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불패신화의 근본은 부동산이 다른 어떤 투자자산보다 높은 수익율을 보여준다는 통념이다. 과연 그러할까? 투자자산은 매우 다양하다. 부동산, 주식, 금, 현금(예금), 요즘은 가상화폐까지 등장하고 있다. 물론 어떤 주식이나 어떤 부동산이냐에 따라 달라지기도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가격을 유지해 오고 있는 강남 아파트와 주식시장 평균이라고 할 수 있는 KOSPI200지수와 우리나라 주식 시장의 최고 대장주인 삼성전자 그리고 금을 가지고 최근 10년간 수익율을 비교해 보자
위 표에 따르면 모든 자산 중 강남 아파트의 수익률이 가장 낮다. 심지어 예금보다 낮은 수준이다. 이 결과만 놓고 볼 때 대한민국 부동산의 '갑 오브 갑' 강남 부동산의 투자가치는 현저하게 떨어진다.
그런데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결코 수익률이 아니다. 우리는 높은 수익률에 현혹이 되기 쉽고 수익률이 높으면 돈을 버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절대로 그렇지 않다. 투자의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투자 수익률이 아니라 투자 원금이다. 밑줄 그어가며 기억해야 할 사항이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투자 수익률은 의미가 없다. 투자 원금이 돈을 불리는 핵심이다.
투자 원금이 100만 원이면 수익률이 100%일 때 100만 원을 번다. 반면 원금 1억 원은 5%의 수익률만 올려도 500만 원이다. 전자는 수익률 100%, 후자는 5%에 불과하지만 결과는 후자가 전자의 5배다. 원금이 훨씬 많기 때문이다. 즉 원금이 적으면 아무리 수익률이 높아도 돈을 불리지 못한다는 뜻이다. 시간이 경과하면 이 차이는 더욱 벌어진다. 복리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원금이 크면 수익이 크고 이 수익이 또다시 투자되어 원금이 커진다. 원금의 크기가 최종 수익을 좌우할 수밖에 없다(탁구공과 농구공을 모래사장에 같이 굴렸다고 하자. 탁구공과 농구에 붙어 있을 모래의 수 차이를 상상해보라).
돈이 돈을 번다는 말이 달리 나온 이야기가 아니다. 부동산으로 돈을 번 자산가가 많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투자하는 금액이 크기 때문에 버는 돈도 많다. 아이러니하게도, 초등학생도 알 수 있는 이 사실을 간과하고 우리는 수익률에 집착한다.
다시 표를 보자. 삼성전자 주식이 가장 수익률이 높다. 그러나 원금이 큰 것은 강남 아파트다. 부동산 투자가 유리한 이유는 일단 투자의 단위가 크다는 것, 즉 원금이 크기 때문이다. 더불어 가격 변동성도 적다. 주식 투자에서 20~30% 하락은 흔한 일이다. 심지어 반토막이 나거나 회사가 없어지기도 하지만 부동산은 그렇지 않다. 강남 아파트는 2008년 금융위기에도 -1.95%만 하락했으며 최고로 하락한 해는 -5.15%였다. 반면 KOPSI200은 2008년 -40% 가까이 하락했다.
평수에 따라 다르지만 강남 아파트는 적어도 10억 원은 호가할 것이다. 기본적으로 10억 원의 원금으로 투자하는 셈이다. 반면 아무리 삼성전자라 해도 한꺼번에 10억 원을 투자할 자산가는 많지 않다(그럴 자산가라면 강남에 30억 원짜리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30억 원에 대한 투자 이익도 가질 수 있다). 아무리 금융 자산에 많이 투자하고 싶어도 일단 살 집은 반드시 필요하다. 결국 주거용 부동산에 투입할 자산을 뺀 나머지로 투자하기 때문에 금융자산에 투자할 자금이 강남 아파트 가격을 넘어설 가능성은 거의 없다.
2008년부터 2017년까지 수익률만 보면 강남 아파트가 약 1%, KOSPI200이 3%, 삼성전자는 무려 16%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2008년 10억 원짜리 강남 아파트는 10년 후 약 11억 원이 되어 1억 원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 같은 기간 1천만 원을 삼성전자에 투자했다면 4600만 원이 되어 수익은 3600만 원이다. KOSPI200은 1350만 원으로 수익은 350만 원이 된다. 투자 원금 대비 수익률은 주식이 월등하나 돈은 강남 아파트가 더 많이 벌었다. 우리가 원하는 건 효율적으로 돈을 불리는 게 아니라 그냥 돈을 더 많이 불리는 것 아닌가? 그렇다면 돈을 가장 많이 벌어준 자산은 부동산이다.
부동산은 투자 원금이 클 수밖에 없다. 게다가 누구에게나 필요한 필수재다. 집 없이 살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오르내림이 심하지 않아 가격 변동성도 적다. 주식은 쉽게 반토막이 나도 부동산은 그렇게 폭락하지는 않는다. 하락 폭이 적으니 손실도 적고 주식 투자보다 심리적으로 편안하다. 주식은 2000개가 넘는 종목 가운데 골라야 하지만 부동산은 일단 내가 살 집부터 고르는 것이니 주식보다 훨씬 쉽다. 부동산이 투자 자산으로서 각광받았던 건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다시 강조하지만 돈을 많이 불리려면 원금이 커야 한다. 만약 갖고 있는 원금이 크지 않다면 투자에 너무 시간과 에너지를 쏟을 필요가 없다. 얻을 수 있는 성과가 너무 적다. 그 정도 투자 성과로 인생이 달라지지 않는다.
장기 보유할 수밖에 없다는 점 역시 투자 자산으로서 부동산의 또 다른 장점이다. 부동산 시세가 10년 주기로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 보니 사실 10년만 보고 수익률을 따지기에는 기간이 부족하다. 그렇다면 자산별 투자 기간을 2001년에서 2017년으로 늘려 따져보면 어떨까? 10년 동안 투자했을 때 강남 아파트는 시중 예금 금리보다 낮았지만 기간이 늘어나자 연 환산 수익률이 1%에서 6.5%로 크게 올랐다. 만약 2001년에 5억 원짜리 아파트였다면 2017년에는 15억 원으로 3배나 올랐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래 표 참고) 부동산 장기 투자가 그 어떤 다른 자산보다 더 많은 돈을 벌어줄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결과다.
이처럼 부동산은 다른 자산들과는 달리 막대한 원금을 투자할 수 있다는 이유 때문에 다른 자산에 비해 수익율은 낮지만 결과적으로 자산을 늘리는 데 있어서는 가장 효율적인 자산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부동산 불패신화는 이런 특징으로부터 기인한 것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투자자산으로서 부동산의 유리한 점은 이것뿐만이 아니다. 금융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 또한 부동산이 가지는 큰 장점이다. 그러나 금융은 부동산에 있어 장점이지만 치명적인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는 양날의 검이다. 이 점은 다음 기사에서 자세히 다뤄보도록 하겠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이지영 시민기자의 생활경제 블로그(http://blog.naver.com/iamljy) 에도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