징용노동자상 또한 그곳에 자리 잡을 것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노동자상건립특위는 모금 운동을 이어가는 동시에 오는 7일 서면에서 노동자상 건립을 알리고 일제강제징용에 대한 사죄·배상을 요구하는 홍보 활동에도 나선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