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회담이 그렇 듯 북한 핵 문제의 향방을 가를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정상회담도 시기·장소·의제가 핵심이다.
이번 북미 정상회담의 의제가 '한반도 비핵화와 그에 대한 반대 급부'라는 데는 북도 미국도, 우리도 이견이 없다. 그런데 장소는 여전히 흐릿하다. 북한은 평양을 원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미국이 어디를 원하는지는 알려져 있지 않다.
트럼프 "장소는 5곳 중 하나... 미국은 아냐"라고만 밝혀트럼프 대통령이 시기를 '5월 말 또는 6월 초'라고 하는 것도, 장소가 빨리 결정되면 '5월 말'이고 늦어지면 '6월 초'라는 뜻이라는 해석이 많다.
<뉴욕타임스>는 18일(현지시각) 미 정부 고위 관료의 발언을 인용해 백악관이 정상회담 개최 후보지를 좁혀가고 있다면서 평양과 판문점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모양새가 좋지 않은 문제가 있어 제외됐다고 보도한 바 있다. 평양은 안전 문제로, 판문점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정상회담 장소였다는 점에서 이벤트 상 식상함 등이 고려됐다는 얘기였다.
미 NBC 방송이나 블룸버그 통신도 미국이 회담 장소로 평양과 서울, 판문점, 베이징은 고려하고 있지 않으며, 스위스 제네바와 스웨덴, 동남아시아 지역을 집중적으로 고민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 자신은 하루 앞선 17일(현지시각) "아직 장소를 정하지 않았지만 5곳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밝힌 정도다. 그러나 5곳이 어디인지는 적시하지 않았고, "미국은 아니"라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김준형 한동대 교수, 김연철 인제대 교수 등 국내 일부 전문가들은 평양이 북미정상회담 장소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트럼프, 1972년에 베이징 가서 마오쩌둥 만난 닉슨 전 대통령 재현 원할까
김준형 교수는 21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이벤트와 극적 효과를 즐기는 트럼프 대통령의 특성상 최적의 정상회담 장소를 평양으로 판단할 것"이라며 "닉슨 대통령이 1972년에 전격적으로 베이징을 방문해 마오쩌둥과 회담하는 대사건을 일으킨 것처럼 트럼프 대통령도 그같은 장면을 재연해 지구상에 마지막 냉전을 해체해 진정한 '냉전 해체자'로 평가받기를 원하고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1972년에 사실상 적국이었던 중국 베이징을 방문해, 사회주의권의 소련 단일체제를 소련과 중국 양대 체제로 만들면서 전세계적인 데땅트(화해)를 이끌어내, 세계사의 물줄기를 바꾼 닉슨 전 대통령처럼 되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경호 문제가 거론되나 그보다는 평양까지 가서 성과를 못 내는 상황을 걱정할 수 있겠으나, 이번 20일 북한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핵시험장 폐쇄, 핵시험·대륙간탄도로케트(ICBM) 시험발사 중지 등의 결정을 내림으로써, 이런 우려는 크게 해소됐다"며 "이번 결정서는 이런 차원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부담없이 평양으로 오라는 메시지의 측면도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또 "트럼프 대통령은 전임자들인 오바마, 부시, 클린턴이 이루지 못한 일을 해내기를 원하고 있는 데다, 결정적으로 지금까지 참모들의 조언과는 다른 결정을 해왔다"고 덧붙였다.
한 중견 외교관도 "이번 북한 당 전원회의 결정은 트럼프 대통령을 평양으로 오라는 메시지로 보인다"고 말했다.