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노조 탄압에 항의하며 목숨을 끊은 노조원의 장례 과정에서 발생한 경찰의 '시신 탈취' 사건에 개입한 정황이 드러났다.
<한겨레>가 11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검찰은 최근 삼성전자 압수수색 때 확보한 6천 건 분량의 노조 와해 공작 문건에서 삼성전자 자회사인 삼성전자서비스가 '총괄TF'를 만들어 협력업체 노동자들이 만든 노조를 와해할 계획을 세우고, 실행 과정까지 챙긴 사실을 확인했다.
무장한 경찰 250명 긴급 투입... 삼성과 긴밀히 협의했나
지난 2014년 삼성전자서비스 경남 양산센터 분회장 염호석씨가 노조 탄압에 항의하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후 회사 측이 분주하게 움직인 일 역시 해당 TF를 통해서였을 것이라고 검찰은 본다.
당시 염씨는 유서에서 "저 하나로 인해 지회의 승리를 기원한다"라며 "주검을 찾게 되면 우리 지회가 승리할 때까지 안치해달라"라는 뜻을 남겼다. 부모 앞으로도 "지회에 좋은 결과가 나오면 그때 장례를 치러달라"라고 당부했다. 이러한 고인의 뜻에 따라 장례는 유가족의 위임을 받은 노조가 상주가 되어 노동조합장으로 치러졌다.
하지만 이튿날 저녁, 염씨의 시신이 안치된 서울의료원에 방패와 채증 카메라로 무장한 경찰 250여 명이 들이닥쳤다. 노조원들이 제지했지만, 경찰은 결국 시신을 '탈취'해갔다. 염씨의 아버지가 알 수 없는 이유로 마음을 바꿔 가족장을 치르겠다는 뜻을 밝혔다고만 후에 알려졌다. 노조원들은 이 사건의 배후로 삼성을 지목했었다.
삼성은 이를 부인했었다. 하지만 최근 검찰이 확보한 문건에는 염씨가 다니던 삼성전자서비스 양산센터장이 그의 아버지를 두 차례 면담하며 회유한 내용이 들어있다고 한다. 상당한 규모의 위로금을 제시한 점 역시 담겼다. 나아가 문건에는 삼성전자서비스가 각 지역 센터장을 노조 와해 공작에 활용한 정황도 나온다.
검찰은 사건 당시 경찰이 관련 절차도 밟지 않고 급박하게 시신을 탈취해간 과정과 이때 삼성 측과 긴밀히 협의했는지 여부를 조사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