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식물과 나무들이 봄을 애타게 기다리던 3월 초순, 대구 경북에 갑자기 내린 눈으로 인해 폭탄을 맞은 듯 산 곳곳에 소나무들이 찢어지거나 부러졌다. 그 당시 "뿌지직"하고 나무 부러지는 소리가 집안에서도 들렸다.
부러진 소나무들이 도롯가를 점령했고, 눈과 함께 제설차에 의해 치워졌고, 시간이 지나며 사람들의 기억 속에 잊혀졌다.
언제 그랬냐는 듯이 봄은 기어이 찾아오고 온 산 꽃들이 만발하고 나무들은 파릇파릇 잎을 내미는데 산기슭마다 허리 휘고 꺾어지고 부러져 나뒹구는 소나무 잔해들을 볼 때 가슴이 짠하다.
겨울에도 푸르름을 잃지 않고 위상을 떨치던 그 기개는 어디 가고 패잔병 신세가 되었는가? 눈의 무게가 강한지는 비닐하우스를 폭삭 망가뜨린 몇 해 전 매스컴을 통해 들은 적은 있지만, 실물을 본 적은 처음이다.
기온변화가 심한 요즘 또다시 소나무들이 떨고 있다. 기습적 폭설이 올까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