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방송 SBSCNBC는 2월 22일부터 제정임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교수가 진행하는 명사 토크 프로그램 '제정임의 문답쇼, 힘' 2018년 시즌 방송을 시작했다. 매주 목요일 오후 11시부터 1시간 동안 방영되는 이 프로그램은 사회 각계의 비중 있는 인사를 초청해 정치 경제 등의 현안과 삶의 지혜 등에 대해 깊이 있는 이야기를 풀어간다. <단비뉴스>는 매주 방송 영상과 주요 내용을 싣는다. - 기자 말"정말 궁극적으로 안정적인 직장이 존재할 수 있는가. 지금 일견 보기에 안정적인 직장도 10년을 못갈 거거든요. 세계화에 의해서 경쟁은 점점 더 치열해지고, 경쟁이 없던 구간에도 경쟁이 도입될 수밖에 없습니다…. 저만 해도 치의대를 간 게 2001년인데, 그때까지 안정적이고 돈 잘 벌던 치과의사들이 졸업할 무렵에 보니 포화 상태에 망하는 일이 생기더라고요. 10년도 안 됐는데 말이죠."치과의사를 그만두고 창업한 지 4년여 만에 국내 회사 중 유일하게 2017년 세계 100대 핀테크 기업 중 35위에 오른 비바리퍼블리카의 이승건(36) 대표가 29일 SBSCNBC <제정임의 문답쇼, 힘>에 출연했다. 그는 창업 후 제품 개발에 8번이나 실패하고, 한때 통장 잔고가 2만 원밖에 없어 직원 월급을 못 주고 사업을 포기할 뻔했던 경험담을 들려주며 청년들이 공무원 등 '안정적으로 보이는' 직업에 몰리기보다 좀 더 도전하기를 촉구했다.
치과의사 하다 창업 후 8번 실패 끝에 '토스' 개발
2013년 설립된 비바리퍼블리카가 2015년 선보인 온라인·모바일 기반 간편송금서비스 '토스'는 최근 누적송금액 14조 원, 월간 송금액 1조5000억 원을 돌파하는 등 급성장하고 있다. 세계적 핀테크 기업 페이팔 등 국내외 자본으로부터 수백억 원을 투자받아 종합금융서비스 플랫폼으로 발돋움하면서, 국내 핀테크 회사 최초로 기업가치 10억 달러(약 1조 원) 이상의 '유니콘'으로 성장할지 주목받고 있다.
이 대표는 삼성의료원과 푸르메치과 등에서 일하다 군 복무로 전남 신안군 암태도에서 공중보건의 생활을 하는 동안 '좀 더 가슴 뛰는 일을, 당장 해야겠다'고 결심, 소집해제와 동시에 창업했다고 한다. 보건소에서 매주 5권의 책을 읽고 주말에는 서울로 가 5개의 독서모임을 하면서 '어떻게 살 것인가'를 치열하게 고민했기 때문에, 창업 후 거듭된 실패에도 좌절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좋아하는 일을 찾아서 실제 능력을 갖추려 노력한다면 길은 분명히 열린다는 얘기를 꼭 해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국내 창업 환경과 관련, 자금조달이나 경영자문(멘토링) 등 여러 측면에서 과거보다 여건이 좋아졌지만 '망하면 어쩌려고 사업을 하나' 하는 가족·친지의 만류가 여전히 걸림돌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실패해도 그것은 개인의 실패가 아니라 사업의 실패이며, 창업자는 그 경험을 통해 맷집과 사업역량이 커지고 다음 성공을 위한 인사이트(통찰)가 쌓인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자신도 많은 실패를 거쳤기 때문에 토스를 성공시킬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블록체인 잠재력 크지만 암호화폐 투자는 신중히
지난 2016년 결성된 한국핀테크산업협회에서 초대 회장을 맡기도 했던 이 대표는 첨단정보기술을 접목한 금융서비스를 의미하는 핀테크에서 최근 가장 주목받는 블록체인에 대해 "잠재력이 크지만, 아직 상업적으로 충분히 구현되지 못한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블록체인이 '인류 최초로 인터넷상에서 중개기관 없이 개별주체 간 직접 가치교환을 가능하게 하고, 그 거래가 문제없었음을 익명성을 갖고 보장할 수 있는 기술'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나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암호화폐 비트코인의 경우 초당 처리건수가 10건이 안 돼 초당 수십 건 이상 처리해야 하는 토스에 활용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기술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은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암호화폐에 과도한 투자를 하는 것은 폰지스킴(다단계 금융사기)에 빠지는 것이 될 수도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사회적 신뢰자본' 결핍으로 한국 핀테크 낙후이 대표는 미국·중국 등 선도 국가들에 비해 우리나라의 핀테크 산업은 3년 이상 뒤처져있고 격차가 점점 더 벌어지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세계적 기준에 못 미치는 규제환경과 '사회적 신뢰자본의 부족'을 원인으로 꼽았다. 예를 들어 싱가포르의 규제당국자들은 '청바지에 흰 티셔츠를 입고 핀테크 기업인의 베스트프렌드가 돼 주는 분위기'라 새로운 금융서비스가 빨리 등장하고 쉽게 성장한다는 것이다. 반면 우리는 기업의 발목을 잡는 규제가 아직 많다는 지적이다.
이 대표는 또 해외 규제당국이나 언론은 기본적으로 기업과 소비자 간의 자율적 계약을 믿어주는 반면 우리는 모든 것을 규제하고 '열어봐야 한다'는 분위기여서 핀테크의 혁신이 더디다고 지적했다. 그는 "모바일 서비스의 성장에 가장 걸림돌이 되는 게 사회적 신뢰자본의 부족"이라며 "핀테크뿐 아니라 모든 산업의 성장을 위해 이 문제가 개선되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이 만드는 비영리 대안매체 <단비뉴스>(www.danbinews.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