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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에서 흙과 가까이하는 농사를 하면서 착해지는 느낌이다
텃밭에서흙과 가까이하는 농사를 하면서 착해지는 느낌이다 ⓒ 오창균

24절기 중 다섯번째 청명(淸明, 4월 5일)은 하늘이 점차 맑아지는 절기로, 농사와 나들이하기 좋은 봄날이다. 그러나 안개처럼 뒤덮힌 미세먼지에 가려져 맑은 하늘을 보는 날이 드물어진 요즘이다. 답답한 마음에 한숨만 저절로 나온다.

'청명에는 부지깽이를 꽂아도 싹이 난다'는 말이 있다. 생명력이 없는 부지깽이 같은 나무를 꽂아도 싹이 날 정도로 농사짓기에 좋은 날씨라는 뜻이다. 4월에 들어서면 농장에서는 해마다 지역주민들에게 텃밭 분양을 한다.

한 달 전부터 분양문의 전화를 받았지만 아직 때가 안 되었으니 기다리라고 한다. 봄이 오면 꿈틀거리는 경작본능을 누르지 못하고 흙냄새가 그리워 해마다 농장에서 주말농사를 짓는 사람들이 있다. 거짓이 없는 흙처럼 그들의 얼굴에서는 선(善)한 기운을 느낀다. 욕심을 누르지 못하고 '나만 아니면 된다'는 이기적인 얼굴도 만나지만 그러한 인연은 지속시키지 않는다.

또 다른 속담으로는 '한식에 죽으나 청명에 죽으나'라는 말이 있다. 한식과 청명은 하루 차이로 별로 달라질 것이 없음을 말한다. 지금 농사를 시작해도 되느냐, 감자를 심는 것이 늦은 것은 아니냐고 걱정스럽게 묻기도 한다. 농사가 처음으로 몰라서 그럴 수도 있고, 일찍 시작한 사람들의 훈수에 혼란을 느낀 것이다. 농사는 24절기를 따라가면서 때(時)를 맞추는 것이지 경쟁으로 순위를 결정하는 운동경기가 아니다. 봄농사는 서두르지 않고 여유있게 해도 된다는 생각이다.

감자심기 농사는 단순작업의 반복이면서도 똑같지는 않다
감자심기농사는 단순작업의 반복이면서도 똑같지는 않다 ⓒ 오창균

텃밭농사에서 배운다

자급하는 텃밭농사는 '다품종 소량생산'으로 다양한 작물의 재배경험을 할 수 있다. 농사는 머리로 하는 것이 아닌 몸으로 기억된다는 것을 느낄 때, 내 몸이 농사를 받아들였다는 증명이기도 하다. 그것은 한 해의 경험으로 일찍 올 수도 있고, 여러 해가 걸릴 수도 있을 것이다.

농사는 수십 년의 경력이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이며, 짧은 기간이라도 다양한 작물에 대한 농사 경험은 큰 공부이고 자산이다. 큰 농사는 뭔가 대단하고 전문적인 기술이 있는 것처럼 생각을 하는데 그렇지도 않다. 오히려 작은 텃밭농사로 다양한 작물을 재배해보면서 많은 것을 배울 수도 있다.

그리고 지속가능한 농사와 건강한 농산물에 대한 농사철학을 뚜렷하게 정립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다면 내가 생각하는 농사를 짓지 못하고 현실과 타협할 수도 있으며, 농사는 고된 노동이고 돈이 안되는 일이라는 자괴감에 빠질 수 있다.

새로운 삶의 전환으로 당장 귀농을 할 수도 있고, 내 몸과 생각이 농사와 맞는지를 긴 호흡으로 알아보는 텃밭농사를 해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다. 농사는 몸과 마음이 흐트러짐없이 하나가 되는 정신수행을 하는 명상과 같다.


#농사#텃밭#귀농#청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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