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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미국 대통령(자료사진).
 트럼프 미국 대통령(자료사진).
ⓒ 연합뉴스·E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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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하지 않을 것 같으면, 마크(기자 이름), 하지 않을 거다. 하지 않을 거다. 결실 없는 회담이라 생각되면 가지 않을 것이다. 내가 그 회담에 갔는데 결실이 없다면 나는 정중하게 회담장을 떠날 것이고 우리가 하던 것(대북제재)과 뭐가 됐든 할 일을 할 것이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을 약속한 도널트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각 18일) 아베 일본 총리와 함께 한 기자회견에서 북·미정상회담에 대해 한 얘기 중 일부다. 하루 전부터 이어진 미일정상회담 결과를 알리는 기자회견이었다.

하지만 이게 다는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말을 덧붙였다.

"하지만 뭔가 일이 일어날 거다. 그래서 나는 언제나 유연하게(flexible) 있는 걸 좋아하고 우리는 이 지점에서 유연하게 있을 것이다"

김정은과 합의를 하겠다는 뜻일까, 아닐까. 사실 트럼프 대통령의 '회담장 박차고 나올 것' 발언은, 이날 처음 나온 게 아니다. 하루 전에도 "남북한이 전쟁을 끝내는 논의를 축복한다"고 하면서도 "북미정상회담이 잘 되지 않으면 회담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지난달 10일 대중연설에서도 "회담장을 급히 떠날지도 모른다"고 하는 등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을 언급할 때면  '회담 불발' 가능성을 덧붙이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다보니, 북미대화에 긍정적인 발언을 제목으로 뽑은 기사도, 부정적인 발언에 방점을 찍은 기사도 나온다. 마치 '귀에 걸고 싶으면 귀에 걸고, 코에 걸고 싶으면 코에 걸라'는 것처럼 보인다.

김준형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교수는 "그게 바로 트럼프의 스타일"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정치인 이전에 부동산개발을 했던 트럼프의 이력과 관련해 "거래를 하면서도 자기가 진짜 원하는 것을 끝까지 보여주지 않는다는 원칙이 있다"고 짚었다.

"이제 와 발 빼면 정치적 타격 커...성공시킬 수밖에"

트럼프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각) 미국 플로리다의 개인 별장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열린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를 진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각) 미국 플로리다의 개인 별장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열린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를 진행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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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정상회담과 관련해 그 어느 때보다 많은 말을 했다. 기자회견장에 함께 선 아베 총리를 향해 대북제재를 성공적으로 함께 해 온 것을 치하한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과 같은 말을 이어나갔다.

"몇 주 안에 한반도 비핵화를 논의하기 위해 김정은을 만날 것이다. 회담이 크게 성공하길 바란다. 우리는 기대하고 있다. 북한에도 엄청난 일이 될 것이고 전세계에도 엄청난 일이 될 것이다. 미국이나 남한, 북한이나 일본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세계적으로, 전 세계에 성공적인 일이 되도록 가능한 모든 일을 할 것이다. 한반도 전체가 안전과 번영, 평화 속에 함께 살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란다. 그것은 지난 몇년 간 힘든 시기를 겪어 온 한민족이 누릴 자격이 있는 운명이다. 우리는 일이 성사되길 원하고 아주 열심히 노력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북미회담을 단순히 미국에 대한 '핵 + 대륙간탄도미사일' 위협을 제거하는 것을 넘어 전 세계적으로 좋은 일이고 '한민족'(Korean people)에게도 매우 중요한 일이라는 의의를 부여했다. 북미회담의 성공은 세계의 지도자인 자신에게 주어진 막중한 사명이라는 것이다.

이 대목에 대해 백학순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문제해결의 의지가 강하게 드러나는 발언"이라고 평가했다. 백 연구위원은 "북미대화가 다자가 아니라 양자대화로 진행되고 있어 한쪽이 발을 빼면 정치적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민주당은 물론 보수세력 일부와 그가 '가짜뉴스'라고 부르는 전통적 언론들로부터 엄청난 공격을 당할 것"이라며  "트럼프로선 성공시킬 수밖에 없는 일이 되었고, 현재까지는 회담 의제 설정 과정이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날 "결실 없는 회담이라 생각되면 가지 않을 것"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미국 기자의 질문에 대답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질문 요지는 '폼페이오 국무부장관을 북한에 보내 김정은을 만나게 해놓고 왜 북한에 억류된 미국 시민 3명은 그대로 남겨두었느냐'는 것이었다. '일본이 주장하는 납치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 한다'는 약속을 확인시킨 트럼프에 '미국 시민은 왜 못 돌려받느냐'는 질문이 던져진 것이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3분 40초간 답변을 이어갔다. 그는 "그들(억류자)에 대해 (북한과) 대화하고 있고, 지금 협상하고 있다. 최선을 다 하고 있다"며 "미국 시민 세 사람을 돌려받기 위해 매우 부지런히 싸우고 있다. 그렇게 하기 좋은 찬스다. 우리는 좋은 대화를 하고 있다. 진행상황을 알려주겠다"고 했다. 미국인 억류자 문제를 북미정상회담을 추진하며 풀어낼 수 있다는 얘기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북미정상회담을 성공시키기 위한 노력,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적극적인 대북제재 협조, 한국 문재인 대통령의 '평창 올림픽의 성공은 트럼프 덕분'이라는 공치사 등을 열거하며 "나는 우리(트럼프와 김정은)가 성공하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어떤 이유로든 성공하지 못할 것 같으면, 끝내겠다. 오케이?"라며 답변을 마무리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과 관련해 긍정적인 전망을 길게 내놓으면서도 '성과가 없으면 회담 안 한다'는 말을 빼놓지 않은 데 대해, 백학순 연구위원은 "북미정상회담에 대해 긍정적인 전망을 강조하면서도 아무래도 옆에 서 있는 아베 총리를 배려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봤다. 김준형 교수도 "아베의 입장을 고려한 외교적 수사로 보인다"고 했다. 

북미정상회담에서 납치자문제를 다뤄달라는 아베 총리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 얘기가 안 풀리면 박차고 나올 것'이라고 강경하게 발언해 아베 총리의 체면을 배려했을 거란 얘기다.


태그:#트럼프, #김정은, #북미정상회담, #아베, #억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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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상근기자. 평화를 만들어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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