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이 돈이 필요해 사위에게 사채를 빌렸고, 사위는 그 채권을 주식으로 바꾼 뒤 19억 원의 부당 이득을 취하고 '먹튀(먹고 튀었다는 뜻의 속어)'한 내용입니다."4일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 앞에서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아래 사무금융노조)이 마련한 기자회견에서 나온 말이다. 노조는 김남호 DB손해보험 부사장이 외부에 공개되지 않은 내부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미리 팔아 손실을 피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김남호 부사장은 김준기 전 동부그룹 회장의 장남이다.
노조에 따르면 김 부사장은 지난달 차바이오텍 주식을 모두 팔아 금감원 모니터링 대상에 오른 상황이다. 김 부사장이 주식을 판 시점은 차바이오텍이 4년 연속 영업손실을 냈다는 감사보고서를 제출한 시기와 맞물리는데, 지난달 22일 해당 주식이 관리종목으로 지정됐다고 노조 쪽은 설명했다.
또 노조는 차광열 차병원그룹 회장의 사위인 김 부사장이 차바이오텍의 부실을 미리 알고 있었기에 주식을 판 것이라고 주장했다. 차바이오텍은 차 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회사다. 김현정 사무금융노조 위원장은 "김 부사장은 장인이 운영하는 회사의 전환사채를 지난 2016년 매입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장인 회사의 주식을 사위가 몰래 전량 매도한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차병원그룹 오너일가의 이상한 주식거래김 위원장은 또 "전환사채를 발행할 때는 오너 일가나 친인척들에게도 일정 분량을 배정하는데, 최대주주 지분을 유지하고 안정적으로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전환사채를 사들인 이후 이익이 나는 시점이 있는데, 오너 일가는 이를 팔지 않고 경영권 확보를 위해 유지하는 것이 상식"이라고 부연했다. 더불어 그는 김 부사장이 주식을 판 것에 대해 "이미 내부정보를 확인한 상태가 아니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김 부사장이 차바이오텍 주식을 판 지난달 8일 해당 주가는 3만5000원대였는데, 이날 주가는 1만8000원대로 떨어져 그가 약 2배의 손실을 회피했다는 것이 노조 쪽 설명이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정보 비대칭으로 내부정보를 전혀 알지 못했던 소액주주들의 원성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며 "금감원은 이에 대해 철저히 조사해 엄중한 처벌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차바이오텍의 부실을 미리 알지 못했던 다른 주주들은 주가가 떨어지면서 손해를 입을 수 밖에 없게 됐는데, 실제 김 부사장이 내부정보를 이용한 것인지 제대로 따져봐야 한다는 얘기다. 자본시장법에서는 미공개중요정보 이용행위를 금지하고 있고, 이를 위반할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이나 부당이익의 2~3배를 벌금으로 부과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김호열 사무금융노조 증권업종본부장은 "소위 '작전'이라고 하는 통정거래(가격을 미리 정하는 주식 매매)와 가장매매, 그 연장선에 내부정보를 이용한 불공정거래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는 자본시장의 근본질서를 흔들고, 소액투자자의 주머니를 터는 엄중한 범죄"라고 덧붙였다. 또 김 본부장은 "소액주주들이 누려야 할 이익, 피해야 할 손실을 김 부사장이 가로챈 것"이라고 목소리 높였다.
사무금융 노조 "김 부사장, 내부정보 이용 손실 회피 의혹"노조는 현재 자본시장법의 미공개중요정보 이용행위 금지에 대한 처벌 규정이 가볍다고 보고, 이를 강화하는 법안을 국회에 청원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한진해운, 한미약품 주식 등과 관련한 내부정보 이용 사례도 계속 발생하고 있는데 이는 '솜방망이' 처벌 때문이라는 것이다.
더불어 노조는 현재 김 부사장이 김준기 전 DB금융그룹 회장으로부터 지분 승계를 받고 있는데, 이런 과정이 정당한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는지도 금융당국이 살펴봐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내부정보를 특수관계인 지위를 이용해 자신의 이익을 취하는데 이용한 김 부사장에 대한 지분승계 과정이 투명하게 진행되고 있는지 금감원이 조사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DB금융투자의 부당노동행위를 규탄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정희성 사무금융노조 DB금융투자지부장은 "지난해 3월, 30여 년 만에 노조가 설립됐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그는 "노조를 설립하자마자 (회사가) 전 직원의 이메일과 전화번호를 삭제하고, 정규직원의 임금을 70% 삭감했다"고 덧붙였다. 또 정 지부장은 "노조 설립 이후에도 (회사가) 여전히 부당노동행위를 일삼고 정규직, 계약직 직원들을 교묘하게 구조조정하고 있다"며 "계속해서 진실을 규명하고 투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회사의) 노조불인정, 부당노동행위는 (관계 부처가) 당장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회사 앞에서 1인 시위를 한 노조지부장을 부당 전보한 것에 대해 분노와 경악을 금치 못했다"고 덧붙였다.
DB금융투자 "김 부사장 미공개정보 이용 사실 없어" 부인한편 노조의 이같은 의혹 제기에 회사쪽은 즉각 반발했다. DB금융그룹 관계자는 "김 부사장은 미공개정보를 이용한 사실이 없다"며 "금감원 조사로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위법 여부가 확인되지 않았는데, (노조의 주장은) 과도한 망신주기"라며 "'기업 흔들기' 행태에 대해 개탄스럽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