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와 강동구청이 강일지구 내 토지 교환 문제를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개발 과정에서 두 기관이 소유한 땅이 일부 뒤바뀌었는데, SH공사가 자신에게 유리한 교환 조건을 고집하고 있기 때문이다.
10일 강동구청에 따르면, 구청은 서울 강동구 강일동 328-1번지 일대에서 주택지 조성사업(강일동 일단의 주택지 조성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지난 2000년부터 추진돼 온 이 사업은 강일동 상습 침수 지역(304-2번지 일대) 거주민들의 보금자리를 만드는 사업이다.
지난 2002년에는 거주민 68명으로 구성된 강일동 일단의 주택지 조합이 설립됐고, 실시 계획 인가도 고시됐다. 총 1만 6396㎡ 면적의 그린벨트에 택지를 조성하고, 이 땅을 68개 필지로 나눠, 단독주택촌을 만든다는 청사진이 그려졌다.
조합원들은 1인당 5000만원의 토지 비용을 부담하고, 50평 면적의 단독주택 용지를 받는다. 주택지 조성 사업은 강동구청이 조합원들로부터 명의신탁을 받아 진행해왔다.
땅 소유권은 현재 강동구청이 갖고 있지만, 택지 조성이 끝나면, 각 조합원들에게 되돌려준다. 하지만 사업 시행과 관련한 조합원간 의견 차이로 이 사업은 한동안 정체돼 왔다.
사업 미뤄지는 사이 2003년 SH공사가 강일지구 사업 실시
사업이 미뤄지는 사이, SH공사가 지난 2003년 이 지역 주변에 새로운 주택사업을 시작한다. 지난 2007년 12월에는 이 사업지의 경계선을 새로 설정한다. 경계가 새로 설정되면서 기존 강동구청 주택 사업지의 위치가 바뀐다.
SH공사가 설정한 구역을 보면, 강동구청 사업지(조합땅)는 종전보다 5m 가량 옆(동남 방향)으로 옮겨졌다. 그러면서 강동구청 토지와 SH공사 토지가 약 1027㎡ 정도 뒤섞인다.
자세히 말하면, 경계선 조정에 따라, 강동구청 사업지는 SH공사가 소유한 동남쪽 땅 일부를 흡수했다. 하지만 북서쪽 땅 일부는 SH공사 쪽으로 넘어갔다. 하지만 당시 강동구청 사업 담당부서(주택재건축과)는 SH공사로부터 별다른 통보를 받지 못했다.
지난 2015년 강동구청이 다시 사업지 조성을 추진하면서 SH공사로부터 한통의 공문을 받는다. 구청 담당 부서는 이 공문을 통해 토지 경계가 조정된 사실을 알게 된다.
토지 경계 새로 그리면서, 기존 강동구청 사업지 우측으로 5m가량 밀려당시 SH공사의 강일지구 개발이 진행되고 있던 터라, 구청이 원래 경계선대로 사업을 하는 것은 어려웠다. 강동구청은 새롭게 조정된 경계에 따라 지난해 1월 토지 기반시설(도로와 상수도 등) 조성까지 마쳤다.
이와 함께 강동구청과 SH공사는 서울시와 함께 뒤섞인 토지의 교환 문제를 협의한다.문제는 비교적 간단히 끝나는 듯 했다. 강동구청에 따르면 지난해 4월 강동구청과 SH공사는 각자의 소유지(1027㎡)를 1대 1로 맞바꾸기로 구두 합의한다. 부지 교환시 초과 공급되는 부지(45.6㎡)는 도시개발계획 변경으로 해결하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강동구청 사업지는 기존 계획된 면적을 보전 받게 된다. 같은 면적의 땅을 특별한 조건 없이 맞바꾸는 상식적인 합의였다.
하지만 SH공사는 몇 달 뒤 1대1 맞교환이 아닌 서울시 지침에 따라 토지 교환이 이뤄져야 한다고 입장을 바꾼다. "당시 담당자의 착오가 있었던 것 같다"는 게 SH공사의 해명이다. SH공사가 제시한 서울시 지침은 강동구청(조합)에 불리한 조건이었다.
지침에 따르면 SH공사가 강동구청에 줘야 하는 땅(공급부지)의 감정평가는 공급 시점을 기준으로 평가한다. 올해 교환이 이뤄진다면 공급부지는 2018년을 기준으로 땅값이 결정된다.
SH공사, 공사가 반납할 토지는 비싸게, 돌려받는 땅은 싸게 평가반면 SH공사가 강동구청으로부터 되돌려 받는 땅(취득부지)의 감정평가는 처음 개발할 시점을 기준으로 한다. 이렇게 되면 공사가 택지 개발을 본격화한 지난 2005년이나 토지경계선이 다시 그려진 2007년을 기준으로 땅값이 매겨진다.
즉 SH공사가 조합에 파는 땅은 비싸게, SH공사가 조합으로부터 사야 하는 땅은 저렴하게 책정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가만히 있다가 추가 금액을 지급해야 할 수 있다는 소식에 강일지구 조합 관계자들은 분통을 터트렸다.
조합 관계자는 "SH공사가 지난 2016년 회의를 하면서, 해당 조건대로 시뮬레이션을 돌려봤더니 20억 원의 차액이 발생한다고 했었다"면서 "기존 우리 사업지에 SH공사가 (조합 등과)합의 없이 경계선을 다시 설정하면서 시작된 문제인데, 차액을 지불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말했다.
강동구청 관계자도 "현재 주택 사업지의 경계선은 SH 공사가 조정했고, 그에 따른 책임은 모두 SH공사에 있다"면서 "SH공사에서 말하는 서울시 지침도 법률적인 근거가 없는 지침 사항일 뿐"이라고 꼬집었다.
이 관계자는 또 "원래는 지난 2월 조성사업을 모두 마치고 조합원들에게 소유권을 이전하기로 돼 있었는데, 계획이 계속 미뤄지고 있다"면서 "사업이 미뤄지게 되면, 조합원들의 피해만 가중될 것"이라고 밝혔다.
협의가 원만히 이뤄지지 않자, 조합은 지난 2월 국민권익위원회에 민원을 제기했다. 하지만 SH공사는 서울시 지침에 따라 토지교환을 한다는 기존 입장을 바꾸지 않고 있다.
SH공사 관계자는 "취득부지와 공급부지 단가를 동일하게 적용하면 이런 논란이 애초 없었을 것"이라면서도 "(토지 교환과 관련해) 당시 준용할 수 있는 지침이 서울시 지침밖에 없었고, 강일 도시 개발 사업도 이 공급 지침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권익위 검토 결과가 어떻게 통보될지 모르겠지만, 권익위에서 결론이 나면 협의해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