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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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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어려운 질문입니다. 대답하기 어려워요."

제주4.3을 담은 '잠들지 않는 남도'를 부른 가수 안치환이 솔직한 답변을 내놨다. 지난 3일 오후 제주문예회관에서 열린 '제주4.3 70주년 뮤직토크콘서트'에서 사회를 본 오상진 전 아나운서가 "제주 4.3은 안치환에게 어떤 의미인가"라고 질문하자 내놓은 대답이다.

"제 음악 인생 속에 4.3이 차지하는 부분이 명확히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4.3을 평화, 통일 등으로 이야기하겠죠. 그런데 저는 이야기할 수 없어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아직 정리가 안 됐어요."

같은 날 오전, 문재인 대통령은 제주4.3 추모식에 참석해 "망각에서 우리를 일깨워준 분들"이라며 예술인들을 소개했다. 그 중 안치환도 있었다. 그는 자신이 '잠들지 않는 남도'를 만들게 된 이야기를 소개했다.

"31년 전, 저는 제가 다니던 대학의 4학년이었습니다. 1987년 캠퍼스에 꽃이 만발하고 민주화의 열기가 최고조에 달하던 시기에 제가 활동하던 노래팀의 5월 대동제 주제가 정해졌어요. 4.3, 처음 들어보는 말이었습니다. 4.19도 아니고 4.3이라니. 그리고 선배가 제게 책 한권을 줬어요. 이걸 읽고 노래를 만들라고요. 그 책 제목은 이산하의 '한라산'이었습니다.

너무도 생소했던 4.3을 그 책을 읽으며 익혔습니다. 5월 광주의 핏빛 색깔과 거의 비슷한 이미지로 다가오기 시작했어요. 노래를 만들며 '너무 외로웠겠다',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그 일은 무엇이었을까', '제주도에 그 일은 무엇이었을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잠들지 않는 남도'를 만들었습니다."


이날 안치환은 4.3을 주제로 한 새로운 노래를 선보였다. '4월 동백'이란 노래였다. "그는 (이 노래를) 무대에서 부르는 게 처음"이라고 했다.

"4월이 되면 제주에 가끔 왔고, ('잠들지 않는 남도'가 알려지면서) 나름대로 조금 긍지를 느꼈습니다. 그런데 뭐라고 할까... 허접한 생각들이 얼마 전에 (제주) 대정에서 (제주4.3 관련) 프로그램을 찍으며 깨졌어요. 비가 왔고, 날이 찼고, 스태프들도 저도 지쳤어요. 그런데 그곳을 안내했던 80대 할아버지, 그때 당시 13명 중 11명이 사살됐는데 그때 살아남은 2명 중 1명이었던 할아버지가 그 당시 기억을 전달하기 위해 너무 열정적으로 설명하는 겁니다.

그래서 제가 부끄러워 끝나고 문자를 드렸어요. '선생님 고생하셨습니다. 건강하시고 4.3의 역사가 바로 서길 바랍니다.' 그러니 답장이 왔어요. '안 선생, 나는 매일 접하는 바람이라 아무렇지 않네. 오늘 경험으로 노래 한 곡 만들어주게.' 정말 더 부끄러워졌습니다. 그래서 며칠 더 고민해 부끄러운 마음을 다잡으면서 만든 노래가 '4월 동백'입니다."

아래는 '4월 동백'의 가사다.

오름을 넘어 들판에
굳세게 이는 바람이여
이름없는 무덤가에
여린 동백꽃을 스치지마오

그 꽃 피고 진 세월에
떠나간 이는 말이 없네
돌아오지 않는 임아
저기 홀로 서 있네 할망 할망

그 일을 나는 모르오 (오름은 아네)
그 죽음 나는 모르오 (바당은 아네)
그 슬픔 나는 알지 못하오 (폭낭은 아네)
저 구름은 알까 하늘은 알까

오름을 넘어 이는 바람아
그 여린 동백꽃을
스치지마오 스치지마오

그 꽃 피고 진 세월에
떠나간 이는 말이 없네
돌아오지 않는 임아
저기 홀로 서 있네 할망 할망

그 일을 나는 모르오 (오름은 아네)
그 죽음 나는 모르오 (바당은 아네)
그 슬픔 나는 알지 못하오 (폭낭은 아네)
저 구름은 알까 하늘은 알까

오름을 넘어 이는 바람아
그 여린 동백꽃을
스치지마오 스치지마오
오름을 넘어 이는 바람아
그 여린 동백꽃을
스치지마오 스치지마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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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이#안치환#제주4.3#4월 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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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악의 저편을 바라봅니다. extremes88@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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