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유채꽃이 제주도의 상징이던 시기는 이미 오래 전에 지났다.
성산 일출봉, 섭지코지, 산방산 일대를 비롯한 해안 일부 지역의 관상용, 관광객용 유채꽃밭을 제외하면 상당수의 제주도 유채밭은 메밀밭으로 변했다. 덕분에 제주도 산 메밀은 전국 메밀 생산량의 60% 정도를 차지하며, 메밀의 본고장 강원도에도 막국수용 메밀을 수출(?)한다. 오늘날 강원도에서 먹는 막국수의 원료는 대부분 제주도산 메밀이다.
한편 유채꽃은 육지로 상륙해 남부지방부터 중부지방까지 전국에 걸쳐 관상용 꽃밭으로 조성되면서 '제주도의 봄 꽃'이라는 이미지를 벗었다. 벚꽃축제가 끝나갈 시기가 되면 이번에는 유채꽃축제가 전국 각지에서 열린다.
유채는 일단 꽃이 피면 꽤 오랫동안 피어 있다. 큰 날씨 변화만 없다면 2주 정도는 거뜬하게 피어 있다. 그래서 유채꽃 축제는 보통 봄을 대표하는 벚꽃축제보다 기간이 길다. 벚꽃은 순간 타이밍을 놓치면 끝이지만, 유채꽃은 상대적으로 보러 가는 날짜 선택의 폭이 넓다.
삼척 맹방유채꽃축제는 이미 4월 6일부터 시작했는데, 4월 30일까지 약 3주 이상 이어진다. 물론 유채가 만개하는 절정기는 대개 4월 중하순 경이지만 이 시기를 약간 비껴나도 유채꽃의 노란 물결은 여전히 출렁인다.
곧 잎이 떨어질 날만 남은 만개한 벚나무들이 맹방 유채꽃축제의 시작을 알린다.
삼척시 근덕면 상맹방리에서 구 7번 국도를 따라 덕산리와 교가리 일대까지 약 5~6km에 걸쳐 새하얀 벚꽃길이 펼쳐져 있다.
이 도로의 벚나무들은 대개 30년~35년 정도의 나이에 불과하다. 유명한 화개-쌍계사 벚꽃길이나 울산 작천정 일대의 벚나무들처럼 밑동이 굵은 벚나무들이 내뿜는 벚꽃의 향연에 비하면 아직 초보적인 수준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러한 약점을 감추고도 남을 만한 매력이 있다. 동해안의 드문 벚꽃길이기 때문이다. 이곳 벚나무들은 바다와 가까워 한번 센 바람이라도 몰아치면 그대로 후두둑 지고 만다. 그 짧은 찰나 자체에 희귀성이 있다. 올해도 어김없이 유채꽃축제가 시작되면서 벚꽃은 하나둘 지고 있다.
이 벚꽃길과 맹방해수욕장 사이에 유채꽃밭이 조성되어 있다. 유채꽃밭은 삼척시가 인위적으로 조성하였는데, 맹방해수욕장 옆으로 7.2ha에 걸쳐 있다. 이 일대의 벚꽃이 대개 4월 4, 5일 경에 만개한다면, 유채꽃은 대체로 4월 15일~20일경에 활짝 핀다. 약간의 시간적 격차가 있는 셈이다.
벚꽃은 지면 본격적으로 유채꽃을 중심으로 축제가 열린다. 맹방 일대는 동해안에서 드물게 딸기를 생산하는 지역이어서 유채꽃 축제 기간에 딸기 체험·홍보도 같이 이루어진다.
맹방 딸기 수확체험이 대표적인 예다. 그 외 유채꽃 비누 만들기, 딸기 쿠키 만들기, 자전거 하이킹 등의 행사가 열리고, 먹거리 장터나 농특산물 판매 코너도 운영된다. 해가 갈수록 가족 여행객을 끌어들이기 위한 체험 코너가 많이 만들어지고 있으며, 규모도 커졌다.
하지만 꽃 축제는 특별한 행사를 즐기기보다 꽃 자체를 즐기러 가는 경우가 많다. 4월 중순 경 강원도에서 드문 유채꽃밭의 산책로를 걸으며 봄날의 따스함을 느껴보는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하다고 할 만하다.
4월 8일 현재 유채꽃이 피어 있기는 하지만 아직 만개한 상태는 아니다. 대개 이번 주말이면 만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말을 이용해 유채꽃을 즐기고자 한다면 4월 14, 15일이나 21, 22일에 방문하는 것이 좋겠다.
주의할 점이 있다. 주말의 경우 주차장이 그리 크지 않아 일찍 다 차서 길가에 주차를 하게 되는데, 그러고도 자리가 없는 경우가 많다. 축제에 가고자 하면 아침부터 서두르는 게 좋다.
드넓고 시원한 맹방 해안에서 마침표를 찍자 삼척 맹방 유채꽃축제가 좋은 또 하나의 이유는 바로 바다다. 유채꽃 축제장에서 조금만 나가면 바다가 펼쳐져 있다.
축제장 안에서는 소나무 숲에 가려져서 바다가 잘 보이지 않다 보니 바로 옆이 바다라는 걸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바다도 안 보고 그냥 돌아가곤 한다.
주최 측에 아쉬운 점이 이 부분이다. 축제장에서 바다로 가는 산책로를 만들고, '바다로 가는 길'이라고 홍보하며 바닷가에서 또 다른 축제 행사를 기획해보면 어떨까. 축제를 찾는 사람들에게 또 하나의 즐거움을 주지 않을까.
맹방 해안은 약 4km가 넘는다. 동해안에서도 손꼽히는 긴 해안을 가지고 있으며, 오염원이 없어 항상 맑고 짙푸른 색깔을 유지하는 인상적인 해안이다. 상맹방, 하맹방을 굳이 구별하기도 하지만, 해안선 자체는 끊이지 않고 이어진다. 더구나 마읍천이 흘러나가는 지점을 경계로 남쪽에는 덕산해수욕장이 있어 시각적으로 더욱 길게 느껴진다. 한여름에 아무리 사람들이 많이 찾아도 상대적으로 복잡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 이유일 테다.
이 해안을 따라 해안도로가 있으니 차가 있다면 옆으로 바다를 보며 한동안 신나게 달릴 수 있다. 막힌 게 없는 바다여서 바람에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해안길 중심에 놓인 용수탑은 높이 약 33m로, 탑 위에 축구공을 올려놓은 모양이다. 2002 월드컵 개최를 기념하는 조형물로 만들어졌다. 이 탑의 전망대 위에 오르면 해수욕장 전체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하지만 오르는 길이 나선형으로 되어 있어 조심해야 한다. 특히, 내려올 때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일단 정상에 오르면 일대의 바다가 다 내 것인 양 훤히 트여 있어 마음 속 앙금까지 다 털 수 있다.
[여행 정보]주소: 강원도 삼척시 근덕면 삼척로 3992-8 문의: 맹방유채꽃축제추진위원회 033-570-3382* 영동고속도로→동해고속도로 남삼척IC에서 나와 삼거리에서 좌회전, 구 7번 국도를 타면 2km 거리에 바로 맹방유채꽃축제장이 나온다. * 대중교통으로는 삼척종합버스터미널과 시내에서 맹방을 거쳐 가는 21번, 22번, 23번, 24번 시내버스를 이용(24번이 가장 자주 다님). 맹방 유채꽃 축제장에서 하차한다. 버스는 30~40분 간격으로 비교적 자주 있는 편이다. * 축제장을 찾는 김에 좀 더 삼척 일대를 즐기고자 한다면, 삼척 남부 용화-장호 해안 일대에 가 보는 것도 좋다. 2017년 9월에 개장한 삼척 해상 케이블카를 타보거나(전화나 인터넷 예매가 안 되고 현장 구매만 가능하므로 아침에 일찍 가거나 아침에 당일 예매를 해 놓고 움직이는 것이 좋다), 궁촌~용화를 잇는 삼척 해양 레일바이크를 타보는 것도 좋다. 레일바이크는 온라인 예매가 된다. (www.oceanrailbik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