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삼진(진북·진전·진동면) 지역에 풍수지리 또는 실용적 목적으로 조성한 '푸조나무'의 마을 숲이 집중적으로 분포하고 있어, 보호수 지정과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다.
박정기 곰솔조경 대표와 최송현 부산대 교수(조경학)는 '창원시 삼진지역 푸조나무 분포 특성'이란 논문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한국환경생태학회(회장 박종민)가 오는 20일 부산대 밀양캠퍼스에서 열리는 '정기총회·학술논문발표회'를 여는데, 이 논문이 발표된다.
느릅나뭇과 푸조나무는 중국, 일본, 타이완에 분포하며, 우리나라는 전남과 경남 해안도서지역, 제주도, 울릉도에 자라는 낙엽교목이다. 성상, 수형, 생육환경이 느티나무, 팽나무와 유사하지만 표고가 낮고 바다 가까이 출현하며 개체수도 적은 게 특징이다.
이 나무의 어원은 포구새(椋鳥, 찌르레기)가 즐겨 찾는 나무에서 유래 되었고 열매가 검게 익어 '검팽나무' 또는 '검포구나무'라 불리기도 한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나무도 많다. 담양 관방제림(제366호), 강진 사당리(제35호), 장흥 어산리(제268호), 부산 좌수영지(제311호)의 푸조나무가 그렇고, 이 나무들은 '수호목'으로서 제례의식이 있다.
박정기 대표는 "창원시는 낙남정맥 남쪽에 308km 해안선이 있어 푸조나무가 출현할 수 있는 환경을 가졌다"고 했다.
창원지역 노거수 266본 중 푸조나무는 93본(34.9%)으로 느티나무 61본(22.9%), 팽나무 49본(18.4%)보다 많고, 보호수 89본 중 푸조나무는 35본(39.3%)으로 가장 많이 차지한다.
푸조나무가 집중 분포하는 곳이 '삼진'지역이다. 박정기 대표 등은 2017년 3월부터 푸조나무 노거수와 자생지 조사를 실시했다.
그는 "노거수는 제원, 생육상태, 입지환경을, 자생지는 면적, 개체수와 제원, 입지 특성을 조사하였고, 마을 숲 현황을 조사하였다"며 "노거수 또는 그 군집이 고사하였거나 훼손·멸실된 개체를 파악하였다"고 했다.
삼진지역은 푸조나무 노거수 72본, 자생지 9곳이 분포하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노거수 제원(흉고둘레) 평균은 371.8cm이고, 자생지 면적 평균은 502.8㎡, 출현 개체는 평균 41.4본, 제원 평균은 21.8cm이다.
같은 지역 내 느티나무 노거수는 28본에 제원 평균 446.3cm, 팽나무 노거수는 20본에 제원 평균 340.7cm이다. 박 대표는 "푸조나무 자생지 최소 면적과 개체수를 넘는 느티나무, 팽나무 자생지는 찾지 못했다"고 했다.
이곳 푸조나무는 군락을 이루는 게 하나의 특징이다. 박 대표는 "삼진지역 푸조나무 노거수 72본 중 67본이 군락지에 분포 하는 특징을 보였다"며 "이는 풍수지리 사상에 따른 비보림, 경관조성 목적의 풍치림, 농경시대 해충구제 새숲(鳥林) 등 푸조나무 마을 숲을 조성한 데서 기인한다"고 했다.
또 그는 "생육에 적합한 지형, 기후, 식생 등 자연환경 영향으로 자생지가 많은 것도 이유이다"며 "반면에 느티나무는 28본 중 24본이, 팽나무는 20본 중 14본이 단립 또는 쌍립으로 마을이나 농경지에 독립적 공간을 구성하는 개체가 많아 푸조나무 분포 양태와 차이를 보였다"고 했다.
푸조나무 자생지는 9곳이고, 노거수를 보유한 자생지는 2곳이다. 박 대표는 "자생지 개체는 12~25cm 중경목이고 하천변 또는 바닷가 벼랑 위, 산 끝자락 경사면 낙엽교목 혼효림에 분포하는데 마을, 농경지, 노거수 군집으로부터 200~500m, 계곡, 하천, 저수지 등 물로부터 50~100m 이내에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며 "이런 환경조건은 조류 서식지와 일치함으로 새에 의해 발아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고 했다.
마을숲 21곳으로, 14곳은 식재, 3곳은 자생, 4곳은 자생과 식재가 혼재되어 있다. 수종은 푸조나무 10곳, 푸조나무와 느티나무는 3곳, 푸조나무와 팽나무 2곳, 느티나무 2곳, 팽나무와 느티나무 2곳, 팽나무와 말채나무 1곳, 개서어나무 1곳이다.
박 대표는 "푸조나무 마을 숲이 많은 것은 수호목이라는 인식을 갖고 비보림을 조성하였기 때문"이라 했다.
삼진지역 지정 노거수(보호수)는 푸조나무 24본, 느티나무 4본, 소나무1본이고 팽나무는 없다.
박 대표는 "푸조나무는 비지정 노거수라도 지역주민으로부터 보호 받는데 분포지 대부분이 당숲, 수구막이, 조산, 서낭당, 방제림 등 신성한 장소라는 인식 때문으로 판단된다"며 "당목으로 불리는 느티나무, 팽나무는 개별 개체가 신성시 되지만 주거지에 분포하여 보호관리와 생육상태는 상대적으로 나빴다"고 했다.
또 그는 "제례의식이 행해졌던 노거수 군집은 훼손이 적고 중·장령 후계목이 생장하여 지속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제례의식이 없으면서 도로와 하천 가까이 분포하는 노거수는 공사로 인한 훼손, 멸실된 개체가 많다"고 했다.
박정기 대표는 "이번 연구에서 창원 삼진지역 푸조나무는 풍수지리 또는 실용적 목적으로 조성한 마을 숲에 집중 분포하고, 노거수군(群)과 가까운 곳에 자생지가 있음을 확인하였다"고 했다.
그는 "당목, 수호목이라는 인식을 갖고 식재한 수목은 양호한 생육환경이 유지된다는 결론은 인문환경이 장기생장에 관련이 있음을 나타낸다"고 했다.
그러면서 박 대표는 "따라서 노거수 인식과 보호수 지정과 관리를 군집 단위로 전환하고 인문환경 요소를 반영할 필요가 있다"며 "향후 포구새(찌르레기) 생활상과 푸조나무 번식 연관성에 관한 연구가 있어야 할 것"이라 했다.
이날 학술논문발표회에서는 '주남습지 내 연꽃군락 확산 패턴 및 관리방안 연구'(이수동 등), '람사르습지와 생태경관보전지역 관리 현황 분석-한강 밤섬을 대상으로'(권현정 등), '참억새군락의 생육환경 특성 및 경관보전 가치에 관한 연구'(박슬기 등) 등의 논문이 발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