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무에게 전화가 왔는데,
일을 하러 현장에 도착하니 목련이 폈다며
혼자 중얼중얼 대답도 하기 전에 전화를 끊는다
뚜 뚜 뚜~
다음 날 또 전화가 왔다
거래처를 왔는데, 여기도 목련이 하얗게
아주 하얗게 피었는데 너무 멋이 있다나 뭐라나
뚜 뚜 뚜~
며칠 후 또 전화가 왔는데 봄비가 내린 다음 날이었다
이번에는 목련이 졌는데 그예 다 떨어졌다고, 옹알옹알
죽는 시늉을 하더니
뚜 뚜 뚜~
동무한테 3일째 전화가 오는데 내가 한 말은 전화 받을 때 "응 나야 왜?"가 전부였다. 우습기도 하고, 먼저 전화를 했다. 전화를 받기에 내 말만하고 냉큼 끊었다.
"옥매화가 지천인데 내가 타고 다니는 '근두운' 같다 야!"
뚜 뚜 뚜~
사랑하는 딸아, 너에게도 이런 동무가 있느냐? 해마다 피고 지는 목련도 대단하고 옥매화도 대단하지만 해마다 목련이 피면 핀다 지면 진다 전화를 해대는 이런 동무가 있느냐? 개코나......' 목련이 피면 뭐하고 지면 뭐 하랴만 그래도 이런 동무 하나쯤은 있어야 사람의 마음이 넉넉해지지 않겠느냐?
'근두운'이 뭔지는 알겠지? 손오공이 타고 다니는 구름 날틀! 목련이 피고 진다며 소식을 전해오던 동무는 지금 하노이에 있다. 딸 둘 아들 하나가 합심해서 여행을 보내줬다는구나. 아버지는 바빠서 보내준다고 해도 갈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고불 이생진 선생님의 시 한편 읽어보자. 아버지가 너무너무 아끼고 애송하는 시다.
시가 뭔데
이생진
오늘 아침에 일어나 보니
나비가 깨꽃을 물고 죽었더라
맞다 맞다
그게 시다
꽃을 물고 죽은 나비
그게 시다▶ 해당 기사는 모바일 앱 모이(moi) 에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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